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영화] ‘환절기’ 배종옥·이원근·지윤호의 특별한 삼각관계

[텐아시아=박슬기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환절기' 메인 포스터

/사진=영화 ‘환절기’ 메인
포스터

영화 ‘환절기’는 아들의 성 정체성을 알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엄마의 이야기다. 엄마의 심리 변화를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 비유한 이동은 감독은 이젠 대중들에게 익숙해진 정형화된 ‘퀴어 영화’가 아니라 가족 간 소통의 부재,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한 이해와 회한을 그린 새로운 형식의 퀴어영화다.

그동안의 대다수 퀴어 영화는 당사자들의 관계와 심리를 주로 묘사했다. ‘환절기’는 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각으로 새롭게 풀어내 신선함을 준다. 엄마 미경 역은 배종옥이 맡았고, 아들 수현 역에는 지윤호가, 아들의 남자친구 용준 역에는 이원근이 캐스팅됐다.

배종옥은 데뷔 34년 차 베테랑 배우답게 미경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아들 수현과 절친한 친구로만 알고 있던 용준이 연인 사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충격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그 담담함이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든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감정을 폭발시킨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아들처럼 여겼던 아들의 친구가 아들과 연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부모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분노하고, 억울함과 배신감을 주체할 길이 없다. ‘왜 하필 내 아들’이며 ‘왜 상대가 용준이냐’는 것이다.

미경이 용준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낀 것은 무뚝뚝한 아들 대신 자신을 오랜 시간 살뜰하게 챙겨줘서다. 남편은 사업 차 멀리 떠나있고 기댈 곳 하나 없는 미경에게 용준은 딸처럼 살갑게 옆에 있어줬다. 남다른 관계였기에 미경의 충격은 더 컸다.

영화는 이 같은 미경의 심리를 더 부각하기 위해 세 사람을 특별한 삼각관계 구도로 잡았다. 수현을 매개로 미경과 용준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부터 수현과 용준이 ‘연인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두 사람의 관계가 드러나는 시점은 수현과 용준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고 나서다. 미경이 현장에서 발견된 카메라를 보고 알게 된 것이다. 더구나 수현은 식물인간이 되고 용준은 가볍게 다쳐 미경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다. 그럼에도 고아인 용준을 위해 병원비를 대신 지불한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용준은 병원을 끊임없이 찾아간다. 미경은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며 병원을 몰래 옮긴다. 용준은 수소문 끝에 수현이 있는 요양원을 찾아 매일 같이 찾아간다. 미경은 꼴도 보기 싫은 용준이 찾아오자 화를 내고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

미경은 용준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결심한 듯 정면으로 돌파한다. “수현이랑 언제부터야? 어디가 좋았니?”라고 말이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의 관계의 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미경이 웃는 모습은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인정하고 난 그의 모습은 한결 가볍다.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지만 모든 것을 수용했을 때 짓는 미소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극의 중심인 배종옥 뿐만 아니라 이원근과 지윤호도 조화와 연기 호흡도 좋다. 이원근은 캐릭터 특유의 나약하고 위태로움을 잘 표현했다. 마른 몸매와 처연한 눈빛은 쓸쓸한 용준을 분위기를 잘 살렸다. 지윤호 역시 무신경하면서도 철없는 아들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엄마와 연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돼 KNN 관객상을 수상했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2월22일 개봉.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