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리틀 포레스트’ 김태리 “흥행 부담? 좋은 영화니까 잘 돼야죠”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김태리 인터뷰,리틀 포레스트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태리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충무로 신데렐라’라고 불리던 배우 김태리는 이제 영화의 중심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됐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를 통해 첫 ‘원톱 주연’을 맡은 김태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부담감과 책임감을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굳이 회피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행 부담이요? 우리 영화가 진짜 잘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진심 100%의 농담을 던지는 김태리다.

10.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김태리: (류)준열 오빠, (진)기주 언니랑 셋이 나란히 앉아서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웃기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서로 옆구리 찌르면서 보니까 마치 친구들과 집에서 편하게 영화 보는 느낌이었다.

10. ‘리틀 포레스트’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김태리: 최근 보지 못했던 종류의 이야기라 특별했다. 사계절 동안 촬영하는 것도 새로웠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미지가 계속 떠올라서 좋았다. 완성도를 떠나서 해보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리고 임순례 감독님을 만났을 때 ‘이 분은 이 영화를 정말 잘 만들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서 쉽게 출연을 결정했다.

10. 1년 동안 네 번의 크랭크인과 네 번의 크랭크업을 거쳤다.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
김태리: 정말 특별했다. 만나고 헤어지고를 네 번 반복하다 보니 계절을 지나면서 사람들과 점점 친해지는 게 느껴졌다. 한 장소에서만 계속 촬영하다 보니 나중에는 집처럼 편해졌다.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은 촬영 중간중간 틈이 있어서 잡생각이 많아졌다 것. 쉬는 동안 ‘어떻게 하면 다음 촬영 때 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인 것 같다.

10. 극 중 요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준비했나?
김태리: 혜원이가 요리를 하는 건 ‘욕망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요리는 혜원이 어린 시절부터 갈고 닦아온 기술이고, 또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혜원이는 요리를 통해 가장 큰 만족을 느낀다. 도시 생활을 할 때는 바빠서 밥을 잘 해 먹지 못했지만 시골로 내려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밥 한 끼 해 먹는 거다. 그만큼 요리는 혜원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리하는 장면이 어색해 보이지 않게 신경 썼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요리하는 장면 만큼 많이 나오는 게 먹는 장면인데 처음에는 ‘진짜 배고파 보이고, 진짜 맛있어 보일까’하는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마침 처음 배추 된장국을 먹는 장면을 찍을 때 공복이라 배가 많이 고팠다. ‘잘 됐다’ 싶었는데 영화에도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다. (웃음)

10. 혜원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캐릭터다. 서울에서 태어나 쭉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표현하기 어렵지 않았나?
김태리: 혜원을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바로 그거였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진짜 시골에서 나고 자란 아이처럼 보일까?’ 하는 고민이 많았는데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만나는 장면에서 해답을 찾았다. 도시에서 혼자 있을 때는 조금 처지고 지친 모습이라면,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톤이 올라가고 에너지가 생겼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혜원 캐릭터의 성격을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

10. 류준열, 진기주와 실제 호흡은 어땠나?
김태리: 너무 좋았다. (웃음) 그렇게 편하고 의지가 될 수 없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에서 선배들에게 의지하던 것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셋이 장난도 많이 치고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됐다. 셋이 나누는 대화 중에는 그날그날 촬영하면서 애드리브로 만든 것도 많았다.

10. 임순례 감독과는 촬영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하던데.
김태리: 처음에 내가 맡은 인물의 전사나 성격 같은 추상적인 것들은 스스로 정리해야 했다. 그런데 혼자 열심히 고민하다 보니 생각이 많아져서 혜원이라는 인물이 제대로 읽히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감독님이 ‘생각을 너무 깊이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덜어낼 때 더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뜻이었는데 그 말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 뒤로부터는 혜원을 표현하는 게 조금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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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중에도 일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는 김태리./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혜원에게 ‘시골’이 그렇듯, 자신에게 안식처나 힐링이 되는 것들이 있나?
김태리: 지금 키우고 있는 고양이나 가끔 집으로 불러서 와인 한 모금 할 수 있는 친구들 정도. 그리고 등산도 종종 한다. 겨울 설산을 좋아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못 갔다. (유)해진 선배님이 북한산에 간 사진을 보내줘서 대신 힐링했다. (웃음) 산에 오른다고 고민거리나 걱정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10. 혜원처럼 인생에 한 번쯤 쉼표를 찍어 본 적이 있나?
김태리: 예전에 영화 ‘아가씨’ 홍보가 몽땅 끝난 후에 친구와 태국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아마 그때가 유일하게 일 생각 하나도 안 하고 쉬었던 시간이지 않았나 싶다. 그 외에는 쉬어도 일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앞뒤로 계속 일이 있기도 하고, 성격 자체가 뭘 안 하면 불안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스스로 안달복달하는 부분이 있다. (웃음)

10.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가는 ‘원톱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김태리: 처음 영화를 선택했을 때 ‘원톱’에 대한 부담과 고민은 하나도 없었다. 마냥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촬영을 시작하니 거의 나만 현장에 매일 있는 거다. 처음에는 ‘나 밖에 안 나오는 건가?’ 싶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조금 더 바깥으로 돌기 시작했다. 연기뿐 아니라 다른 배우, 스태프들, 주변 상황에도 신경 쓰게 됐다. 그리고 지금 홍보 활동을 시작했는데 ‘진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우리 영화가 잘 돼야 한다. (웃음)

10. 흥행에 대한 부담도 따를 것 같은데.
김태리: 그래서 지금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웃음) 우리 영화처럼 소박하고 작은 영화도 잘 돼야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판도 다른 분야와 똑같이 돈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으니까 성공하느냐 마느냐도 정말 중요한 문제다. 무엇보다 좋은 영화이기 때문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0. 드라마 데뷔작 ‘미스터 션샤인’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김태리: 사전제작 드라마여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영화 홍보를 연달아서 두 개째 하고 있고, 상대역인 이병헌 선배님도 최근까지 영화 홍보로 바빠서 만난 적이 별로 없다. 이제 영화 홍보가 끝나면 드라마 촬영에 박차를 가할 것 같은데 그때부터 드라마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10. ‘미스터 션샤인’으로 기대하는 건?
김태리: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크다. 또 이병헌 선배님이 연기를 워낙 잘하셔서 격차가 보여지면 안 되니까 무조건 ‘잘 해야지’하는 생각 뿐이다. 작품에 해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