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송지효 “연기할 땐 끊임없이 스스로 채찍질…후회 남기고 싶지 않아요”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서 SNS와 사랑에 빠진 미영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 / 사진제공=NEW

영화 ‘바람 바람 바람’에서 SNS와 사랑에 빠진 미영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 / 사진제공=NEW

털털함과 솔직함. 배우 송지효와 딱 어울리는 말이다. SBS 간판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9년째 출연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한 덕분이다. 그는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에 대해 “실제로도 둔하다”고 웃으며 털어놨다. 그런 송지효가 예민해지는 순간이 있다. 본업인 연기를 대할 때다. 예민해서 남에게 피해를 준다기보다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예민함이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 예민함이 그를 성장하게 했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으로 스크린에 복귀한 송지효를 만났다.

10. 오랜만의 국내 스크린 복귀다. 불륜 소재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영화는 불륜을 미화하는 내용이 아니다. 하지만 제목 자체가 ‘바람’이고 소재도 ‘바람’이지 않나. 예비 관객들이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시나리오를 보며 불륜은 하나의 주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주제를 두고 얽히고설킨 네 인물이 토론하는 느낌이라 재미있었다.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해준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10. 남편 봉수(신하균)가 바람난 걸 눈치 채지 못하는 8년 차 주부 미영을 연기했다. 자신과 얼마나 닮았나?
미영이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게 매력이다. 나 역시 솔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또 미영이처럼 둔한 면도 있다.(웃음) 연애할 때도 상대방을 믿고 방목하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내 남편이 바람 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한 번은 받아줄 것 같다. 실수일 수 있으니까. 두 번은 절대 안 된다.

10. 코미디 장르여서 유쾌한 장면이 많다. 현장에서 개그 욕심을 내기도 했나?
전혀 없었다. 우리 영화의 재미는 감독님 특유의 ‘말맛’에서 나온다. 때문에 감독님의 엉뚱함이 담긴 대본을 제대로 소화하는 게 과제였다. 그런 대사들은 배우들의 애드리브로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내겐 단지 신하균, 이성민 선배와 실제 부부와 남매처럼 보이는 게 숙제였다.

10. 8년차 부부로 호흡을 맞춘 신하균과 호흡이 어땠나?
신하균 선배는 말이 없는 편인데 대답은 잘 한다. 그래서 내가 먼저 말을 많이 걸고 장난도 쳤다. 영화에서도 내가 진두지휘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이런 저런 제안을 많이 했다. 선배는 거절도 안 하고 다 받아주는 스타일이다. 선배는 한 마디를 해도 센스 있다. 같이 있으면 재미있어서 자연스러운 케미가 나왔다.

10. 이성민과 남매 케미도 유쾌했다.
그런 친근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이성민 선배가 많이 노력했다. 배우들 모두 이성민 선배에게 ‘대장님’이라고 불렀다. 선배가 같이 모이는 자리를 잘 만들어줬다. 선배가 없으면 허전할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실제의 분위기가 영화에도 담긴 것 같다.

10. 이성민이 대장이라면 자신은 행동대장이었다고 하던데?
내가 이성민 선배의 오른 팔이었다.(웃음) 선배가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찍고 있었다.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날이 생기면 내가 선배를 대신해 단합을 주도했다.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이 다 같이 모여서 축구를 보며 내기도 했다.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10. 이엘과는 묘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사이였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도 함께 출연하며 ‘여여(女女)케미’를 보여줬다.
이엘은 예전에 시사회에서 본 적이 있다. 너무 매력적이라 작품에서 만나고 싶었다. 같이 촬영을 하면서 너무 좋았다. 섹시한 이미지가 강한데 실제로는 굉장히 여리다. 고양이, 강아지, 토끼뿐 아니라 말까지 사랑하더라. 길을 가다가 말을 만나면 동정심을 느껴서 말을 건다. 그 정도로 여리고 순수한 마음이 있다.

배우 송지효가 9년째 출연 중인 SBS '런닝맨'에 대해 "고마운 프로그램"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 사진제공=NEW

배우 송지효가 9년째 출연 중인 SBS ‘런닝맨’에 대해 “고마운 프로그램”이라며 애정을 표했다. / 사진제공=NEW

10. 9년째 런닝맨에 출연 중이다. 이미지 소비가 걱정되지 않나?
그런 고민을 할 시기가 지났다. 나를 ‘런닝맨’으로 기억해주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내게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나에겐 많은 모습이 있는데 한 작품으로 이 모든 걸 보여줄 수 없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힘닿을 때까지 달릴 거다.(웃음)

10. 오랫동안 하나의 프로그램을 하며 얻은 것과 잃은 게 있다면?
뭔가를 잃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굳이 꼽자면 체력. 요즘 체력이 달리는 게 느껴진다.(웃음) 얻은 건 굉장히 많다. 내가 뭔가를 10년 가까이 꾸준히 한 적이 없다. ‘런닝맨’은 내게 끈기와 추억을 줬다. 내성적인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도 즐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 소중한 프로그램이다.

10. 오랜 시간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사람 때문이다. 예전에 ‘인기가요’ 때 인연을 맺은 제작진들이 ‘런닝맨’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날 찾아줬다.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보다는 사람들 때문에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내가 빠지면 의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의리와 우정으로 지금까지 지키고 있는 것 같다. 내게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니까.

10. 털털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연기에 임할 땐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자신의 일에 있어선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민함이 남에게 영향을 끼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난 계속해서 나를 채찍질하는 스타일이다. 연기를 한 뒤엔 꼭 후회가 남는다. 그 후회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