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상식을 말하고 싶다”던 조근현 감독의 이중성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흥부'의 연출을 맡은 조근현 감독/사진=텐아시아 DB

영화 ‘흥부’의 연출을 맡은 조근현 감독/사진=텐아시아 DB

영화를 통해 “상식을 말하고 싶었다”던 감독이 성희롱 논란에 휩싸였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주로 연출했던 감독이라 충격은 더욱 크다. 영화감독 조근현 이야기다.

최근 조 감독이 한 작품의 오디션에서 여배우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조 감독 작품의 오디션을 본 배우 A씨는 SNS에 “감독이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 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조 감독이 해당 글을 삭제해 달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까지 공개했다.

이에 영화 ‘흥부’ 제작사는 모든 홍보 일정에서 조 감독을 배제했다. 제작사 대표는 ” 영화 개봉을 앞뒀을 때 제보를 받았다. 바로 진상을 파악했다. 사실을 확인한 뒤 예정된 감독 스케줄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현재 조 감독은 미국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감독에 대한 대중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가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남달랐고,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작품 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조 감독은 1980년 5월 광주항쟁을 겪고 남겨진 이들이 학살의 주범을 단죄하기 위해 벌이는 복수를 그린 영화 ’26년’의 메가폰을 잡았던 사람이다. 당시 언론시사회에서 조 감독은 “제작자가 ‘사회가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지적조차 하지 못한다면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고 말해 힘을 얻었다”며 “정치가 아니라 상식을 말하고 싶었다”고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4일 개봉한 ‘흥부’를 통해서도 조 감독은 목소리를 냈다. ‘흥부’는 천재작가 흥부가 두 형제로부터 영감을 받아 세상을 뒤흔들 소설 ‘흥부전’을 집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꿈을 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렇듯 작품을 통해 사회에 메시지를 전해온 조 감독의 성희롱 논란은 당혹과 실망을 동시에 안겨주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 상영 중인 ‘흥부’도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자신이 연출한 작품에도,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노력을 기울인 모든 사람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조 감독은 작품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위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그런데 오디션을 보러 온 배우가 약자라고 막말 희롱을 자행했다. 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인가.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