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

장동건: “두 마디했는데 지루하대.” -장동건, SBS 에서
가장 잘 생긴 남자. 가장 성공한 남자. 가장 모범적인 남자. 그래서 신사. 그런데 재미있나?

장동건
법정: 를 지은 승려. 장동건은 고 3 때 를 읽으며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항상 예의가 발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고 하니, 그의 반듯한 이미지는 그 때 완성됐다고 할 수 있을 듯. 여기에 그의 아버지는 주말마다 아들과 TV로 영화 프로그램을 함께 봤고, 장동건은 “일기 속에서도 자신을 멋있게 묘사할 때”도 있었다. 잘생기고 모범적인 배우의 인생은 이때부터 준비된 건지도. 하지만 당시 장동건은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다. 대입을 준비하던 시절 학원비를 벌려고 등만 나오는 CF모델을 하다 모델료가 25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올랐는데, “탤런트를 하면 얼굴이 유명하지 않아도 광고 한 편에 200만 원은 받는다”는 말을 듣고 MBC 공채 탤런트에 응시했다.

김찬우: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장동건은 탤런트 합격 후 지나가는 행인이 경력의 전부라고 할 만큼 연기 경력이 없다시피한 상태에서 의 주연을 맡았다. 어색한 연기는 피할 수 없던 수순. 당시 연출자이던 최윤석 감독은 배우 교체를 고민했지만, 배가 고파 만두를 훔쳐먹는 신에서 정말 이틀을 굶고 촬영을 하는 자세를 보고 계속 기용했다. 그리고 스타 탄생.

심은하: MBC 의 다슬이. 장동건처럼 생긴 남자가 농구를 하고, 심은하처럼 생긴 여자와 연애를 했던 이 드라마로 장동건은 톱스타가 됐다. 장동건을 비롯한 의 출연진이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던 연세대 농구팀이 친선 경기를 했을 정도. 하지만 갑작스럽게 얻은 인기는 그의 잘생긴 얼굴과 함께 연기력을 지적받도록 만들었고, MBC 에서는 사극 연기를 하면서 “한계가 여지없이 탄로”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를 끝으로 연기활동을 중단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을 선택한 것이야말로 그의 마지막 승부였던 건지도 모른다. 이후 장동건은 컴백작인 MBC 를 통해 자신의 의술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의사를 연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는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펑펑 우는 자신의 슬픔에 대해 분석할 만큼 연기에 몰두했고, 연기를 위해서라면 과감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잘생기고 반듯한 주인공이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유니크해지기 시작했다.

박중훈: 영화 에 함께 출연한 배우. 당시 장동건은 몇 편의 영화에 실패하면서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내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고, 안성기와 박중훈이 출연한다는 걸 알고 “배울 게 많은 것 같아” 작품을 선택했다. 이후 장동건은 시나리오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 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의 의 출연을 결정하는 등 믿을 수 있는 사람과의 작업을 선호한다. 그가 MBC 의 ‘무릎 팍 도사’ 대신 KBS 첫 게스트로 출연한 이유이기도 할 듯. 장동건은 에서 평범한 형사를 연기하면서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당시 이명세-안성기-박중훈이라는 한국영화계의 대표주자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영화의 매력을 알기 시작한다. 로 모험적인 선택을 하고, MBC 에서는 다시 매력적인 재벌 2세로 대중적인 어필을 한다. 자신이 대중에게 어필해야할 이미지와 배우로서 가져나가야 할 내실을 동시에 가져가던 시절.

곽경택: 장동건을 한국영화계 한 가운데로 진입하도록 만든 인물. 는 당시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자리 잡았고, 장동건의 악역 연기는 미남 배우의 연기 변신에 대한 가장 극적이고 모범적인 사례로 남았다. 너무 잘 생겨서 “한석규나 박신양처럼 생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까지 하던 배우가 드디어 연기력까지 완전히 인정 받았다. 비현실적인 외모에 반듯하고 선한 이미지가 많던 그는 를 통해 현실에서 구르는 나쁜 남자가 됐고, 그만큼 작품 전체를 강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또한 장동건은 곽경택 감독에게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가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장면 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달라고 부탁했는데, 이는 이후 오랫동안 장동건이 보여주는 캐릭터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로 정점을 찍는 순간 출연료를 낮추면서까지 김기덕 감독의 을 선택했다. 잘 생겼는데 연기는 역동적이고, 선택은 재미있다. 다 가진 인생의 완성.

원빈: 또 하나의 비현실적인 생물체. 두 사람이 영화 에 출연한다는 건 흙먼지를 뒤집어써도 잘 생긴, 총알도 피해갈 것 같은 두 명의 얼굴이 2시간 이상 전쟁터에서 뛰어다닌다는 의미였다. 꽃미남을 좋아하든, 전쟁영화를 좋아하든, 남북분단의 역사에 관심이 있든 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장동건은 파괴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힘을 가진 톱스타가 됐다. 본디 선하지만 어떤 이유에 의해 광기에 사로잡히고, 결국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비극을 맞이하는 인물. 그런데 얼굴이 장동건이다. 가 악역 캐릭터를 통해 장동건의 기존 이미지를 뒤집었다면, 는 그에게 흙먼지를 묻히는 전쟁터에 밀어 넣었다. 언제나 모범적인 미남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되, 예상외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선택 하나하나가 흥미로우면서도, 그 선택들이 절대다수의 대중을 납득시켰다.

장진: 의 감독. 이후 과 이 연이어 제작비에 비해 좋지 않은 성과를 거둔 상황에서 ‘대통령 장동건’을 보여준 는 그의 이미지를 다시 한 번 일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몇 년 동안 전쟁터를 휩쓸며 돌아다니는 강인한 남자를 연기하던 그가 수트를 입은 대통령이 된 것도 흥미로웠지만, 의외로 허술한 모습이 있는 대통령이라는 캐릭터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의 모습을 뒤튼 것이었다. 그러나 장동건의 망가진 모습이란 방귀를 뀌는 정도였고, 그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은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표정 관리를 잘 못하는 것 정도다. 그는 영화에서 결국 확고한 신념으로 멋진 연설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역사적으로 잘생겼고, 연기력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흥행도 1등에 선행도 끊임없이 한다. 심지어 명필에 야구장에서 투수로 나서면 최고 120km대의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다. 공형진을 비롯한 동료들은 끊임없이 그의 착한 성품에 대해 증언했다. 너무나 부럽지만, 생활의 때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인생. 그리고 장동건은 영화에서마저 타인과 섞이지 않는 절대적인 위치의 남자가 됐다. 는 자신의 기본적인 이미지 위에 의외의 선택을 더하는 장동건의 매력이 또 한 번 성공을 거둔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것마저 장동건의 예상가능한 선택처럼 보이는 시작이기도 했다.

강제규: 에 이어 를 연출한 감독. 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가 주연을 한다는 점에서 와 비교됐다. 하지만 의 장동건이 전쟁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가며 점점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히는 반면, 강제규는 에서 장동건을 “주변을 변화시키는 인물”로 만들고 싶어했다. 전쟁으로 인해 포악해지는 캐릭터의 성격은 아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분리시켰고, 장동건은 스스로 “너무 정의롭고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인물이지만 가치있는 역할”이라고 할 만큼 전쟁 속에서도 인격적 고결함을 지키는 캐릭터로 남았다. 가장 모범적인 배우가 가장 올바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재미없는 선택, 재미없는 결과.

고소영: 1990년대의 톱스타. 장동건의 아내. 장동건을 처음 봤을 때는 “딱히 이성으로 느끼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보니 멋있는 남자가 돼 있었다고. 고소영이니까 할 수 있는 말 일듯. 장동건은 ‘고소영’과 결혼하는 남자고, 그만큼 그는 더 하늘에 떠 있는 스타처럼 보인다. 팬들이 모여 무작정 스타를 기다리는 QTV 이 첫 대상으로 장동건을 고른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장동건은 20년째 톱스타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영화 안에서도 좀처럼 평범한 캐릭터를 맡기 어렵다. 그리고 그럼에도 에 영상편지를 보내는 매너를 보여주는 사람이 장동건이다. 장동건은 대중의 스타이고, 지금도 대중 속에서 활동하지만 동시에 대중과 가장 멀리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동건은 아기가 생긴 후 “마음이 자꾸 평온해지고 순화”되는 느낌을 받았고, “감정의 진폭이 큰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소영과의 결혼으로 대외적인 이미지는 더 비현실적인 스타가 됐지만, 장동건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육아문제는 그에게 경험하지 못했던 현실에 다가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장동건은 SBS 에 출연했다.

김은숙: 의 작가. 장동건에게 다소 허술한 데가 있는 바람둥이 건축가를 연기하도록 만들었다. 에서 장동건은 몸매 좋은 여자에게 쉽게 시선을 뺏기고, 친구와 티격태격하며, 김하늘을 의도적으로 괴롭히기도 한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주인공이 장동건이라는 것만으로도 캐릭터는 전형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문제는 장동건이 어디까지 더 나갈 수 있느냐다. 장동건이 다소 가벼운 모습을 가진 중년의 건축가를 연기할 때, 그는 어디까지 속되고, 어디까지 경박해질 수 있을까. 남자 주인공이 때론 하염없이 망가지고, 여주인공과 아이처럼 티격태격하기도 하는 김은숙의 드라마에서, 장동건은 좀 더 ‘촉새’ 같아져도 좋을지 모른다. 지금 장동건에게 필요한 건 역시 장동건은 멋있다는 말이 아니라, 유들유들하게 현실을 살아가며 예측하기 어려운, 재미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차기작 역시 바람둥이 역할을 하는 임을 생각하면, 그는 또 한 번 새로운 선택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장동건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이것 아닐까. 장동건, 살아있네!

Who is next
장동건과 SBS 에 출연한 김상중과 SBS 에서 주연을 맡은 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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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