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뮤직] 윤종신의 ‘은퇴식’을 상상하며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윤종신 '은퇴식'/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종신 ‘은퇴식’/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내가 모든 걸 그만두는 날윤종신의 당부

가수 윤종신이 지난 27일 발표한 신곡 ‘은퇴식’을 듣는다. 그가 자신의 은퇴를 상상하며 만든 노래다. “내가 모든 걸 그만두는 날 이 노래를 틀거나 불러줘”라는 가사로 시작한 노래는 “먼저 가 있을게. 미안해”로 끝을 맺는다. 유언을 듣는 것 같은 서늘함이 인다. 실제로 윤종신은 ‘은퇴식’을 ‘장례식’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은퇴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노래는 고즈넉하게 흐른다. 조정치가 기타를 연주하고 하림이 하모니카를 연주했다. 두 사람은 윤종신의 ‘음악 노예’다. 일찌감치 두 사람의 재능을 알아차린 윤종신이 작업실에 가둬놓고(?) 노예처럼 곡 작업만 시킨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정치가 기타를 쳐 줬으면 해. 하림은 하모니카를”이라는 가사에서는 윤종신의 부름에 화답하듯 악기 소리가 잠시 커진다. 수십 년을 함께 한 호흡은 음(音)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귀에 와닿는다.

하림과 조정치는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다. 심지어 주연급이다. 윤종신은 그룹 신치림(윤종신, 하림, 신치림)으로 활동할 때의 영상을 엮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윤종신이 하림과 조정치를 음악의 중요한 동반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너의 결혼식’(1992) ‘오래 전 그날’(1993) 등의 노래로 인기를 얻었던 시절이나 ‘좋니’(2017)로 데뷔 이래 첫 음악방송 트로피를 손에 넣었던 영광스러운 순간은 담기지 않았다. 신치림 활동을 알아주는 이는 많지 않지만 윤종신은 그래도 행복하게 웃는다.

음악 인생 30, 안주 않던 시간

1990년 그룹 공일오비 객원보컬로 데뷔한 윤종신은 30년 가까이 쉴 틈 없이 활동했다. 음악 유통 채널이 실물CD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넘어가자 매월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싱글을 발매하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시작해 8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밴드 데이식스, 가수 베이식 등 후배들에게도 영감을 줬다. 물량 공세를 앞세운 마케팅과는 다른 신곡 발매 플랫폼 리슨을 통해 ‘좋니’ ‘좋아’ 등 히트곡을 탄생시기도 했다.

윤종신은 바쁘게 산다. ‘은퇴식’을 낸 뒤에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를 위한 신곡 ‘잠든 그대’ 녹음을 시작했다. 주말에는 전국 각지를 돌며 콘서트를 연다. 역설적이게도 그의 활력이 ‘은퇴식’을 상상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윤종신은 ‘은퇴식’을 내면서 “가장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지금, 주위에 응원해주고 지켜봐 주는 사람이 많은 지금이라서 쓸 수 있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가수 하림이 윤종신에게 보낸 은퇴 인사/사진='은퇴식' 뮤직비디오

가수 하림이 윤종신에게 보낸 은퇴 인사/사진=’은퇴식’ 뮤직비디오

윤종신의 은퇴식을 상상하다

‘은퇴식’의 뮤직비디오는 윤종신의 주변 사람들이 방명록에 남긴 ‘은퇴 인사’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방명록에 글을 적은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홍보 담당자는 “윤종신의 은퇴를 상상하며 그의 행보를 되짚어봤다. 지면이 모자랄 만큼 많은 족적을 남겼다”며 “윤종신이 그동안 숨 가쁘고 부지런하게 달려왔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하림은 방명록에 “드디어 해방이다!”라는 농담 어린 글을 적었다. 조정치는 “형! 너무 재밌었어요”라고 남겼다. 괜히 무게 잡거나 쓸데없이 비장하지 않은 ‘은퇴식’의 분위기와 닮았다. 이는 또한 마케팅을 줄여 신곡 발표를 보다 가볍고 쉽게 만든 윤종신의 뜻과도 연결된다.

그가 은퇴한다면 무슨 말을 해줄까. 인터뷰를 하느라 두어 번 마주친 게 전부인 그에게 무슨 말을 보태면 좋을까.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 은퇴하지 마세요?” 그보다는 이게 낫겠다.  “당신은 솔직한 어른이었고 성실한 창작자였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