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내인생’ 종영②] 2% 부족한 성장 드라마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황금빛 내인생' 공식 포스터/사진=KBS 제공

‘황금빛 내인생’ 공식 포스터/사진=KBS 제공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의 등장인물은 누구 한 사람도 ‘황금빛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가난 때문에 집안이 송두리째 흔들린 주인공 서지안(신혜선)의 가족은 물론이고 재벌 해성그룹 식구들 역시 겉으로 드러난 부와 달리 안으로는 곪고 있다. 이 가족에게 개인적 욕망은 사치다. 해성그룹 경영권 승계라는 혜택이자 의무만 남는다.

‘황금빛 내 인생’을 이끄는 주된 이야기는 흙수저 서지안과 해성그룹 후계자 최도경(박시후)의 사랑, 그리고 서태수(천호진)의 희생적인 부성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개인이 그 자신으로서 곧추 서는 과정이 담겼다.

대기업 입사를 꿈꿨으나 낙하산 친구에게 밀렸던 서지안은 해성그룹에 들어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애쓴다. 가짜 딸이라는 것이 밝혀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작정까지 했다가 김 양식장에서 다시 삶을 발견한다. 그에게 가족은 한 때 앞길을 가로막던 벽이었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 되기도 했다가 외면하고 싶은 무언가가 된다. 어떤 의미로든 가족은 서지안을 얽매는 것이었다. 서지안의 자아 앞에 가족이 먼저 섰던 셈이다.

서지안과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해성가의 사정도 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에겐 가족이 앞길 그 자체다. 노명희(나영희)는 아들 최도경에게 해성그룹 후계자 자리를 물려주고 싶어 하고 이 가정 내의 모든 행위는 노명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뤄진다. 다시 말해 이 가족에게 개인의 자아는 지워지고 ‘해성 그룹 딸’ ‘해성 그룹 사위’ ‘해성 그룹 후계자’ 등의 지위만 남는다.

사진=KBS2 '황금빛 내인생' 방송 화면

사진=KBS2 ‘황금빛 내인생’ 방송 화면

작품은 개인과 가족의 갈등을 통해 한 사람이 오직 자신으로서 존재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서지안은 목공일을 배우며 자신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게 되자 가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가 생긴다. 최도경은 “내 사업을 하겠다”며 집을 뛰쳐나온다. 가족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덕분에 시한부로나마 서지안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를 찾고 ‘나’로서 성취하는 경험은 두 사람 외의 등장인물에게도 주어진다. 서지수(서은수)는 유학을 가라는 최재성 노명희의 말을 거역하고 빵집 일을 계속해 결국 제 가게를 가진다. 집안 형편을 생각해 대입을 포기했던 서지호(신현수)는 직접 생계를 꾸리며 적성을 찾는다. 해성그룹 막내딸 최서현(이다인)은 정혼을 거부하고 사업가로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서태수가 있다. 무능함 때문에 가족에게 존재를 부정당하기도 했던 그는 최도경과 그의 가족이 위기에 처했을 때 기지를 발휘해 도움으로써 양가를 화해시킨다. 이것은 가장으로서 그가 이룬 중요한 성취이자 그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나’와 가족을 동일시하던 서태수는 결국 무너진 가족을 재건함으로써 자아를 실현한다.

물론 약점이 없는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후반부에 들어서는 단점이 도드라져 시청자의 반감을 샀다. 대표적인 예로 서지안과 최도경 가족의 갈등을 심화시키기 위해 나타난 노양호의 악행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서지안과 최도경의 갈등과 재회가 의미 없이 반복돼 두 사람의 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황금빛 내인생’은 개인의 자립과 가족애의 회복을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가족 드라마이자 성장 드라마로 평가받을 만하다. 자체 최고 시청률 44.6%(닐슨코리아, 전국 집계)를 기록하는 등 높은 성적도 받았다. 다만 뒷심이 아쉽다. 전작 ‘내 딸 서영이’에서 아버지와 딸의 갈등과 화해를 설득력 있게 그린 소현경 작가의 필력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더욱 크다. 결국 ‘황금빛 내인생’은 2% 부족한 성장 드라마로 남았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