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새벽잠이 아깝지 않은 공놀이

<유로 2012>, 새벽잠이 아깝지 않은 공놀이 스페인 VS 이탈리아 월 새벽 1시
조별리그나 이른 토너먼트에서 강팀들이 만날 때 흔히 ‘미리 보는 결승전’과 같다는 비유를 한다. 유로 2012가 개막한지 사흘 만에 C조의 첫 경기에서 만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기는 조별리그 경기 중 가장 이 비유에 어울리는 경기였다. 실제로 이런 빅경기는 하루 전 독일과 포르투갈의 경기처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상황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지만,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달랐다. 공격의 스페인과 수비의 이탈리아라는 오래된 공식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팀들의 수준 높은 축구를 보여준 것이다. 1:1이라는 최종 스코어는 무난한 무승부를 연상케 하지만, 무승부에 이르는 과정이 어떠한지에 따라 축구가 90분짜리 영화 이상의 드라마를 보여줄 수도 있는 스포츠임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이 치열한 경기 양상이 두 팀의 작은 결핍에서 비롯된 것은 흥미롭다. 지난 유로와 월드컵의 챔피언인 스페인은 비야와 푸욜을 부상으로 잃은 상황이었고, 이탈리아는 자국 리그인 세리에A에 승부조작과 관련한 문제가 이어지며 좋지 못한 분위기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은 최전방 공격수를 두지 않고 미드필더 6명을 기용하는 파격적인 전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리그와 상관없이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투지를 앞세워 공격에도 힘을 실은 전형을 들고 나왔다. 완벽함이 아닌 실수가 승패를 가르듯이, 결핍은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선수들의 능력과 수준, 새로운 전술과 적용, 교체로 만들어진 극적인 상황까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기는 카드로 인한 변수를 제외하고 축구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드라마와 재미가 있었다. 응원하는 팀의 승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공놀이 때문에 새벽까지 깨어있을 이유가 없다. 만약 남은 경기들도 이 경기와 같을 수 있다면 이 여름, 새벽잠을 유로를 위해 반납한대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글. 윤이나(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