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이다인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어요”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이다인,인터뷰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해성그룹 막내딸  최서현을 연기한 이다인./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이다인은 최근 어머니인 배우 견미리와 미국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왔다. 둘만의 여행은 처음이란다. 애틋하지 않은 모녀 사이가 어디 있으랴만 이다인과 견미리의 관계는 특별하다. 두 사람 모두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어 서로의 고충을 깊이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다인은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어떤 기분일지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며 “모든 딸들이 비슷하게 느끼겠지만 엄마를 보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의 기억이 종종 나요. 열 살이 채 되기 전의 일이죠. 새벽에 일을 마치고 들어온 엄마가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저를 안아 주시고 제 옆에 누워 계셨어요. 그러다가 다시 일을 하러 가시곤 했죠. 아련하고 먹먹한 기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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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부모님에게 예쁨 받고 싶어 하던 이다인은 연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예쁨 받고 싶던 아이, ‘를 찾아서

학창시절 이다인은 얌전한 아이였다. 그는 10대 때의 자신을 “부모님에게 예쁨 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던 아이”라고 기억했다. 부모님의 보수적인 성격도 영향을 줬지만 당시의 그에겐 또 다른 걱정이 있었다. 그는 사소한 문제라도 자신으로 인해 어머니가 해를 입을까 염려했다. 이다인은 “하다못해 친구와 다툴 때에도 엄마에게 피해가 갈까봐 무서웠다”며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 엄마의 삶을 사는 것 같던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다인이 자신을 찾은 건 대학에 들어가서부터다.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학생들의 연기를 보고 그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교수를 만났다. 이다인의 연기를 본 교수는 “왜 감정을 누르느냐. 하고 싶은 말을 왜 못하며 사느냐”고 말했다. 이다인은 “내가 많이 바뀌게 된 계기”라고 했다.

“연극영화과 진학 후 연기 공부를 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법을 배웠어요. 교수님께서 ‘아이처럼 심장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라’고 말씀하셨죠. 아이들은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잖아요. 그 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저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이다인은 이제 선뜻 가족 얘기를 꺼낸다. 그에게 끈질기게 따라붙었던 가족의 이름이 더 이상 그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어머니에게 피해가 갈까봐 감정을 누르는 법을 먼저 배웠던 그는 이제 조금씩 ‘이다인으로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저에게 집중하고 제 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해요.” 이다인은 이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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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현은 얄밉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지만 진정성을 갖고 연기하면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이다인./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황금빛 내 인생의 최서현, 외롭게 느껴졌어요.”

이다인은 지난 11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재벌그룹 해성가의 막내딸 최서현을 연기했다. 최서현은 온실 속 화초처럼 길러진 덕분에 현실감도 없고 공감능력도 떨어지지만 서지호(신현수)를 만나며 해성가 밖 세상을 알게 된다. 결국에는 뉴월드그룹과 정략결혼을 걷어차고 제 힘으로 경영 공부를 시작하는 당찬 여성으로 성장한다.

“얄밉게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였어요. 작품 초반에 나타난 모습이 특히 그랬죠. 하지만 제가 진정성 있게 연기하면, 서현이에게 공감하거나 서현이 편에서 생각해주는 사람이 생길 거라고 믿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서현이에게서 외로움을 봤거든요. 서현이는 마음 터놓을 사람 없이 늘 혼자였잖아요. 부모님에게 ‘나 좀 예뻐해 주세요’ ‘나랑 얘기 좀 해요’라고 외쳤지만 투명인간 취급을 받기도 했고요. 류 기사(위하준)의 꼬임에 넘어간 것도 기댈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서현이를 위해 준 사람은 류 기사가 처음이었으니까요.”

‘황금빛 내 인생’의 시청률이 45.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치솟으면서 이다인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다인은 “요즘은 다시보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본방송 시청률이 이렇게 높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다”며 “놀라웠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다인은 ‘유명세’에 마냥 즐거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에게 걸린 기대를 무겁게 느낀다.

“한편으로는 두려움이 있어요. (신)혜선 언니를 보면서 ‘나도 서지안 역할을 맡으면 저렇게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했죠. 몇 년 전 어느 선배님이 연기대상에서 ‘큰 상을 받는 게 무섭다’면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저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제가 더 큰 배역을 맡았을 때 저에 대한 칭찬이 뒤집어지지 않을까, 제가 더 높은 곳까지 가는 게 무서워지지 않을까 겁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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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인은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다인으로 사는 법 행복하고 싶어요

연기는 여전히 어렵다. 오디션에서 떨어지는 일도 잦다. 이다인은 “나는 모든 순간 ‘시켜만 주시면 잘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는데 오디션에서는 그게 잘 안 보이나보다”라고 말했다. 가끔 혼란스럽기도 하다. “예전에는 ‘뭘 해도 잘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2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조바심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다인은 두 다리에 다시 힘을 준다.

“힘든 일이 있어도 그걸 잡고 늘어지며 슬픔에 빠져 있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예전에는 크게 느꼈을 일 앞에서도 이제는 ‘이 또한 지나가겠지’하는 초연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성공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직업이잖아요.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놓으려고요. 제가 저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면서요.”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제법 의연해졌다. 사랑과 우정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단다. 20대 초반에는 뭐가 옳은 건지,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며 자신이 마주한 사람을 믿어도 되는 건지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을 크게 의식하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상, 새로운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지금은 많은 것에 연연하지 않으려 하고 그래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됐어요.”

이다인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행복’이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는 그의 행복을 완성하는 중요한 존재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는 이다인은 쉬는 날엔 친구들을 만나 왁자지껄하게 놀고 때론 가족에게 하지 못하는 얘기를 털어놓으며 위로를 받기도 한다. 가족에게는 “오로지 내 편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금 제게 가장 중요한 건 행복이에요. 거창한 것 말고 소소한 데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해요. 가령 피곤할 때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거나 배고플 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모두 행복이죠. 제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원하던 작품을 잡지 못해도 ‘내 것이 아니었나보다’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안하려고 하죠. 작은 일에 감사해하면서 제게 찾아온 기회에 최선을 다하려고요.”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