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영웅은 오고 있는가

<각시탈>, 영웅은 오고 있는가 1회 KBS2 수-목 오후 9시 55분
준비를 위한 한 회였다. ‘각시탈’이라는 영웅의 필요는 매국노 이공의 화려한 장례식과 거리에서 벌어지는 조선인을 향한 폭력의 대조를 통해 설명된다. 독립군을 잡으면 특진을 하고 화려한 생활이 보장되는 “천황 폐하”의 세계와, 독립군으로서 죽음을 맞은 아버지와 고문으로 바보가 된 형이 존재하는 식민지 조선이라는 현실의 대조는 이강토(주원)가 “깜냥”껏 “살아보”기 위해 선택한 삶의 방식을 이해시킨다. 각시탈의 등장이 그러하듯 인물들의 과거는 적재적소, 예상 가능한 위치에서 어김없이 치고 들어온다. 이강토의 어머니 한씨(송옥숙)가 사진을 바라보면 우애 좋던 형제의 지난날이, 서커스 공연을 준비하던 목단(진세연)이 간직하고 있던 칼을 내려다보면 목단과 강토의 과거가 이어진다. 기무라 ?지(박기웅)가 자신을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에스더를 떠올리면 어린 목단이 기도하는 장면이 이어져 세 사람의 과거를 연결시키기도 한다. 이는 의 첫 회가 이야기로서의 재미보다 앞으로 펼쳐질 서사의 준비를 위해 놓여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딱 들어맞게 준비된 세계는 작위적이고 구태의연하게 느껴지는 연출과 인물관계라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공의 장례식에서 조단장(손병호), 오동년(이경실), 신난다(이병준) 세 사람의 대화는 화면으로 이미 보여준 조선의 현실을 준비된 시각으로 해설한다. 강토와 ?지의 우정은 두 사람의 검도 시합과 그 시합 후 바닥에 누워 대화를 나누는 익숙한 장면을 통해 전달된다. 목단이 간직한 칼은 목숨을 구해준 도련님과의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낯익은 인연을 보여준다. 이는 악인으로 등장한 주인공이라는 희소한 설정이 가져오는 매력을 반감한다. 모든 상황은 설명되었고, 이제 이야기는 달려 나갈 준비를 마쳤다. 그러므로 처음으로 다시 돌아온 이야기의 막바지에야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던져진다. 프롤로그는 끝났다. 충실히 준비된 세계 안에서 탄생하게 될 영웅은 우리를 어디까지 이해시킬 수 있을까.

글. 김지예(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