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뮤직] 섹시 벗은 EXID,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EXID '내일 해' 표지. / 사진제공=바나나 컬쳐 엔터테인먼트

EXID ‘내일 해’ 표지. / 사진제공=바나나 컬쳐 엔터테인먼트

그룹 EXID를 대표하는 콘셉트는 ‘섹시’다. 이들을 톱 가수 반열에 올려놓았던 노래 ‘위아래’는 상대에게 구애하는 가사와 신체 일부를 강조하는 안무로 남성 팬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했다. 멤버들의 아름다운 외모는 팀의 강력한 무기였다. ‘위아래’부터 지난해 발표한 ‘덜덜덜’까지 EXID가 섹시함을 강조한 노래를 발표해온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EXID의 섹시 콘셉트는 남성 팬들을 공략하는 수단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로 그린 ‘핫핑크’(2015)에선 ‘네가 날 알아보지 못할까봐 불안하다’고 했다. 자신의 특별함을 이성의 관심을 통해 증명하려는 수동적 태도다. 하지만 2년 뒤 발표한 ‘낮보다는 밤’에서는 관심 있는 상대에게 ‘낮보다는 밤에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오직 ‘나’의 욕망에 충실한 것이다. EXID의 노래에 등장하는 ‘나’는 더 이상 ‘너’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노래 속 ‘나’의 감정이 훨씬 입체적으로 그려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가령 2016년 발표한 ‘엘라이(L.I.E)’에서는 자신을 기만한 연인을 비난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 뒤 내놓은 ‘덜덜덜’에서는 보다 복잡한 내면이 읽힌다. 연인의 거짓말에 대한 분노와 그를 잃고 싶지 않은 애절함이 동시에 엿보인다. 노래가 그리는 상황은 반복되지만 ‘나’의 감정은 복합적이다. EXID의 섹시 콘셉트가 시각적 자극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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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 콘셉트를 벗어나 복고풍 음악으로 돌아온 그룹 EXID./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그리고 마침내 지난 2일 오후 6시 공개한 ‘내일 해’에서 EXID는 섹시 콘셉트를 벗어던졌다. 1990년대에 유행한 뉴 잭 스윙 장르를 내세운 이 곡에서 EXID는 어설프게나마 올드스쿨 힙합 댄스를 재현한다. 몸매를 드러내는 원피스나 핫팬츠가 아니라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른다. ‘발랄 섹시’ ‘큐트 섹시’ ‘청순 섹시’ ‘걸크러쉬 섹시’ 등 의미를 알 수 없는 ‘섹시’를 남발하는 대신 자신이 표현하려는 이미지를 정확하게 구현한다. 그래서 ‘내일 해’는 EXID의 변신인 동시에 성장을 나타내는 노래다.

멤버 정화는 ‘내일 해’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음반을 준비하면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조건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이다”라고 말했다. 팬들이 좋아해 줄지는 모르지만 멤버들이 매력을 느낀 노래이고 콘셉트이기에 자신의 선택을 믿으려고 했단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이라는 단순한 조건은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영역 확장의 시발점이자 근거다. 데뷔 7년 차. 아이돌 시장에서는 ‘중견’에 속하는 연차이지만 EXID의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