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유기’ 종영] 더 나은 판타지물을 위한 초석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방송화면 캡처.

지난 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방송화면 캡처.

흠잡을 데 없는 CG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초반엔 각종 사고로 진흙길도 걸었다. 하지만 tvN 토일 드라마 ‘화유기’는 국내 판타지 드라마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홍자매(홍정은·홍미란) 작가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델로 요괴 캐릭터들을 기발하게 재창조했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를 매끄럽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지난 4일 ‘화유기’는 손오공(이승기)이 명계(저승)로 삼장(오연서)을 찾으러 가면서 종영했다. 손오공은 삼장에 대한 기억들이 모두 조각난 상태였지만, 그에게 채워진 금강고를 풀어주러 단 하루만 이승에 내려온 삼장 덕분에 기억을 되찾았다. 손오공은 기억 회복과 함께 삼장에 대한 사랑을 다시 확인했고, 명계로 떠나려는 삼장에게 자신의 눈 하나를 주며 반드시 찾으러가겠다고 약속했다.

삼장이 죽은 후 자꾸만 약해지는 부자의 몸을 견디지 못한 아사녀(이세영)는 결국 저팔계(이홍기)를 찾아가 자신을 태워달라고 말했다. 아사녀는 부자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 말은 “좋아했어요”라고 저팔계에게 전해줬고, 부자의 마음을 깨달은 저팔계는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우마왕(차승원)은 나찰녀(김지수)가 이번 생에는 꽃으로 환생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방물장수(임예진)의 아들(원)이 꽃잎을 가진 것을 보고 그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도 깨닫게 됐다. 최종회에서 비로소 우마왕은 그에게 이름을 물었고, 자식의 이름이 ‘홍해아’라는 것을 알았다.

우마왕은 앞으로도 차근차근 포인트를 쌓으면서 신선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루시퍼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잠시 접고 호텔을 짓기로 결정했다. 우마왕의 이러한 계획을 들은 손오공은 자신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며 떠날 것임을 예고했고, 각자의 길을 가는 중간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했다.

한빛부동산의 유일한 직원이었던 이한주(김성오)는 진선미(오연서)의 뜻에 따라 한빛부동산을 물려 받았다. 이한주는 “촉의 후계자”라며 진선미의 노란 우산을 들고 상가를 조사하는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웃음을 줬다.

‘화유기’의 모든 조연들은 훌륭했다. ‘서유기’의 캐릭터들을 21세기 한국이라는 설정에 녹여내며 코믹한 요소도 들어갔지만 배우들은 각자 자신만의 스타일로 캐릭터를 만들어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저팔계(이홍기)♥부자(좀비 소녀, 이세영) 커플은 ‘금강고 커플(손오공♥삼장)’ 만큼 사랑받았다. 이홍기는 좀비 소녀를 짝사랑하는 저팔계이자 톱스타 P.K를 애절하면서도 진중하게 연기해냈다. 이세영은 좀비 소녀와 아사녀의 1인 2역 연기는 물론 저팔계와의 멜로 라인도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성혁 또한 ‘화유기’에서 1인 2역을 훌륭하게 연기한 배우다. 동장군과 하선녀 남매를 성(性)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와 함께 자유자재로 전환해 표현하던 성혁의 연기는 주목할 만했다. 눈치는 좀 없어도 천성은 착한 한빛부동산의 이한주를 연기한 김성오는 ‘화유기’에 없어서는 안 될 윤활유이자 감초였다.

중반부에 투입된 송종호(강대성 역)와 김지수도 ‘화유기’를 안정적으로 지탱한 보이지 않는 축이었다. 송종호는 강렬한 악인의 얼굴로, 김지수는 사연 많은 선녀의 슬픈 얼굴로 등장할 때마다 존재감을 발산했다. 우마왕의 충견이자 개 요괴를 맡은 이엘은 맞춤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다.

‘화유기’는 고인 물 같던 드라마 제작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시청자들과 관계자들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합당한 제작 환경에서 양질의 판타지물이 제작될 수 있는 초석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화유기’의 후속으로는 이광수, 정유미, 배성우, 배종옥, 성동일 등이 출연하는 드라마 ‘라이브'(연출 김규태, 극본 노희경)가 오는 3월 10일부터 오후 9시에 tvN에서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