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다시 봤다, 오연서

[텐아시아=김수경 기자]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에서 여주인공 삼장(진선미)을 맡은 배우 오연서.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에서 여주인공 삼장(진선미)을 맡은 배우 오연서.

오연서가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시작은 걸그룹이었다. ‘Luv’라는 이름으로 2002년 ‘Story Orange Girl’을 낸 그는 이듬해 KBS2 드라마 ‘반올림# 1’로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자로서 빛을 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연기 생활 9년째로 접어들던 2012년 KBS2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말숙 역으로 처음 신인상을 받았다. 대중에게 오연서라는 배우를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2014년 MBC 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통해서였다. 오연서는 손해를 볼 만큼 착하지만 억척스럽고 긍정적인 장보리를 맞춤옷을 입은 듯 소화해냈고, MBC 연기대상 연속극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그 뒤로도 오연서는 다양한 캐릭터의 주연을 맡아 끊임없이 도전하며 발전했다. SBS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에서는 40대 남성의 영혼이 들어 선 한홍난 역으로 1인 2역을 연기했고, 동명의 영화를 조선시대 배경으로 재해석한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사극 연기와 함께 배우 주원과 로맨스를 펼쳤다.

이렇게 15년 동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오연서가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에서 그간 쌓아온 내공을 모두 쏟아 부으며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견고해진 그의 연기력은 ‘화유기’의 재미를 이끄는 하나의 축이 됐고, 그저 예쁘기만 한 줄 알았던 오연서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한 구절처럼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꽃’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화유기’에서 오연서는 진선미이자 삼장이다. 한빛부동산의 대표인 진선미는 다 쓰러져가는 집을 사고 파는 일에 악귀를 보는 능력을 십분 활용한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 세계를 구하는 삼장 법사의 소명을 받았다. 삼장이 된 진선미는 어렸을 때 자신을 버리고 떠난 손오공(이승기)를 우연히 만나 금강고를 매개로 사랑에 빠져든다.

오연서는 상처를 입은 채 21세기를 살아가는 삼장법사를 자신만의 느낌으로 해석해 보여줬다. 늘 수수한 검은 옷에 머리는 질끈 묶은 채 진지한 표정으로 노랑 우산을 펼치는가 하면,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손오공에 경계의 빗장을 쉽게 풀지 않았다.

‘오연서 표 삼장’으로 중반부까지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오던 그는 서서히 무르익던 이승기와의 로맨스도 활짝 꽃피웠다. 고대 소설을 현대로 옮겨 온 판타지 속에서 원숭이와 사랑을 펼친다는 설정은 분명 쉽지 않다. 그러나 오연서는 “이승기가 제가 상상하던 손오공과 닮아 몰입이 잘 된다”고 너스레를 떨며 이를 해냈다. ‘오공커플’이란 애칭을 붙이며 주말마다 오연서와 이승기의 로맨스를 챙겨 보는 시청자들도 생겨났을 정도다.

오연서의 연기 내공이 더욱 빛을 발한 순간은 아사녀에 빙의됐을 때였다. 극 중 아사녀(이세영)가 삼장의 몸 속에 들어 앉게 됐고, 오연서는 손오공 앞에서 아사녀와 과거의 사진이었던 삼장을 능수능란하게 오갔다. 달콤살벌한 오연서의 두 얼굴은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화유기'에서 아사녀에 빙의된 삼장을 연기한 배우 오연서.

‘화유기’에서 아사녀에 빙의된 삼장을 연기한 배우 오연서.

‘화유기’는 쉽지 않은 드라마였다. 초유의 방송 사고로 2회부터 진통을 겪었다. 배우들의 연기력과 탄력 붙은 로맨스가 줄 재미, 극본을 쓴 홍자매 특유의 캐릭터 연출이 베일을 완전히 벗기도 전에 다수의 시청자들이 떠났다. 때문에 시청률은 5~6%에 머무르고 있지만, 더 이상 시청자들을 잃지는 않았다. 방송 사고를 떠나 드라마가 재미없었다면 떠날 사람은 떠났을 터다. 그러나 배우들은 각자의 연기 역량으로 극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고 여주인공 오연서도 이에 한몫했다.

로맨스는 물론 1인 다역을 소화하며 확장된 연기 세계를 보여준 오연서는 ‘화유기’ 이후 오는 3월 14일 영화 ‘치즈인더트랩’으로 다시 찾아온다. ‘오연서 표 삼장’에 이어 그가 ‘치즈인더트랩’에서 보여 줄 ‘오연서 표 홍설’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인다. ‘화유기’는 오는 3월 4일 종영할 예정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