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스티’] 너무 열린 결말, 끝까지 안갯속…배우들의 열연은 선명했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사진=JTBC '미스티'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미스티’ 방송화면 캡처

좀처럼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안개가 짙게 깔린 도로 위를 달리던 지진희는 그대로 눈을 감고 터널로 진입했다. 그때 김남주는 누군가에게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눈물을 글썽였다. 동시에 들리는 지진희의 목소리. “혜란아, 지금 행복하니?”

지난 24일 막을 내린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 연출 모완일)의 마지막 장면이다. 지난달 2일 안개가 자욱한 교통사고 현장을 보여주며 막을 올린 이 드라마는 끝까지 희미했다. 극 초반부터 끌고 온 케빈 리(고준) 살인사건의 범인은 강태욱(지진희)이었고, 마침표를 찍을 때가 돼서야 밝혀졌다. 혜란을 사랑하는 마음에, 질투심에 눈이 멀어 저지른 태욱의 우발적 행동이었다. 이를 알게 된 고혜란(김남주)은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형사 강기준(안내상)이 수사망을 좁혀왔고, 여러 사람들이 태욱에게 의구심을 품자 끝내 그는 자수를 결심했다. 케빈 리 사망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혜란이 누명을 벗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태욱이 담담한 표정으로 경찰서로 걸어가고 있을 때 이미 하명우(임태경)가 도착해 자신이 케빈 리를 죽였다고 털어놨다. 그가 또 한번 혜란을 위해 나섰다.

안개가 걷히고 모든 게 명확해질 줄 알았으나 상황은 다시 묘연해졌다. 명우는 태욱에게 “혜란을 옆에서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마치 없던 일처럼 살아야 하는 태욱과 혜란.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이 맡은 인터뷰 프로그램에 태욱을 초대한 혜란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를 기다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뚫고 혜란을 향해 달려가던 태욱은 지난날을 떠올렸다. 케빈 리 사망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혜란이 경찰 조사를 받던 그날, 자신이 모든 걸 내려놓고 솔직하게 털어놨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읊조렸다. 그대로 눈을 감고 속력을 내며 터널로 들어간 것이 태욱의 마지막 모습이다. 혜란은 행복하냐는 질문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분명 무언가를 향해 달려갔지만 목표도, 행복도 희미해진 두 사람의 말로였다.

사진=JTBC '미스티'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미스티’ 방송화면 캡처

◆ 열려도 너무 열린 결말

사실 ‘미스티’는 엔딩을 위해 달려온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처음부터 케빈 리 사망을 수면 위로 띄웠고, 그 중심엔 용의자로 지목된 혜란이 있었다. 혜란이 누명을 벗는 과정에서는 여러 등장인물이 시청자들의 의심을 받았다. 케빈 리의 아내 서은주(전혜진)를 비롯해 극 초반에는 혜란의 라이벌로 두각을 나타낸 한지원(진기주)도 용의선상에 올랐다. 중반을 지났을 땐, 곽기석(구자성)도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진범 찾기’는 ‘미스티’를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작가도 의구심을 품도록 덫을 뿌렸다. 내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란을 향한 복수심을 드러낸 은주부터 케빈 리가 사망하기 전 방송국에서 그와 전화통화를 한 지원, 혜란과 케빈 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기석 등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는 끝내 명확하게 풀리지 않고 끝이 났다.

태욱의 마지막도 지나치게 열린 결말이라는 지적이다. 자수 결심을 뒤로 한 태욱이 혜란과의 인터뷰를 위해 방송국을 가는 도중에 마치 죽음을 암시하듯 눈을 감고 터널로 사라졌다. 혜란의 스타일리스트가 혜란의 휴대전화를 대신 받고 놀라는 모습이 이를 뒷받침했다. 태욱 옆에는 혜란의 것으로 보이는 장미꽃 다발이 놓여 있었다. 이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그의 행동 역시 우발적임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몇 년 후’라는 자막으로 ‘그렇게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뻔한 결말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마지막 회에 원성이 쏟아지는 이유는 결말에 비친 혜란과 태욱의 모습은 그동안 두 사람이 보여준 뚝심과 신념 등을 완전히 무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혜란은 ‘정의 구현’을 위해 앵커로서 사명감을 갖고 살았다. 높은 이들에게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고, 그러기 위해서 더 올라가고 싶다고 했던 그다. 혜란은 겨우 “행복하냐”는 질문에 속으로 ‘다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손을 펴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어쩌면 잡히지도 않을 걸 잡기 위해 미친 듯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태욱은 사랑을, 혜란은 행복을 좇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것처럼 보여 안타까웠다.

사진=JTBC '미스티'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미스티’ 방송화면 캡처

◆ 그럼에도 선명한 배우들의 열연

다소 아쉬운 결말에도 ‘미스티’를 빛나게 한 건 배우들의 열연이었다. 첫 회부터 시청자를 사로잡은 김남주는 최종회에서도 뜨거운 눈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태욱이 범인이란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미세하게 흔들리는 눈빛과 두려워하는 표정, 아이처럼 흐느끼는 모습까지 한 사람의 감정 변화를 다채롭게 표현하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태욱을 사랑하면서 괴로워하는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의 기복도 그의 내공 덕분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앵커라는 직업 특성을 살려 차분면서도 똑 부러지는 목소리와 말투, 냉기가 도는 눈빛까지 말이 아니면 눈과 몸짓으로 고혜란을 완성했다. 첫 회부터 내내 그는 고혜란이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가장 먼저 김남주를 떠올렸다”고 밝힌 모완일 PD의 말은 적중했다. 시청자들 역시 김남주가 아닌 고혜란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라며 매회 그를 향한 호평을 쏟아냈다.

지진희, 전혜진도 후반부로 갈수록 극을 단단하게 잡아줬다. 전혜진은 극 중 남편이 죽고 유산까지 겪으며 돌변한 은주를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보여줬다. 적정선을 지키며 열연한 덕분에 여러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았다.

지진희는 회를 거듭할수록 빛이 났다. 그저 착하고 바른 남편, 뚝심 있는 변호사에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로서의 매력을 드러냈다. 혜란 옆에서 그를 다그치고 다독이는 역할을 한 보도국장 장규석 역을 맡은 이경영도 극에 활기를 더했다. 특히 혜란이 누명을 벗는 법정 장면에서 결정적인 증언을 하며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처럼 ‘미스티’의 등장인물은 모두 살아있었다. 첫 회부터 끝까지 모두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담았다. 비중이 적은 배역까지 모두 살아있도록 만든 건 작가의 필력과 배우들의 힘이 합쳐져야 가능한 일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