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슈퍼맨닷컴’ 표지훈, 영원한 소년을 꿈꾸며

[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연극 '슈퍼맨닷컴' 표지훈 캐릭터 포스터 / 사진제공=극단소년

연극 ‘슈퍼맨닷컴’ 표지훈 캐릭터 포스터 / 사진제공=극단소년

“어떻게 하면 ‘슈퍼맨닷컴’을 홍보할 수 있을까? 요즘 머릿속에 그 생각뿐이에요.”

지난 1일부터 서울 이화동 JTN아트홀 1관에서 연극 ‘슈퍼맨닷컴’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배우 표지훈의 말이다. 아이돌그룹 블락비의 피오로서 수천, 수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규모 콘서트에는 숱하게 서 봤지만 소극장 공연은 또 다른 느낌이라 재밌고 신기하단다. 관객의 반응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 특히 ‘슈퍼맨닷컴’은 표지훈이 객석 가운데서 등장하면서 막을 올려 그의 방백으로 막을 내리는 구성이어서 책임감도 남다르다.

“(가수로) 무대에 설 때는 조명이 강해서 관객들 얼굴이 하나도 안 보이거든요. 그런데 연극은 달라요. 관객들이 극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그들의 숨소리도 다 느껴지죠. 이 때문에 더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표지훈이 연기하는 조은달은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여동생을 키우는 씩씩한 청년이다. 서울 토박이인 표지훈은 전라도 출신이라는 설정에 따라 사투리를 연습했다. 구수한 사투리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극에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는 “‘슈퍼맨닷컴’을 본 사람들이 연기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것보다 ‘너 전라도 출신이었냐’고 물을 때 더 기분이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발성과 발음이에요. 랩을 하면서 목소리가 탁해졌어요. 가수로서 소리를 멋있게 내는 법을 연구해왔는데 연기는 잘 들리게, 또렷하게 발음하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조은달의 목소리를 내면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텍스트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어려워요.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고 있습니다.”

표지훈은 조은달이 자신과 닮아서 더 정이 간다고 했다. 오지랖이 넓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좋아하는 점이 가장 닮았다고 했다. ‘슈퍼맨닷컴’은 표지훈을 비롯해 최현성·임동진·이충호·이한솔 등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1기 졸업생들로 구성된 극단소년이 제작한 첫 번째 창작극이다. 단원들의 손에서 탄생된 이야기라 캐릭터에도 그들의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슈퍼맨닷컴'에서 조은달을 연기하는 표지훈 / 사진제공=극단소년

‘슈퍼맨닷컴’에서 조은달을 연기하는 표지훈 / 사진제공=극단소년

‘슈퍼맨닷컴’은 2016년 워크숍 형태로 처음 선보인 뒤 무대 연출이나 세트 등에 재정비를 거쳐 올해 정규 공연으로 다시 올리게 됐다. 그 사이에 연극 ‘마니토즈’와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로 연기 경험을 쌓은 표지훈은 “워크숍 공연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더 재미있게, 웃기게 하고 싶어서 과한 동작을 취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애드리브를 덜어내고 극의 본질에 몰입하려고 한다”는 것. 배우로서 한층 성숙해진 모양새다.

‘슈퍼맨닷컴’은 돈을 받으면 무엇이든 해주는 대행업체 슈퍼맨닷컴을 배경으로 한다. 현대 사회에 팽배한 물질만능주의를 꼬집으면서 가족의 소중함, 사랑의 의미 등을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표지훈은 “결혼식에 ‘친구 대행’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 받아 기획하게 됐다. 돈을 많이 벌었다고 성공한 삶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성공의 기준은 행복”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표지훈이 대행업체에 의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피부 관리를 부탁하고 싶어요. 오늘처럼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저녁에 누가 와서 화장 지워주고 세수시켜주고 팩까지 붙여주는 거죠. 정말 편하지 않을까요? 외출하기 전에 선크림도 대신 발라주고요.” 지극히 현실적인 답변이었다. 반대로 자신이 ‘슈퍼맨’이 되고 싶었던 순간을 물었다.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스케줄 있는데 늦게 일어난 날!”

최근 블락비의 멤버 비범도 연극 ‘여도’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표지훈은 ‘여도’를 본 뒤 “대극장 공연이어서 압도당했다”고 평했다. 그렇다면 ‘슈퍼맨닷컴’을 본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막내의 연극 도전에 기대보다 걱정이 컸다는 형들은 공연을 본 뒤 ‘이렇게 재밌는 연극은 처음’이라며 엄지를 추켜세웠다고 한다. 표지훈은 “뿌듯했다”고 웃음 지었다.

표지훈은 매일 공연이 끝나면 집에 돌아가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쓴다. 블락비로 출발해 많은 것을 얻은 그이기에 그룹 활동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방침이다. 다만 올해 초에는 블락비의 앨범 활동과 ‘슈퍼맨닷컴’ 준비 기간이 겹친 터라 멤버들과 단원들, 스태프들에게 미안했다고. 표지훈은 “내가 피곤한 것은 괜찮다. 둘 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젓한 모습이었다. 그는 아이돌 출신 배우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표지훈은 아이돌 블락비 피오와 배우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한다. / 사진제공=세븐시즌스

표지훈은 매일 공연이 끝나면 곡을 만들고 가사를 쓴다고 했다. / 사진제공=세븐시즌스

“단역부터 시작하는 신인배우들에 비해 아이돌은 유명세 덕분에 비교적 쉽게 캐스팅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아이돌들도 열심히 활동해 인지도를 높인 것이지만 배우들이 상실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해요. 제가 무작정 극단을 시작해보니 알겠어요. 멤버들과 술을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가 아이돌이라서 받는 팬들의 사랑 덕분에 얻는 것들에 감사해야 한다고요. (고등학교 동창인) 위너 송민호에게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민호가 얼마 뒤에 tvN ‘신서유기4 외전-강식당’으로 식당 일을 해보고 나서는 제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진짜 행복한 직업을 가졌다’고요. (비연예인) 친구들에게는 ‘다들 말도 안 될 만큼 힘든 일을 하면서 산다. 너희가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죠. 귀엽더라고요.”

극단을 운영하는 것도 고된 일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고 대중의 관심도 덜하다. 그런데도  표지훈은 연극을 고집한다. “내가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전달하고 싶어서”라며 “작년에 SBS ‘사랑의 온도’에 출연했는데 드라마 현장에서 배우는 점들도 많았다. 선배들과 함께하는 것도 좋고 신기하고, 정말 행복했다.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와 영화도 출연하고 싶다. 그래도 연극이 제일 좋은 이유는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생 때 우리끼리 ‘나중에 극단 만들어서 꼭 연극하자. 이 꿈을 잊지 말자’고 했거든요. 당시에 선생님들이 ‘극단은 아무나 만드냐’고 했는데 우리가 결국 해냈잖아요. 작품을 처음 올렸을 때 선생님들을 초대하고 ‘봤죠? 저희가 한다고 했잖아요’라고 말했죠. 하하. 극단소년을 통해 우리가 소년일 때의 생각과 마음, 예쁜 순수함을 지키고 싶어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돼도 극단소년이고 싶습니다.”

표지훈에게 연기란, 그리고 연극이란 자신과 친구들의 꿈이자 소중한 인연들의 상징이다. 인터뷰에서도 극단소년과 ‘슈퍼맨닷컴’ 제작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친구들과 극단소년을 하며 더 돈독해졌다. 싸울 때도 있지만 우리만의 규칙을 정해서 관계가 흐트러지지 않게끔 하고 있다. 이 친구들은 아르바이트도 공연 스태프 등 작품과 관련된 일을 한다. 정말 고맙다. 또 한솔이가 다니는 서경대 뮤지컬과의 김형은 교수님이 연출가로, 동문들이 스태프로 함께해주고 있다.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 더 유명하다는 이유로 앞에 나서고 있지만 다들 나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표지훈은 극단소년을 통해 다양한 작품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창작극은 물론 기존의 극을 재해석해 올리는 방식도 고민한다. 서로 다른 극단끼리의 협업이나 독립 영화·웹드라마 등의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표지훈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쯤 오디션을 열어서 단원도 더 뽑을 예정”이라며 “그런데 우리가 ‘극단소년’이라서 여자 배우를 뽑으려면 이름을 바꿔야 하나 걱정”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극단소년이 개미처럼 작지만 열심히 일하는 극단이 되기를 바라요. 연극인들이 열정 페이가 아니라 제대로 임금을 받으면서 수월하게 연기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