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연출가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성폭행은 인정 못해” (종합)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한 연출가 이윤택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성추행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한 연출가 이윤택

극단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인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성폭행도 있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에는 반박하며 “법적 절차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윤택 연출가는 19일 오전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성추행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이 연출가의 과거 성추행 사실은 연희단거리패 배우 출신인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이 연출가는 곧바로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근신하겠다”며 사과했다. 아울러 연희단거리패와 30스튜디오, 밀양연극촌 예술감독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도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단법인 한국극작가협회는 극작가이기도 한 이 연출가를 제명했다. 한국여성연극협회도 이윤택 연출가를 연극계에서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연출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에게 사과드린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내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하여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연희단거리패 출신들과 단원들에게도 사죄드린다. 단원들이 항의할 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매번 약속을 했는데 번번이 내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그의 상습적인 성폭력이 극단 내에서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임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이런 죄를 짓게 돼 연극계 선후배 님들께도 사죄드린다. 나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또 2016년 다른 극단 여배우를 30 스튜디오에 데리고 와서 발성 지도를 하며 성추행했다는 폭로에 대해서는 “발성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가슴이나 척추 쪽을 터치할 수 있다”며 “그 배우가 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생각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도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 연출가는 성추행 논란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제기된 성폭행 논란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배우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2001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밀양과 부산에서 이윤택 연출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이 연출가는 “성관계는 있었지만 강제적인 것은 아니었다”며 “폭력적, 물리적인 방법으로 성폭행하지 않았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연출가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 만나 사과할 생각이 있다. 나에게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만나서 직접 사과하겠다”고 답했다.

이윤택은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연출가이다. 1986년 부산에서 창단한 연희단거리패는 1988년부터 서울 공연을 시작했고, ‘산씻김’ ‘오구’ ‘바보각시’ ‘어머니’ 등을 올렸다. 이윤택은 1994년 ‘청부’ ‘길떠나는 가족’ 등으로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에서 상을 받으며 연출가로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