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머리를 열심히 써야 한다, 개그도 하나의 작전이다” -1

10 요즘 한 주 일정이 어떻게 되나. 정말 바쁜 것 같다.
황현희
: 고정 스케줄이 열일곱 개 정도 있다. 그 중 라디오 코너가 열 개 정도라 매일 방송국들을 왔다 갔다 한다. KBS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KBS <위기 탈출 넘버원>, KBS <스폰지> 녹화도 있고.

10 <개콘>에서 ‘많이 컸네 황회장’(이하 ‘황회장’)과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이하 ‘소비자 고발’) 등 두 코너를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텐데 어떻게 그 스케줄을 다 소화하나.
황현희
: 나 자신을 갈고 닦는 셈 치고 한다.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일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특히 라디오는 정해진 시간 안에 무슨 말이든 해야 하는 거라 입을 풀기에 좋다.

“다음 번 코너에서는 다시 뒤로 빠져서 잠깐만 나왔다 들어갈 생각”

10 개그는 아이디어 고갈이나 코너 종료, 슬럼프 등으로 인한 공백이 많은 분야다. 그런데 ‘춤추는 대수사선’, ‘범죄의 재구성’, ‘집중토론’에 이어 올해 ‘황회장’과 ‘소비자 고발’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유지해 나가는 비결이 있나.
황현희
: 머리를 열심히 써야 한다. 개그도 하나의 작전이다. 신인 시절 ‘춤추는 대수사선’ 때는 박성호 선배님께 구성하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범죄의 재구성’을 후배인 노우진, 곽한구, 김기열과 함께 했는데 그 때는 내가 전면에 나섰는데도 범인이라 이름을 많이 불린 곽한구가 떴다. 곽한구는 그 코너 덕분에 특채로 들어왔다. 짜식, 나한테 잘 해야 하는데. (웃음) 그래서 ‘웃긴다고 다 뜨는 게 아니구나. 캐릭터가 어떻게 드러나고 인지도가 생기느냐가 중요하구나’라는 걸 알았다. 나는 (안)상태 형이나 (유)세윤이처럼 눈에 띄는 캐릭터가 아니니까. 그리고 나서 ‘OTL’을 했는데 내용 자체는 재밌었지만 ‘범죄의 재구성’과 그림이 비슷해 보인다고 일찍 막을 내렸다. 거기서 느낀 게 내가 전면에 또 나서면 안 된다는 거였고, 한 발 빠져서 ‘집중토론’을 하며 박성광, 박영진, 송준근을 받쳐줬다. 그게 끝난 뒤에 내가 나선 게 ‘황회장’이고 하나 더 쳐본 게 ‘소비자 고발’이다. 그런데 운 좋게 두 코너가 시너지 효과가 나서 반응이 좋았다. 다음 번 코너에서는 다시 뒤로 빠져서 잠깐만 나왔다 들어갈 생각이다. 한 템포 쉬었다가 피치를 올리는 식으로.

10 연기자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새 코너나 캐릭터를 만든다는 게 의외다.
황현희
: 웃기기만 하면 장땡이 아니다. 개그맨은 지금 써야 하는 아이디어 말고 다음에 무엇을 보여줄까도 같이 연구해야 한다. 항상 주인공만 하려고 하거나 자기가 눈에 띄는 캐릭터만 하려고 하면 더 안 풀린다. 세윤이 같은 경우 ‘할매가 뿔났다’에서 (장)동민 형을 밀어주고 자기는 감초 역할만 하는 식으로 조절을 잘 하고, (박)영진이도 ‘집중토론’에서 했던 자유토론 부분을 ‘박 대 박’으로 재탄생시켜서 자기 스타일로 잘 바꾼 케이스다. 그런 걸 가르쳐 주는 게 <개콘> 선배들이다. 붙들고 이렇게 하라고 알려주지는 않지만 옆에서 후배들은 계속 보고 배우는 거다.

10 ‘황회장’같은 경우는 기존의 황현희식 개그 스타일과는 좀 달랐다. 캐릭터 연기가 강한 코너인데 어떻게 나온 건가.
황현희
: 기존의 내 개그를 좋아하는 분들은 보통 대학생, 직장인, 군인들이었다. ‘소비자 고발’도 그렇고. 그런데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떠야 검색어 순위도 오르고 하니까 (웃음) 십대를 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철저하게 캐릭터 위주, 권위 있어 보이지만 결국은 당하고 혼나기만 하는 귀여운 ‘황회장’이 등장하는 콩트를 만든 거다. 사실 처음에는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 ‘소비자 고발’은 첫 주부터 바로 반응이 왔지만 원래 내 개그 스타일은 ‘황회장’처럼 서서히 올라가서 코드가 인식되고 탄력을 받으면서 안정세를 유지하는 편이다.

“큰 이슈가 터졌을 땐 한두 개씩 문제제기를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

10 “누가 그랬을까?”가 유행어로 히트하면서 ‘황회장’이 힘을 받은 것 같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도 그렇고, 특별히 코믹한 대사는 아닌데 어디에 적용해도 말이 된다.
황현희
: 그게 바로 유행어가 되는 첫 번째 단계다. 어느 상황에서나 쓰일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그 대사들은 무대에서 그냥 던져 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바로 유행어가 된 케이스다.

10 ‘소비자 고발’의 경우 앞서 던진 궤변들 사이에 “살기 힘듭니다. 물가 좀 내려주세요. 국민들의 목소리가 안 들립니까?”나 “우기지 마세요. 독도는 우리 땅”처럼 진짜 ‘말’이 섞이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황현희
: 멜라민이 문제가 됐을 때는 “뭘 먹고 살란 말입니까”라는 말도 했다. 편집되긴 했지만. 뭔가 큰 이슈가 터졌을 땐 한두 개씩 문제제기를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개그를 통해 국민들에게 웃음을 드리는 건 당연하지만 시원한 맛도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경제도 안 좋고 답답한데 그렇게 얘기해줌으로써 즐거워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관객들 표정을 보거나 박수 소리를 들어보면 안다.

10 ‘범죄의 재구성’의 곽한구, ‘집중토론’의 박영진, ‘황회장’의 김기열 등 코너를 함께 하는 파트너들이 계속 바뀌는데 각자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후배들을 이끌고 가르치는 게 적성에 맞는 편인가?
황현희
: 새로 후배들이 들어오면 조를 나눠서 아이디어 회의를 먼저 해 본다. 그걸 하다 보면 누가 감이 좋은지, 구성을 잘 하는지가 보인다. 그러면 새 코너를 할 때 누구랑 같이 해야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사실 내가 잘 가르친다기보다는 잘 하는 친구들을 데려다가 같이 하는 것뿐이다. 요즘에는 새로 들어올 24기들이 어떨지 기대된다.

10 데뷔 전 전유성의 극단 ‘코미디 시장’에서 개그를 시작했는데.
황현희
: 사실 그 당시엔 개그맨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지내면서 일상이 무료하고 심심해서 뭐 좀 자극적인 일이 없을까 해서 갔다. 그 날 (김)대범이 형을 처음 만났다. 형이 “자네, 이리 와서 앉아보게”라며 나를 맞이하길래 속으로 ‘이 사람 또라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웃음) 얘기를 하다 보니 너무 재밌는 거다. 그리고 인생이 바뀌었다. (신)봉선이, 상태 형, (박)휘순이 형도 거기서 만났다. 전유성 선생님께 감사한다.

10 ‘코미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은 뭔가.
황현희
: ‘깡’이다.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게 참 힘든 거라 겁이 났는데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걸 통해 많이 고칠 수 있었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