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동방신기, <평행선> 위에서 찾은 <운명>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그룹 동방신기.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동방신기. /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그룹 동방신기 유노윤호의 별명은 ‘열정 만수르’다. UAE 왕족 만수르 가문의 재력만큼 어마어마한 열정을 가졌다는 의미다. 데뷔 15년 차인 그는 신인 아이돌 그룹을 보며 “우리 나이 대의 연륜을 보여주자”고 투지를 불태운다. 그에 비해 최강창민은 차분하고 침착하다. “(후배 아이돌과) 경쟁의식은 전혀 없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접점 없는 두 사람의 성격은 마치 ‘평행선’ 같다. 동방신기는 지난 23일 MBC ‘나 혼자 산다’에서 “따로 산 지 6년째인데 한 번도 서로의 집에 가본 적 없다”고 털어놨다. 유노윤호는 “(함께 살 때) 창민이가 나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창민이와 나는 반대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행선을 달리던 두 사람은 ‘동방신기’ 안에서 서로를 받아들인다. “나는 대충 한다. 그래야 (유노윤호와) 절충이 된다”고 말했던 최강창민은 콘서트 백 스테이지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숨을 골라야 할 만큼 공연에 온 힘을 쏟아 붓는다. “몸에 가장 해로운 충(蟲)은 대충”이라던 유노윤호는 그러나 여덟 번째 정규음반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최강창민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동방신기 기자간담회

그룹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가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정규 8집 ‘New Chapter #1 : The Chance of Love’(뉴 챕터 #1 : 더 찬스 오브 러브) 프리뷰 기자간담회에서 손가락 하트를 날리고 있다.

지금의 동방신기는 ‘가족’보다는 ‘동료’에 가까워 보인다. 거의 모든 보이그룹이 멤버들 간의 정서적인 유대를 내세우며 영원을 약속하는 것과는 다르다. 2008년 멤버 이탈을 겪은 동방신기는 영원함이라는 판타지를 재건하는 대신 ‘동방신기’라는 브랜드를 잇기 위해 노력했다. 코러스를 강조했던 5인조 시절의 음악에서 벗어나 멤버 개개인의 보컬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대 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멤버 각자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스토리를 넣기도 했다. 동시에 남성성이 강한 콘셉트로 이전 음반과 연결성을 획득했다.

동방신기는 지난 28일 발표한 신곡 <운명>에서 동방신기로서의 삶을 ‘운명’ ‘예정된 역사’라고 표현했다. 멤버 탈퇴는 ‘영원’에의 약속을 깨뜨리는 일이었고 그래서 두 사람과 팬들 모두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시간을 모두 ‘운명’이라고 받아들인다. 겸허한 자세이자 자신감의 표현이다. 동방신기는 또한 이 노래에 ‘팬들과 함께 나아간다’는 생각을 담았다. “내 곁에서 넌 최고가 될 거야”라는 가사는 지금 동방신기가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하고 현실적인 약속이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유노윤호는 최강창민을 자신의 ‘거울’이라고 말했다. 최강창민을 보면서 자신을 느끼기 때문이란다. 그는 “창민이와 성격은 다르지만 가치관은 같다. (최강창민을 통해) 내가 배울 게 무엇인지, 함께 해 나가야 하는 게 무엇인지를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동방신기는 수록곡 <평행선>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너와 난 평행선 그 위를 따로 걷다 그 길 끝에서 함께할 길을 찾아.”

서로에게 서로를 비추며 하나를 완성해가는 것. 동방신기의 <운명>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