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연기 하나만으로 상황을 커버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2

결말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정리를 하고 있었나.
박유천: 100%의 용태용이었다. 이각의 기억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너무 이각과 용태용을 뚝 잘라 버리면 박하에게 남은 세상이 너무 차가울 것 같아서 환생의 느낌을 살짝 남겨주는 정도로 의도를 했다. 커피숍에서 용태용이 박하를 만날 때도 지문에는 ‘아예 못 알아본다’고 쓰여 있었는데, 감독님과 상의해서 느낌을 조금 바꾸기도 했다. 그래서 마지막 이각의 모습도 비록 상황은 판타지적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만큼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다시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없고, 그래서 환생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길 만큼의 그리움, 아픔, 슬픔인 거다. 용태용으로 연기할 때는 울지 않고, 이각으로 연기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자유로움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경험이 먼저 필요하다”
박유천│“연기 하나만으로 상황을 커버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2
마지막 장면 뿐 아니라 중반 이후에는 용태용, 용태용인 척하는 이각, 이각이라는 세 가지의 인물을 연기해야 했는데, 각각의 온도가 미묘하게 달랐다.
박유천: 그런 부분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너무 의식하게 될 것 같아서 오히려 나는 더더욱 이각이 되려고 했다. 진짜 이각이 되어버리면, 이각이 연기하는 용태용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완전한 용태용을 연기할 때는 시간이 워낙 부족하기도 했고, 계속 이각에 빠져있다 보니까 현대어의 템포를 따라잡기가 많이 힘들었다. 바로 앞 신에서 이각을 연기하다가 용태용으로서 용태무와 대화를 하려니 영 어색한 거다. 그래서 안경을 씀으로써 두 인물을 분리하는 방법을 해결책으로 찾아 낸 거다. 박하를 만날 때는 연결이 튈 때도 있었는데, 그래도 안경을 쓰면 용태용, 벗으면 이각으로 구분을 꼭 했다. 그런 와중에 용태용인 척하면서도 이각으로서의 예리함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보이기는 했는데, 마음만큼 채워 넣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안경을 쓱 밀어 올리는 동작도 생각했었는데 에 합성한 사진이 이미 나와 버려서 따라 하는 느낌을 줄까 봐 포기하기도 했고. (웃음)

하지만 멜로에 관해서 만큼은 마음껏 자신의 의도대로 보여줬을 것 같다. 전작보다 훨씬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역할이었으니까. (웃음)
박유천: 그런 부분에서 이번 작품을 통해 자유롭게 연기하는 재미를 정말 많이 느꼈다. 지문이 없는 대사에서는 진짜 내 해석대로 더 해보고 싶은 욕망을 막 느꼈는데, 감독님이 믿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놓아 주셨다. 그러다 보니까 연기의 재미를 새롭게 알게 되고, 틀에 속해있지 않으니까 마음도 더 여유로워지더라. 실제로 대본에서는 끝난 신인데 방송에서는 뒷부분이 더 만들어져서 나온 것도 많은데, 애드리브가 정말 많았다. 특히 나와 3인방이 만나는 장면에서는 애드리브가 넘쳐났다.

그런 자유로움은 배우로서도 새로운 경험이지만 가수 생활을 할 때도 못 느꼈던 부분일 것 같다. 워낙 무대 위에서 짜여진 완성도를 보여주던 팀이었으니까.
박유천: 그렇다. 가수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자유로움이라는 건, 무대에서 라이브를 할 때, 특히 밴드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자유로움을 느끼기에는 상황적인 여건이 충분치 않았다. 그때의 갈증을 다른 분야에서나마 해소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 사람의 경험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배우가 연기와 배역에 빠지면서 자신의 경험과의 연결 고리가 생길 때 자유롭게 꺼내 보일 수 있는 표현이 생기는 거다. 저수지에서 박하를 끌어안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도 실제로 경험한 일이기 때문에 연기를 해낼 수 있었고, 여러 가지로 내가 가진 감정을 활용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다행스럽기도 했고, 배우로서 복을 받은 것 같기도 했다.

자유롭게 연기를 하려면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좋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을 위해서 특별히 노력을 하기도 했나. 먼저 촬영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애썼다는 얘기를 전해 듣기도 했는데.
박유천: 목적을 갖고 노력을 하거나 한 건 없다. 촬영에 복귀하면서 느낀 책임감이나 일에 대한 애착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동이 나온 부분은 있을 것이다. 내가 일주일에 7, 80신을 찍는 입장에서 중심을 놓을 수 없었고, 놓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분위기나 서로의 친밀함에 신경을 쓰게 되었겠지. 그리고 다른 배우분들이 나를 배려해 주고 믿어 준 부분도 상당히 많아서 도움은 서로서로 주고받았다. 특히 지민이 누나는 내가 리허설 때와 다른 연기를 즉흥적으로 던질 때도 그런 것들을 다 믿어주고 받아줄 수 있는 능력자였기 때문에 내가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다. 대본에 대한 의견을 나눌 때도 박하 캐릭터만 얘기해도 될 상황에서 이각에 대한 부분까지 역할을 끌어내 준 적도 있었고 밑바탕을 깔아준 부분이 많다.

그렇게 신뢰가 쌓이면서 정말 교감하는 순간들이 있었겠다.
박유천: 19회 엔딩을 찍을 때, 리허설하기 전까지 나는 별 감정이 없었다. 그런데 리허설을 하면서 지민 누나가 감정이 확 올라오는 거다. 원래 나는 슬픈 영화를 봐도 울지 않을 정도로 눈물에 대한 감정이 없는 편인데, 그 순간 누나가 울컥하는 것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순간적으로 막 스쳐 가더라.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너무나 미안하고, 그런 마음들이 아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정도였다. 원래 그 장면에서 우는 지문이 없었는데, 그런 감정을 겪다 보니까 울면서 촬영을 하게 되더라. 다만, 사라지면서 ‘괜찮다, 괜찮다’하는 마음으로 애써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는데 방송에서는 손이 아니라 몸부터 사라지는 바람에 보면서 당황했었다. (웃음) 나는 손부터 샤샥 사라지는 줄 알고 손연기에 집중했는데, 어, 뭐지! 하면서. 그래도 리뷰나 반응들을 살펴보면 내가 전달하고 싶었던 감정을 정확히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더라. 그럴 때 정말 큰 희열을 느낀다.

“시상식을 생각하면 상이 아니라 배우들이 다 같이 앉아있는 그림이 떠오른다”
박유천│“연기 하나만으로 상황을 커버하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2 책임감에 따른다던지, 눈물을 흘린다던지 작품을 찍는 동안 자신이 갖고 있었던 장점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박유천: 어…… 이게, 자랑은 아닌데, (웃음) 내가 생각한 게 맞았구나 싶어서 굉장히 나름 뿌듯했던 장면이 처음으로 박하와 키스를 할 때였다. 이각이 그때 눈물을 흘리는데, 현장에서도 그걸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내 생각에 이각이 박하에게 고백을 한다는 건 평범한 커플이 짝사랑을 오래 하다가 이뤄지는 느낌이 아니라 조선을 포기한다는 결심에 더 가까운 거였다. 그동안 좋아하지만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 이제 고백을 함으로써 3인방을 조선으로 데리고 돌아가고,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놔 버리게 되는 아픔이 있었던 거다. 촬영을 하고 나서 그 감정에 대해 여쭤봐 주신 분이 있어서 이런 생각을 설명했더니 수긍을 해 주시는 것을 보고 조금 으쓱했던 적이 있었다. 적어도 이각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가장 깊이 생각하고 많이 고민하고 그만큼 이해하고 있었던 거니까.

예전 인터뷰를 보면 사이코 킬러처럼 강렬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런데 잘하는 연기를 좀 더 연마해서 전문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박유천: 장점만 살리기보다는 더욱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고, 여전히 사이코나 살인마 같은 극단적인 역할에 욕심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연기하는 즐거움을 더 크게 알았기 때문에 다음 선택에 대해 걱정이 있기는 하다. 지금 느낀 좋은 지점들을 찾기 위해서 또 부딪히고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아서.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해답을 찾아낸다면 그게 얼마만큼 나에게 도움이 될지 알기 때문에 두렵지는 않다.

그렇다면 다음 작품은 어떤 장르를 선택하는 게 좋을까.
박유천: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20대가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을 것 같은데, 순수한 짝사랑이랄지 더 슬프고 아련한 멜로 같은 것을 좀 더 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나이를 떠나서 궁극적으로는 훌륭한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은 것이 가장 중요한 욕심이다. 메이크업, 조명, 앵글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단지 연기 하나만으로 상황을 커버하는 그런 연기를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짧지만 순간에 보는 사람을 몰입시킬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인물을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면서 100, 아니 120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런 역할을 만나는 것이 목표다.

성과도 있었고, 포부도 큰데 올해 연기 대상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나. 방송 3사 신인상을 다 받는 것도 좋은 기록이 될 텐데. (웃음)
박유천: 시상식을 생각하면 상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한 테이블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 같이 앉아 있으면 너무 반가울 것 같다. 촬영 끝나고 다들 스케줄이 바빠서 시간이 맞는 (이)태성이 형하고만 잠깐씩 만났는데, 이제 자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벌써 아쉽다. 그런데 다들 한자리에 모여 있으면 얼마나 반갑고 신나겠나. 벌써 기다려진다!

* 더 많은 사진은 월간지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글. 윤희성 nine@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