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故 이영훈을 추억하며…그가 남긴 음악은 떠나지 않아요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故 이영훈 헌정 콘서트 '작곡가 이영훈' 포스터 / 사진제공=영훈뮤직

故 이영훈 헌정 콘서트 ‘작곡가 이영훈’ 포스터 / 사진제공=영훈뮤직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이문세 ‘소녀’ 中

마이크를 잡은 친구는 친구가 남기고 간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혔다. 세상을 떠난지 10년이 된 작곡가 고(故) 이영훈을 기억하는 가수 이문세다. 눈가는 촉촉해졌지만 미소만은 잃지 않았다. 고인과 그의 노래를 추억하는 이들이 3000명이나 모여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27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이영훈 작곡가의 10주기를 기리며 헌정 콘서트 ‘작곡가 이영훈’이 열렸다. 만든 이는 세상에 없지만 노래는 남아 아직도 많은 이들을 보듬는다. 노래에 위로받은 이들이 모여 이날 공연을 즐겼다.

이영훈 작곡가는 이문세를 통해 수많은 히트곡을 내놨다.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붉은 노을’ ‘광화문 연가’ ‘휘파람’ ‘가을이 오면’ ‘옛사랑’ ‘난 아직 모르잖아요’ ‘빗속에서’ ‘깊은 밤을 날아서’ 등이다. 원곡도 사랑 받았지만 여러 가수들에 의해 재해석된 곡도 인기를 얻었다. 고인은 1985년 이문세와 만나면서 대중음악 작곡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문세의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는 150만 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했고, 이는 한국 가요계 최초의 밀리언 셀러 음반이다. 1987년 4집 ‘사랑이 지나가면’으로는 골든디스크 대상과 작곡가상을 휩쓸었다. 1988년 5집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으로 연달아 인기를 얻으며 작곡가로서의 실력도 인정받았다.

1990년대에는 러시아 볼쇼이 오케스트라와 소품집 1집을 비롯해 세 장의 개인 소품집을 발표했다. 가수 이광조의 ‘세월가면’을 비롯해 이은저, 유열, 박소연 등의 음반도 만들었다. 영화 ‘개같 같은 날의 오후’ ‘인샬라’, 드라마 ‘까레이스키’ ‘사랑을 기억하세요?’ ‘산’ 등의 OST도 완성했다. 2000년대에는 자신의 20년 음악 인생을 정리하며 음반을 발표했고, 직접 만든 곡으로 구성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도 준비했다. 2006년 대장암 판정을 받아 투병생활을 하다가 2008년 2월 14일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콘서트에는 이문세를 비롯해 윤도현, 한동근, 전제덕, 장재인, 한영애, 김설진, 차지연, 이병헌, 박정현, 김범수 등이 참여했다. 공연의 취지가 작곡가 이영훈의 노래를 추억하자는 것이어서 무대에 오른 이들은 모두 ‘노래’에만 집중했다. 노래를 부른 뒤 별다른 말없이 인사만 하고 들어가는 식으로 약 100분이 흘렀다. 사이사이에 이영훈 작곡가를 회고하는 이들의 인터뷰와 이번 공연에 참여한 이들의 소감 등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공연은 이영훈이 부른 ‘깊은 밤을 날아서2’로 막을 열었다. 그가 유일하게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곡이라고 한다. 이어 가수 윤도현이 ‘난 아직 모르잖아요’와 ‘휘파람’을 불렀다. 그는 “이영훈의 곡을 듣고 자랐다. 여러 가수들이 리메이크 음반 ‘옛사랑’을 만들 때 두 번 참여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이영훈 역을 맡기도 했다. 내게도 의미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의 노래를 듣고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본격 시작을 알렸다.

이어 가수 한동근이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을 특유의 시원한 목소리로 열창했다.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가수 한영애와 장재인,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았다. 한영애는 ‘광화문연가’와 ‘빗속에서’를 연달아 부르며 객석을 압도했다. 차지연은 ‘애수’에 이어 어린이 합창단과 ‘보리울의 여름’을 부르며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수 김범수도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을 불러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는 배우 이병헌이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공연에 앞서 공지된 출연자가 아니어서 관객들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이병헌은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차분하게 불렀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진심을 다해 부르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후 공개된 영상에서 그는 “작곡가 이영훈의 노래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며 “가수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긴장되지만 영광”이라고 했다.

공연의 마지막은 이문세가 장식했다. 그는 담담하게 작곡가 이영훈을 떠올리며 “스물다섯에 처음 만났다. 그는 나보다 한 살 어렸으니 24살이었다. 같이 완성한 노래가 큰 사랑을 받으니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며 “곡 작업을 하는 찌든 시간조차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나온 노래가 모두 그런 시간을 지나온 노래여서 나도 추억에 잠겼다”고 덧붙였다.

이문세는 “매일 새로운 노래가 발표되고 또 사라지는 요즘이다. 그 빠른 변화에도 이영훈은 오랫동안 사랑받고 기억되는 노래를 만들었으니 뿌듯해할 것”이라며 웃었다.

노래를 부르는 그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럼에도 미소와 더불어 더 힘차게 노래했다. 관객들도 더 뜨겁게 환호했다.

앙코르곡은 ‘붉은노을’로, 이영훈 작곡가의 팬클럽이 무대에 올랐다. 관객 역시 따라 부르며 어깨를 흔들었다. 모두 웃는 얼굴로 고인을 추억하는 순간이었다.

작곡가 이영훈이 남긴 노래는 여전히 남아 많은 이들을 위로한다. 세월의 무게를 얹어 더 또렷한 빛을 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