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로맨스’ 종영] 수신되지 못한 아날로그 감성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KBS2 '라디오 로맨스'의 윤두준(왼쪽)과 김소현/사진제공=얼반웍스, 플러시스 미디어

KBS2 ‘라디오 로맨스’의 윤두준(왼쪽)과 김소현/사진제공=얼반웍스, 플러시스 미디어

KBS2 월화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의 시청률 곡선은 작품이 방영된 지난 8주 동안 꾸준히 하락세를 그려왔다. 5%대 시청률로 첫 방송했던 이 작품은 종영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자체 최저 시청률 2.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찍는 굴욕을 맛봤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라디오 로맨스’는 톱스타 지수호(윤두준)와 그를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로 섭외한 보조작가 송그림(김소현)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 20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지수호와 송그림은 결혼을 약속하며 해피 엔딩을 맞았다. 지수호는 어머니 남주하(오현경)와 화해했고 송그림은 프라임 시간대 프로그램의 메인PD가 됐다.

작품은 ‘아날로그 감성’을 내세웠다. 연출을 맡은 문준하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요즘 드라마들이 센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우리 드라마는 아날로그 감성을 담았다. 편안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자극적인 갈등이나 절대적인 악역이 없다는 점에서 문 PD의 설명은 맞았다. 지난 16회 동안 등장인물들은 연인·가족·친구와의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나누며 한층 성장했다. 작가는 최종회에서 송그림의 입을 빌려 ‘사랑은 불완전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윤두준(왼쪽)과 김소현/사진제공=얼반웍스, 플러시스미디어

윤두준(왼쪽)과 김소현/사진제공=얼반웍스, 플러시스미디어

그러나 작품의 선한 메시지가 부족한 재미를 채우지는 못했다. 영상과 모바일에 밀려 잊혀져가는 라디오를 소재로 삼은 것은 신선했다. 하지만 까칠한 톱스타와 패기 넘치는 방송작가가 티격태격하다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진부했다. 로맨틱코미디가라면 쫄깃하고 재치 있는 연출과 대사가 필수적이다. 바로 여기에서 작품의 패인은 발견된다. 클리셰를 가져다 썼는데 연출마저 미지근했다. 시청자가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드라마의 전개도 늘어졌다. 지수호가 송그림의 프로그램에 DJ로 출연하는 과정을 그리는 데 작품은 4회를 할애했다. 2회에서 DJ 제안을 받아들였던 지수호는 다음 회에서 출연 조건을 놓고 또 다시 송그림과 갈등하며 시간을 끌었다. 지수호와 송그림이 처음 입을 맞춘 건 10회에 이르러서다. 다른 드라마들이 1회부터 갈등관계를 쏟아 내거나 진한 애정 신을 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아날로그 감성’은 지켰지만 호기심을 붙들진 못했다.

‘라디오 로맨스’가 부진한 동안 경쟁작 SBS ‘키스 먼저 할까요?’가 12%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어른 멜로’를 표방한 이 작품은 전개 초반부터 돈과 성애를 전면에 내세우며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키스 먼저 할까요?’와 ‘라디오 로맨스’를 어른 멜로와 청춘물의 대결 구도로 조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위 높은 대사로 화제가 된 ‘키스 먼저 할까요?’에는 어른들의 외로움과 고독함이 있고 그것을 웃기면서 슬프게 그려내는 묘미가 있다. 반면 ‘라디오 로맨스’는 자극적이지 않았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렇다 할 흥미요소를 보여주지 못했다. ‘라디오 로맨스’가 안방극장에 제대로 수신되지 못한 이유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