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신지수 “그릇이 뾰족한 사람은 되기 싫어요”

[텐아시아=손예지 기자]
3년 만에 신곡을 발표한 가수 신지수 / 사진제공=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3년 만에 신곡을 발표한 가수 신지수. / 사진제공=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2011년 Mnet ‘슈퍼스타K3’로 얼굴을 알린 신지수는 연습생 기간을 거쳐 2015년 데뷔했다. 첫 번째 미니앨범 ‘20’s Party 1’에는 신지수의 자작곡이 네 곡이나 실렸다. 이를 통해 신지수의 색깔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3년을 쉬었다. 이유를 물으니 “사춘기가 왔다”고 답했다. 우울과 불안, 정체성에 대한 고민, 이것들을 혼자서 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뾰족한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빗살무늬토기 같은 사람은 되기 싫었다”는 신지수는 음악 활동을 잠시 미뤄두고 그림을 그렸다. 대학에 돌아가 친구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한 발 물러서니 시야가 트였다. “나무보다는 숲을 보라”는 음악 프로듀서 신사동호랭이를 만나 소속사도 옮겼다.

새 둥지에서 처음 발표한 신곡은 ‘그대만 있다면’이다. 원곡자는 일기예보다. 2006년 러브홀릭이 리메이크한 버전이 크게 인기를 끈 곡이다. ‘나’를 내보이는 데 집중했던 데 비해 이제는 자신의 색과 대중의 감성을 어우르게 됐다. 이 곡을 도움닫기 삼아 “오래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신지수다.

10. 3년 만에 가요계에 돌아온 소감은?
신지수: 떨린다. 이전에는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이루고자 하는 포부가 컸다. 지금은 아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겸손한 마음으로 활동하자는 생각이다.

10. 마음가짐이 달라진 계기는?
신지수: 우선 다른 것들보다 노래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약 3년의 공백기 동안 뒤늦게 사춘기도 겪었다.(웃음)

10. 사춘기를 겪은 뒤 처음 내놓은 곡이 ‘그대만 있다면’(원곡 일기예보)이다. 리메이크를 선택한 이유는?
신지수: 쉬는 동안 어떤 음악을 할지 생각해봤다. ‘신지수’ 하면 대중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이 시점에 내 색깔이 진하게 담긴 음악을 발표하면 대중에게 이질감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움닫기 같은 앨범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리메이크였다. ‘그대만 있다면’을 시작으로 앞으로 몇 곡을 더 리메이크해 선보일 예정이다. 나의 달라진 감성이 담겼으면서도 대중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10. 자신을 향한 대중의 인식이 어떤 것 같나?
신지수: 허스키 보이스, 오디션 프로그램. 활동을 좀 오래 쉬어서 이 외에는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을 거다. 그래서 앞으로 보여드릴 게 많다. 나, 알고 보면 정말 재미있는 애다.(웃음)

10. 리메이크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신지수: 가사 하나하나에 신경 썼다. 가사에 나오는 ‘그대’를 이성이 아니라 내가 그리워했던 것들에 대입했다. 이를 테면 내가 음악을 그리워했던 마음. 마냥 슬픈 느낌이 아니라 담백하고 간결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10. ‘그대만 있다면’을 직접 선곡했다고?
신지수: 원곡은 일기예보의 곡인데, 러브홀릭의 리메이크 버전으로도 유명한 곡이다. 러브홀릭의 보컬 지선 선배가 부른 버전은 애절하다. 엉엉 울어서 애절한 게 아니라 가녀린 여자의 모습이 상상되는, 그런 애절함이다. 또 따뜻한데 먹먹한 느낌… 들으면서 ‘이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불렀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웃음) 이 곡이라면 내가 공백기 동안 무엇을 했고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0. 지난해 9월 신사동호랭이가 이끄는 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이하 바나나)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신사동호랭이의 주특기는 EDM 댄스 장르라 의외였다.
신지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PD님이 실제로 갖고 있는 감성은 또 다르다. EDM을 비롯해 정말 많은 장르의 곡을 듣고 좋아한다. 특정 장르를 주로 다루기보다 트렌디한 곡을 쓰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의 가치관이 잘 맞았다. 처음에는 지인을 통해 PD님을 소개 받았다. 당시에 내가 미술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PD님이 춥고 기름 냄새 나는 작업실까지 와줬다. 7개월 정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3개월 동안은 같이 일하자고 나를 설득했다.(웃음)

10. 음악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신지수: 나무보다 숲을 보라는 말을 해줬다. 내가 갈증을 느끼는 지점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물어보고 나에게 맞는 음악을 찾아주려고 노력했다. 그 전까지 생각이 너무 많아서 머릿속이 복잡했는데 한 방에 정리해줬다. 내가 갈피를 못 잡으니까 좋아하는 것을 계속 말해보라고 하고, 그냥 내 성격을 꿰뚫은 것 같았다.(웃음) 덕분에 체증이 내려갔다.

10. 오랜 고민을 거쳐 들어간 바나나는 어떤 회사인가?
신지수: 처음에는 낯설었다. 새 건물, 녹음실… 그런데 이번에 ‘그대만 있다면’의 편곡이 너무 잘 나와서 낮가림이나 어색함을 넘어서는 설렘을 느꼈다.(웃음) 리메이크 프로젝트도 내가 먼저 제안한 것인데 흔쾌히 의견을 들어줬다.

3년의 공백 동안 사춘기를 겪었다는 신지수 / 사진제공=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3년의 공백 동안 사춘기를 겪었다는 신지수 / 사진제공=바나나컬쳐엔터테인먼트

10. 3년의 공백 동안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다고 했다. 무엇 때문에 혼란했고 지금은 벗어났는지 궁금하다.
신지수: 데뷔하고 쓸 데 없는 피해의식이 생겼다. 밖에 나갈 때 꼭 얼굴을 가린다든지, 겉멋이 든 거다. 사실 세상 사람들은 나한테 그렇게 관심 없는데.(웃음) 근데 활동할 때는 아무 말도 안 들렸다. 주위에서 나를 연예인이라고 부르는 데 날카롭게 반응하고. 활동하면서, 물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지만 그만큼 소중한 것들도 많이 잃었다.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그렇게 사춘기가 온 것 같다. 20대 중반의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서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일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고민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머리만 무거워진다. 혼자만 앓아왔던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언제나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너질 것 같았는데 완급 조절을 하게 됐다. 사춘기가 더 늦게 왔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다. 어느 정도 털어낼 줄도 알아야지, 모든 걸 다 안고 살려면 그릇이 뾰족한 사람이 된다. 빗살무늬토기 같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웃음)

10. ‘20대 중반의 평범한 학생’으로서는 어떤 경험을 했나?
신지수: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을 했다.(웃음) 친구들과 똑같이 생활했다. 다만 고민거리가 친구들과 달랐다. 지금 친구들은 한참 취업을 걱정하고 있다. 나는 연습생 생활을 하느라 몰랐던 현실들을 친구나 선배들에게서 들었다. 그 이야기들이 이번 ‘그대만 있다면’을 녹음할 때 빛을 발한 것 같다. 내 목소리에 친구들, 선배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덕분에 성숙해지고 깊이가 있게 됐다는 칭찬을 들었다. 친구들이 취직을 하면 직장을 다니다가 힘이 들 때 내 공연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10. 음악 활동을 쉬는 동안 ‘베비카소’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신지수: 내가 할 줄 아는 것이 음악밖에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아하는 것도 음악, 먹고 사는 수단도 음악. 포기할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는 구조 아닌가. 이게 아니다 싶어서 다른 표현 방식을 찾으려고 했다. 원래 영화보는 걸 좋아했는데 그 시기에는 20~30분도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같은 전시회를 보러 다녔다. 마침 주위에 미술을 하는 언니, 오빠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10. 화가로 개인 전시회를 열었다. 다시 음악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는?
신지수: 하나에 꽂히면 쭉 하는 스타일이라, 정말 재밌게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가끔 팬들이 ‘언니, 노래 언제 나와요?’ ‘신곡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말을 해줄 때, ‘내가 너무 나만 생각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내 음악을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10. 이번 앨범 재킷도 직접 그렸다. 그림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신지수: 원래 제목은 ‘Hug’였다. 이전에 그려 놨던 것 중에서 골랐다. 재킷을 위해 그림을 새로 그리려면 괜히 잘하고 싶은 마음에 힘이 들어갈 것 같았다.

10. 가수, 화가 외에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신지수: 최종 꿈은 음악감독이다. 나는 노래를 들으면 이미지로 떠오른다. 달걀이 떨어지면서 껍질이 깨지고 내용물들이 퍼지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음악이 들린다. 이 점을 살리고 싶고, 또 신사동호랭이 PD님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게 있다. 그것을 토대로 차근차근 해 나가고 싶다.

10. 성적에 대한 기대는?
신지수: 수치는 연연하지 않는다. 물론 높은 성적을 얻으면 좋지만 유지하지 못하면 너무 외로울 것 같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그대만 있다면’을 듣고 따뜻해지기를 바란다.

10. 가수로서 지향하는 음악은?
신지수: 좋은 노래들은 정말 많다. 그런데 오래 들을 노래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안타깝다.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오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어쿠스틱도 해보고 발랄한 것도 해보고, 또 내 이야기도 하는 가수. 오래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오래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공부도 많이 하고, 일단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겠다.(웃음)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