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이 추천하는 이 작품] ‘환절기’, 성장의 계절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환절기' 메인 포스터

/사진=영화 ‘환절기’ 메인포스터

처음으로 아들이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우울증으로 엄마를 잃은 용준(이원근)의 시선은 왠지 친구 수현(지윤호)보다 수현의 엄마 미경(배종옥)에게 머무는 시간이 많다. ‘환절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영화다. 수현, 용준, 미경이 만들어 내는 뜻밖의 삼각관계에 묘미가 있다.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계속 삼각형을 그리며 관계를 형성한다. 수현, 용준, 미경이 큰 삼각형을 그리고 있다면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작은 삼각형들이 들어있다. 때론 한눈에 들어오고 어떤 건 잘 보이지 않는 삼각형들이 축적되어 ‘환절기’가 완성된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를 ‘환절기’라고 한다. 고등학생 수현과 용준, 갱년기에 접어 든 미경, 이들은 모두 환절기를 보내고 있다. 미경은 사업 차 필리핀에 간 남편과 오래 동안 떨어져 살고 있다. 홀로 아들을 키우는 미경은 경제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건망증만 심해져가는 무미건조한 일상에 지쳐 있다.

모범생 아들은 속 썩이는 일은 하지 않지만 도통 속을 알 수 없다. 그렇게 고요한 수현과 미경의 집에 용준이 찾아오면서 무채색 일상에 조금씩 색이 채워져 나간다. 미경은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수현은 말수가 많아졌다.

미경과 용준을 잇는 연결고리 수현은 성소수자라는 것만 제외하고는 매우 평범해 보인다. 부모의 사이가 좋지 않지만 사랑 받고 자랐고 공부도 잘 한다. 반면 용준은 상처 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힘들게 살아왔다. 자신이 바라는 것은 모조리 어긋나서 아예 소원을 빌지 않는 아이다.

이 영화는 무난한 수현보다는 항상 웃고 뭐든지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용준이라는 인물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얼마나 아프면 저렇게 마음을 비우고 살아갈 수 있는지 가슴 아프다.

돌발적인 사고가 발생하면 가려진 이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식물인간 상태로 병상에 누워 있는 수현과 아들을 돌보는 미경을 보여주는 첫 장면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만 알려준다.

4년 전으로 플래시백 되면 세 사람의 만남이 그려지고 이들이 어떻게 사건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 대체로 이면은 불편하다. 특히 미경에게 아들의 이면은 낯설고 두렵고 화나는 것이었다. 사고가 생기고 미경은 아들을, 용준은 연인을 잃었다. 연결고리 없는 미경과 용준의 관계는 삐걱거린다.

‘환절기’에는 몇 번의 환절기가 등장한다. 수현이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동안 미경과 용준은 각자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미경은 필리핀에서 딴 살림을 차리고 있는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과 둘만 남고, 용준은 아버지의 사망으로 형과 둘만 남게 된다. 갈 데 없는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막다른 골목에서 안간힘을 쓰며 버틴다.

‘환절기’는 아이와 어른 모두 성장하는 이야기다. 성장은 하되 그 끝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지 않아서 좋다. 영화는 성장판을 열어 둔 채 끝을 맺는다. 성장에는 끝이 없다. 성장의 끝은 곧 노화이기 때문이다. 20대 용준도 인생 후반전을 맞이한 미경도 아직 성장 중이다.

이동은 감독의 데뷔작 ‘환절기’는 이동은, 정이용의 그래픽 노블 ‘환절기’를 영화화했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상영작이다. 이동은 감독의 두 번째 작품 ‘당신의 부탁’도 4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현경(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