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비>, 끝까지 벗어나지 못한 그들만의 정원

<사랑비>, 끝까지 벗어나지 못한 그들만의 정원 마지막 회 KBS2 목 9시 55분
인하(정진영)와 윤희(이미숙)는 떠났고, 준(장근석)과 하나(윤아)는 남았다. 어떻게든 함께였다. 그리고 준은 내레이션을 통해 그들의 시간을 정리한다. “그렇게 우리의 운명적 연애의 시대가 지나갔다. 그리고 그렇게나 바라던 평범한 매일 매일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비극은 그들의 사랑이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번도 평범한 적이 없었다는 데 있었다. 안정을 찾은 하나와 준은 다른 연인들처럼 티격태격 하면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놀이공원 가는 평범한 데이트는 이제 좀 지겹다”고 투정했지만, 정작 는 그런 일상적인 ‘보통의 연애’의 순간들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그 때문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에도 실패했다.

어제 준이 아름답게 장식된 화이트가든에서 하나와 함께 다이아몬드 스노우의 순간들을 기록한 스틸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던 장면은 이 드라마의 성격을 그대로 압축한다. 그들의 사랑은 시작하는 시점이나 위기 때나 늘 특별하고 낭만적인 여행지의 배경을 필요로 했으며, 그래서 그저 아름다운 화보 혹은 로맨틱한 이벤트 같았다. ‘다시 헤어지기 싫다더니 벌써 다섯 번째’ 이별이라며 장난스럽게 다투던 하나와 준의 대사처럼 모든 이별과 재회의 과정도 운명적 사랑이라는 결벽증 같은 결말을 향한 의미 없는 반복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준과 하나는 슬라이드 사진을 함께 보던 프로포즈의 순간부터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차려입고 웃는 마지막 장면까지 결코 화이트가든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만의 화사한 정원에 갇혀 있던 윤석호 월드의 다섯 번째 계절이 졌다.

글. 김선영(TV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