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공연] 존 레전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야 해요”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미국 팝가수 존 레전드/사진제공=A.I.M

미국 팝가수 존 레전드/사진제공=A.I.M

“여러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야 해요.” 한국을 찾은 미국 팝스타 존 레전드는 몇 번이나 이렇게 강조했다. 연인과 가족, 친구를 향하던 그의 사랑은 급기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인류애로 커졌다. 존 레전드가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이번 공연은 존 레전드의 다섯 번째 정규음반 <다크니스 앤 라이트(Darkness and Light)> 발매를 기념한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열렸다. 앞서 예매 개시 3분 만에 4000여석의 좌석이 모두 매진되며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존 레전드는 약 2시간 동안 26곡을 부르며 관객들과 호흡했다.

공연은 <다크니스 앤 라이트>의 첫 번째 트랙 <아이 노우 베러(I Know Better)>로 시작됐다. 공연 직전까지 떠들썩한 연주로 분위기를 달구던 악기들은 존 레전드가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리자 일제히 숨을 죽였다. 오직 카베 라스테갈이 연주하는 베이스 기타만이 조용히 존 레전드의 뒤를 받쳐줬다.

미국 팝가수 존 레전드/사진제공=A.I.M

미국 팝가수 존 레전드/사진제공=A.I.M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 존 레전드는 최신 발표곡과 과거 히트곡을 골고루 섞어가며 무대를 이어갔다. <투나잇(Tonight)> <러브 미 나우(Love Me Now)> <메이드 투 러브(Made to Love)> <유즈드 투 러브 유(Used to Lov U)> <세이브 더 나이트(Save the Night)> 등 흥겨운 곡들이 관객을 춤추게 만들었다. 영화 ‘라라랜드’에 삽입됐던 <스타트 어 파이어(Start A Fire)>가 연주됐을 땐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노래뿐만 아니라 쇼맨십도 대단했다. 존 레전드는 무대 이곳저곳을 오가며 관능적인 몸짓으로 춤췄다. 피아노 연주에 몰입해 있다가도 이따금씩 객석으로 얼굴을 돌려 ‘꽃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 <슬로우 댄스(Slow Dance)>를 부를 때에는 즉석에서 관객을 무대 위로 올려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존 레전드는 이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재킷을 훌러덩 벗어 던졌다. 급기야는 관객 앞에서 무릎을 꿇고 구애를 하는 듯한 춤사위를 보이기까지 했다.

존 레전드는 몇 번이고 ‘서로를 사랑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가끔 사랑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메간 트레이너와 함께 불렀던 <라이크 아임 고너 루즈 유(Like I’m Gonna Lose You)>를 선곡했다. “마치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당신을 사랑하겠다”는 내용의 노래다. 그의 목소리에서 시작된 온기가 멜로디와 가사를 타고 공연장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미국 팝가수 존 레전드/사진제공=A.I.M

미국 팝가수 존 레전드/사진제공=A.I.M

‘사랑’을 운송수단으로 삼아 존 레전드는 관객들과 함께 시공을 오갔다. <펜트하우스 플로어(Penthous Floor)>를 부르며 세상의 시끄러움이 닿지 않는 펜트하우스로 안내했고, 커티스 메이필드의 <수퍼플라이(Superfly)>를 부르기 전에는 딸 루나가 태어나던 때의 일화를 들려주며 2016년 미국 LA의 한 병원으로 관객들을 데려갔다. 그는 “(아내가 아이를 낳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음악을 트는 것뿐이었다”며 “딸이 태어나던 순간에 흐르던 음악을 잊을 수 없다”는 말로 <수퍼플라이>를 소개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아무 차별 없이 모두가 평등한 곳에 관객들을 데려다 놨다. 앙코르곡 <올 오브 미(All Of Me)>와 <글로리(Glory)>를 부를 때였다. 그의 뒤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과 흑인 인권 운동 영상이 상영됐다. ‘여기 자유를(Freedom Now)’ ‘흑인의 목숨 또한 중요하다(Black Live Matter)’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전광판을 메웠다. 어지러운 영상을 뒤로 한 채 존 레전드는 평화로운 목소리로 영광(Glory)을 노래했다.

“<글로리>는 제 친구 코먼과 함께 쓴 곡입니다.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정의와 평등을 위해 행진한 모든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한 노래입니다. 정의와 자유,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 노래를 사용하길 바랍니다. 여러분. 언젠가 영광의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영광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