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아무도 모른다

<추적자>, 아무도 모른다 5회 SBS 월 밤 9시 55분
“저는 그 사람의 말 같은 것은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행동만을 기억하죠.” 강동윤(김상중)의 이 말은 를 따라가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힘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긴요한 방편은 미래의 언젠가를 반드시 지켜내겠다는 말이 아니라 지금 당장 눈앞에 드러내 보일 행동의 결과를 손에 쥐는 데 있다는 의미다. 강동윤조차도 서영욱(전노민)에게 분식 처리와 그룹 승계를 약속했지만, “내 인생 보장해 줄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라며 과거 자신이 서영욱에게 했던 말을 고스란히 돌려받아야 했다.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 자가 제안하는 약속이란 결국 ‘나는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다’의 또 다른 말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약속이란 마치 깨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고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눈앞에 보이는 것, 딱 거기까지다. 이것이 그 어떤 견제조차 받지 않고 노골적으로 악을 일삼는 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처럼 보인다.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로 약속을 깨뜨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정글 같은 곳에서 백홍석(손현주)이야말로 약속을 지키려는 자다. 그렇기에 딸의 죽음의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고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신세를 갚기 위한 그의 탈주는 험난하고 외롭다. 그나마 그가 의지하는 친구 창민(최준용)조차도 홍석의 눈에 비친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의 기반을 점점 더 옥죈다. 그의 약속은 “세상 사람들 내 말 안 믿잖아”라는 한탄과 ‘나만을 믿’을 수밖에 없는 처지 속에서 그를 움직이게 하는 유일한 힘이다. 그리고 마침내 각자가 처한 위치를 정확히 직시한 뒤 처음으로 홍석과 동윤이 마주 앉아 서로를 본다. 믿을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게 된 자와 자신만을 믿는 게 최선이라 믿어 왔던 자. 이 둘이 만들어낼 장력 속에서 누구의 약속이 이행되고 누구의 그것이 부서져 나갈까. 알 도리 없이 지켜볼 뿐이다.

글. 정지혜(TV평론가) 외부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