[TEN 인터뷰] ‘덕구’ 이순재 “연기가 비즈니스? 배우, 돈만 추구해서 안 돼”

[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이순재 인터뷰,영화 덕구

영화 ‘덕구’에서 덕구 할배 역을 맡은 배우 이순재./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주연배운데 홍보활동 열심히 해야지. 허허.”

5일 개봉한 영화 ‘덕구’에서 할배 역을 맡은 이순재(83)가 이렇게 말했다. 요즘 그는 영화 홍보활동에 한창이다. 영화 인터뷰는 물론 예능프로그램, 각종 라디오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홍보활동 할 사람이 나 밖에 없는데 어떡해”라면서도 “이렇게 바쁘게 일하는 게 내 삶의 낙”이라며 웃었다.

이순재는 출연료를 받지 않고 ‘덕구’에 출연했다. “저예산 영화라 돈 달라고 해봤자 안 줄 것 같아서 그냥 한다고 했지”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따뜻한 이야기에 감동해 출연을 결심했다. “지금 시대에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요즘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품은 잘 없잖아. 우리 나이가 되면 주인공 역 맡기 힘든데 모처럼 90% 이상 소화해야 하는 작품이 들어와서 주저 없이 선택했지”라고 말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순재는 현재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는 100편이 넘고, 연극도 수십 편이다. “젊었을 때는 한 작품만 해서 입에 풀칠을 못했어. 여러 작품을 동시에 해야지 먹고 살 수 있었지. 그렇게 하다보니까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하게 됐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는 연극영화과라는 게 없었어. 동아리처럼 친구들끼리 모여서 연극을 하는 거지. 아무 것도 모르니까 소설이나 연기 참고서, 국어사전을 펴놓고 시작했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만든 게 극단 신협인데 아직까지도 이어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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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는 “‘덕구’처럼 따뜻한 영화, 요즘 세상에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이순재는 1964년 서울에서 개국한 민영방송국 TBC 공채 1기로, 연극판에서 TV브라운관으로 주무대를 옮겼다. 이 때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연극에서 TV로 이동하던 시기였다고 한다.

“요즘 방송국은 천지개벽한 수준이지. 예전에는 배우들이 방송국과 직접 출연료를 거래 했어. 작품 하나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으니까 동시에 7~8편 계약하고 그랬지. 신혼 초일 때 나는 한 달에 집에서 자는 시간이 일주일 아니면 5일이었어. 20일을 뛰어다녀야했지. 아니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니까. 요즘 배우들은 작품 1, 2개 찍고 건물도 사고 그러잖아. 나는 아직까지 건물 하나 없는 걸. 하하.”

이순재는 최근 젊은 배우들이 연기를 ‘비즈니스’로 대한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연기를 하면서 돈을 적당히 벌어야 하는데 몇 백억씩 버니까 비즈니스가 되지. 작품에서 주인공 한 번 하면 수억을 받는데 당연히 힘든 걸 하기 싫겠지. 좋은 것만 하려고 하잖아. 배우라면 언젠가는 인기가 떨어져. 주연에서 조연으로 삼촌, 아버지가 되지. 그걸 인정하고 나아가야 하는데 돈 많이 버는 배우들은 결국 소속사 사장을 하더라고. 배우는 돈만 추구해서는 안 돼”라며 강조했다.

이에 ‘사업의 유혹은 없었냐’고 묻자 그는 “나는 비즈니스에는 영 소질이 없어. 조금씩 벌더라도 열심히 해서 생계를 꾸리려고 노력했지”라고 답했다.

데뷔 한 지 62년 차에 접어든 이순재는 “연기에는 끝이 없다”며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음악의 끝이 아닌 것처럼 연기도 그렇다고 생각해. 세상에는 세 종류의 배우가 있어. 작품보다 못하는 배우, 작품만큼 하는 배우, 작품보다 더 잘하는 배우. 대사만 외우는 건 누구든지 할 수 있거든. 그 이상이 필요한 거지. 연구하지 않으면 안 나와. 톱스타 배우들이 착각하는 게 있어. 인기는 톱인데 연기도 톱이라고 생각하지. 거기에 안주하면 안 돼. 똑같은 역을 계속하는 것도 스스로를 함몰시키는 거지. 실수하고 자책하고 보완하다보면 발전해. 나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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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는 “연기에는 끝이 없다. 계속 실수하고 노력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