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너무 커서 아픈 영혼들

<빅>, 너무 커서 아픈 영혼들 4회 KBS2 월-화 9시 55분
다란(이민정)의 핸드폰에 경준(신원호)의 이름은 ‘빅’으로 저장되어 있다. 영혼이 뒤바뀌어 윤재(공유)의 몸을 얻게 된 경준에게 윤재의 몸은 너무 크고, 이는 그가 갑자기 진입하게 된 어른들 세계의 무게에 대해 느끼는 기분과 동일하다. ‘too big’을 체감하는 것은 경준만이 아니다. 걸핏하면 경준을 애 취급하는 다란 역시 몸만 자란 아이 같다. 임용고시 합격을 위해 학생들처럼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역시 학생들처럼 교감 선생에게 매번 혼이 나며,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어른이었던 약혼자 앞에서는 주눅 든 소녀 같은 여자. 경준에게 “사고치고 감당 안 되면 가출”하는 게 애들의 특성이라고 말했듯이 그녀 또한 윤재의 마음에 대해 믿는다는 말로 현실을 도피해 오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길다란’이라는 이름은 ‘빅’의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은 4회에서 이들 모두가 잔인한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첫 번째 성장의 계기를 마련한다. 경준은 엄마와의 유년을 상징하는 자신의 침대가 유일하게 남은 가족에 의해 버려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다란은 윤재가 지니고 있던 열쇠로 그와 세영(장희진)의 불륜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다. 동시에 은 이 성장의 “통증”에 대한 위로도 준비해 놓은 상태다. 혼자 살던 경준의 큰 집이 다란의 신혼 집기들로 하나하나 새롭게 채워지며 가족의 공간으로 변해가듯이, 이 드라마는 성장통의 위안을 다란부(안석환)의 수석 구성 원칙처럼 다른 존재들과의 “어울림”에서 찾는다. 비록 극적 완성도는 여전히 판타지 설정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처럼 종종 과잉되고 삐걱거리지만, 적어도 이 이야기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해졌다. 그것이 진정한 성장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작위적인 키 맞춤이 될지는 이제부터의 전개에 달려있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