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뮤지컬 배우’ 된 이석훈 “나와 닮은 찰리, 연기의 맛 알았다”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이석훈,인터뷰

‘킹키부츠’로 뮤지컬에 데뷔한 SG워너비 이석훈.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석훈이 자신의 이름 앞에 그룹 SG워너비의 멤버, 솔로 가수에 이어 ‘뮤지컬 배우’를 더 얹었다. 2008년 SG워너비 새 멤버로 합류해 올해로 꼭 10년째다. 팀에 녹아들어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2010년부터는 솔로 음반을 발표하며 혼자서도 무대에 올랐다. 줄곧 음악 방송에만 출연한 그가 올해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오는 4월 1일 막을 내리는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찰리 역을 맡아 3개월 이상 그 인물로 살고 있다.

첫 도전이어서 걱정도 했지만 무엇보다 작품이 워낙 좋았고 극 중 찰리가 꼭 자신 같아서 선택했다고 한다.

“SG워너비로 데뷔할 때는 ‘됐다!’라며 자신감이 넘쳤어요. 뮤지컬 첫 공연 전날엔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웃음) 자다 깨다를 반복했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편해지더군요.”

이석훈은 “어느날 ‘킹키부츠’의 제리 미첼 연출가의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며 “오디션 때도 떨었는데 그 모습이 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작품이 좋다는 걸 느꼈고, 무엇보다 찰리가 저와 닮았어요. 첫 뮤지컬이지만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습니다. 가수 이석훈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도 거리가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넘버(뮤지컬 삽입곡)도 팝에 가깝고요.”

이석훈,인터뷰

이석훈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석훈은 극 중 찰리를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우리’라고 설명했다.

“이끌려 다니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지만, 결국 마음을 먹으면 달리는 모습이 저와 흡사했어요. 아마 관객들도 찰리를 보면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완벽주의자를 지향한다는 그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여 본격 연습을 시작하기 전부터 공연 준비를 했다.

“연습하기 전부터 한국 제작진에게 연기 지도를 부탁했어요. 연기 경험이 없잖아요. 처음에는 상대의 눈을 보고 연기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다섯 차례 정도 연습을 먼저 한 다음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어요. 그랬더니 눈을 보면서 연기해도 떨리지 않았습니다. 다 같이 하니 더 재미있고요. ‘이래서 연기를 하는구나’라는 걸 조금은 알게 됐죠.”

이석훈은 자신을 추천하고 뽑아준 제작진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과분한 믿음을 갚겠다고 덤볐다. 의심받을 연기를 보여줘선 안되니까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진짜 잘하고 싶었어요. 후회하는 걸 워낙 싫어합니다. 그럼에도 ‘노래 연습을 더 했으면, 곡을 더 쓰고 고쳤으면’이라는 생각을 늘 했어요. 나중에 뮤지컬이 끝나고 돌아봤을 때, 그런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이번엔 더 심하게 연습했어요. 조금도 후회하기 싫어서 대본도 계속 봤고요.”

공연 연습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게 아니다. 공연을 올리기 전부터 두 달 이상을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호흡을 맞춘는 식이다. 이석훈은 전체 연습이 끝난 뒤에도 홀로 남아 연습을 더 했다.

“새로운 환경에 모든 게 처음이었죠. 그래서 더 신났고요. 지칠 때도 있었습니다. 한 달 반쯤 지나니까 쉬고 싶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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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훈은 “좋은 뮤지컬이 있으면 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목소리’다. 찰리의 감정에 따라 음색도 다르게 낸다. 어리숙하고 늘 쭈삣거리며 자기 주장이 없는 찰리가 자리를 잡은 다음부터는 목소리를 낮춰 진중함을 표현한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하는 게 이석훈의 ‘뚝심’이다.

“노래할 때도 똑같아요. 지나치게 관객, 청취자, 시청자를 위해 음악을 하는 이들은 생명력이 짧다고 생각해요. 진짜 아티스트는 주관이 확실해요. 끝까지 밀어붙이고요. 연기도 마찬가지죠. 제가 부족하더라도 그게 찰리고, 또 그게 저예요.”

모든 걸 다 쏟아내고 마지막 커튼콜 때는 울컥한다. 관객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서 ‘뮤지컬의 맛’을 알았다.

반듯하고 성실한 이미지 덕분에 ‘교회 오빠’라고 불리는 이석훈. 지난해 4월 방송된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보컬 선생님으로 등장해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 방송 내내 ‘의외의 모습’ ‘재발견’이란 말이 따라 다녔다.

“방송에 자주 노출이 안 돼 그런 것 같아요.(웃음) ‘교회 오빠’로 살다가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까칠하고 시원하게 조언하는 모습을 보고 ‘새롭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서는 ‘허당’같은 면도 드러나서 ‘너 이렇게 재미있는 애였어?’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데뷔한지 10년을 넘기며 수식어를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2016년 결혼해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최근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리며 축하를 받았다. 그는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여유가 생긴 건 아니에요. 대신 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젠 한 가정의 중심이니까요”라고 답했다.

스스로에게 ‘잘했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 이석훈은 ‘킹키부츠’를 마치고는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뮤지컬도 욕심나는 작품과 배역이 있다면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