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첫방] 이보오, 명작이 왔다오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10일 방영된 tvN '라이브' 방송화면 캡처.

지난 10일 방영된 tvN ‘라이브’ 방송화면 캡처.

tvN 새 토일드라마 ‘라이브’는 청년의 불안부터 남녀 고용차별, 예비 경찰로서 겪게 되는 복잡다단한 감정까지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명작의 탄생을 알렸다. 1시간이 넘는 방영 내내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들었다.

지난 10일 처음 방송된 ‘라이브’는 현장에 투입된 신입 경찰 한정오(정유미)와 염상수(이광수)가 추운 겨울날 길바닥에 앉아 말없이 식판의 밥을 먹는 장면을 먹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이어 그들이 어떻게 그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의 과정을 보여줬다.

한정오는 공황 장애를 갖고 보험영업인으로 생계를 꾸리는 엄마와 지방에서 사는 취업준비생이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취업박람회에 가기 위해 온갖 불편도 감수한 한정오가 면접에서 부딪힌 건 남녀차별의 민낯이었다. 남성 면접관들은 대놓고 결혼 계획이나 ‘공과 사의 구분이 어려운 업무를 상사가 시킨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정오가 마음을 추스리며 “그것 또한 저에 대한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음에도 면접관들은 청룡부대 11사단을 나왔다는 남성 지원자에게 관심을 돌렸다.

결국 “재수없는 꼰대”라고 쏘아붙이고 면접을 박차고 나온 한종오는 대학 동기, 선배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또다시 남녀 차별을 실감해야 했다. 남자들은 “차별 소리하지마. 까라면 까. 사회도 군대야”라는 말이나 해댔다. 여자들은 “국가가 남자들 동의없이 군인으로 이용한 것은 인정. 하지만 그 댓가는 국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지 왜 우리가 호봉 차이를 겪어야 하냐”고 항의했다. 자신보다 스펙도 학점도 안 좋은 남자 선배가 두 군데나 러브콜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한정오는 “남자들이 내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초치고 있다는 거야. 샘나서 술 못 마시겠다”며 술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지하철에서 경찰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을 결심했다.

생수회사 인턴 염상수는 청소부 엄마, 제약회사 영업직원인 형까지 동원해 회사 주식을 100주씩 사가며 열심히 일했다. 정직원을 꿈꾸며 매일 코피가 나게 일했던 회사는 불법 다단계였다. 게다가 대기업에 다니는 남자에게 연인을 빼앗긴 형은 “너무 지친다”며 도망치듯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이후 염상수는 노량진에 들어가 이를 악물고  경찰시험을 준비했다.

시험에 합격한 한정오와 염상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중앙경찰학교 지옥훈련. 교관 오양촌(배성우)의 교육은 혹독했다. 끊임없이 벌점을 부과하며 퇴교시킬 거라고 압박했다. 훈련의 끝에는 남녀 없이 “살아남자! 경찰되자!”며 하이파이브를 하게 만들었다.

훈련을 모두 끝낸 이들은 처음으로 시민들과 만나는 시위 현장에 투입됐다. 현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선임 경찰은 이들에게 “오늘 우리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동료가 맞아도, 구하지 않아도, 오로지 대열만 지키며 전진한다. 대열이 무너지면 벌점 5점, 방패를 뺏기면 그 즉시 퇴교”를 머릿속에 각인하도록 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그 겨울, 바람이 분다”괜찮아, 사랑이야’를 함께 만들어왔던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연출의 조합은 이번에도 통했다. 노 작가 특유의 냉철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시선은 여전했다. 김 연출은 이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면들로 그려내 공감대를 자아냈다.

한정오가 어떤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을 당해도 친구와 맥주 한 캔 부딪히며 털어내려고 하는 장면, ‘프로 취업준비생’으로 알려진 팟캐스터 철수와 존슨의 노래 ‘취업학개론’을 극 중간 중간에 넣은 연출 등이 그랬다. 1회에서 나온 ‘취업학개론’ 속 구절은 “이보소 나도 살 수 있소 / 일자리를 주시오 누가 포기했단 말이오 / 나도 잘살고 싶소 노오력 운운하려거든 / 기회 주고 말하소 봄이 왔다오”다. 한국, 특히 서울이라는 도시의 취업 늪에 빠진 취업준비생 대다수가 한 번쯤은 겪어봤을 경험과 감정들의 구현은 적절했다.

이광수, 정유미, 배성우 등 1회에 주로 활약한 주연들은 물론 잠깐 등장한 배종옥(안장미 역)부터 조연들까지 생생하고 다채로운 연기도 극본과 연출이 가진 힘을 훌륭하게 전달했다. 정유미와 이광수는 깊어진 연기력과 함께 꾸밈없거나 능청스러운 매력을 적재적소에서 활용해 재미를 더했다. ‘강력계의 전설’이지만 예비 경찰들 훈련을 끝마치고 중앙경찰학교를 나설 때는 아내 역인 배종옥에게 애교를 부리는 배성우의 반전도 앞으로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회 예고에서는 “까라면 까!”라는 군대식 말투에 굽히지 않던 정유미가 직접 “까라면 까!”를 내뱉으며 본격적으로 경찰 생활에 임하는 모습이 나와 시선을 사로잡았다.

‘라이브’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tvN에서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