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이 추천하는 이 작품] ‘공동정범’, 우리가 우리를 죽였다는 말씀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사진=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법률용어사전은 공동정범에 대해 ‘2인 이상의 책임능력이 있는 자가 서로 공동으로 죄가 될 사실을 실현하고, 그것에 참가공력한 정도의 여하를 불문하고 전원을 주범인으로 처벌한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영화 ‘공동정범’은 용산참사의 생존자 5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우리가 혹시 잊어버리고 있었던,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김일란, 이혁상 감독이 기록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가 벌어진 그 날로 부터 유가족들은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당일 참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어떨까? 화재와 진압의 가운데 있었던 생존자들의 공포, 기억, 감각이 영화에서 펼쳐진다.

영화는 ‘두 개의 문’의 속편이다. ‘두 개의 문’은 당시 재판 과정에 참여하여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고 현장 활동가들과 변호인을 취재한 내용으로 만들어진 법정 다큐멘터리로 가해자라는 관념에 갇힌 시위 진압 ‘경찰특공대’를 통해 진압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를 제작한 이들이 가졌던 궁금증, 남일당의 망루 안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영화의 스핀오프 ‘공동정범’에 그 답이 있다.

영화는 외부의 평가, 분석, 정의가 아닌 당사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궁금했고 기대되었다. 영화는 용산참사에 대한 정치적 법리적 해석에 앞서 사건의 실체를 만나게 한다. 그들은 아직 남일당의 망루에 남아있었다.

‘공동정범’은 당시 망루 농성의 책임자인 용산4구역철거대책위원장 이충연과 망루투쟁에 연대했던 타 지역 철거민인 김주환, 김창수, 지석준, 천주석의 기억과 증언을 담고 있다. 객관적으로 묘사되는 생생한 현장의 증거와 진실을 찾고자 하는 타자들의 시선이 그 진실을 알고 있으리라 추측한 혹은 그 진실 자체인 생존자들의 주관적 시점에 닿는다.

영화는 화재와 폭력적 진압의 한 가운데에서 우왕좌왕했던 당시의 긴박한 순간에 접근한다. 그러나 애초에 기획했었던 기억의 재구성과는 상관없이 증언은 이리저리 휘청거린다.

진실은 여기에 있다. 모두들 정확하게 당시 상황을 인지하거나 기억하고 있지 못한다. 기억은 종종 현장의 증거 영상과 엇갈린다. 생존자들의 고백 속에는 당시의 트라우마가 끈질기게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때 살아 돌아온 이들의 얼굴에서 포착되는 갈등하는 연약한 생존자의 모습. 감독은 여기에서 국가폭력 피해자의 얼굴을 발견한다. 영화는 피해자에 대한 깊은 차원의 이해 그리고 이 사회에 대한 자각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용산참사가 일어났을 때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혀갔던 지인에게 ‘공동정범’을 보았냐고 물었더니 영화는 알고 있지만 자신은 ‘멘탈’이 약해 이 영화를 볼 수 없다고 대답했다. 묘한 기분을 느꼈다. 왜냐면 본인도 같은 이유로 관련된 뉴스의 자료 화면으로 나오는 경찰의 채증 이미지를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낮은 화질의 불타는 파란색 가건물을 보기 어려운 이유는 그 속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가 참혹함을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둘 다 알고 있었다. 참혹한 것이 사고인지 그 이후인지 말이다.

사고 못지않게 이 사고를 다루는 그 이후가 참혹했음을 우리는 지켜보는 가운데 알고 있다. ‘사고는 중요하지 않다, 누구의 힘이 더 센지 보여주겠다.’라는 국가의 폭력에 맞서 생존자들은 ‘나 때문에 모두가 죽었을까?’라는 의문으로 자신을 할퀴고 있었다.

작은 감옥에서 나와 큰 감옥에 도착한 참사의 피해자. 영화가 끝나면 많은 관객이 용산참사 철거민들의 옆에 함께 서서 눈에 보이지 않아 더 두려운 연대를 하리라 생각한다.

김일란 이혁상 두 감독과 제작을 맡은 연분홍치마가 최대치의 치열함으로 본인들이 축적해온 철학, 미학과 함께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가지고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쏘아 올렸다.

이 공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는 이제 우리 손으로 넘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것은 이 연대에 대한 초청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은 ‘1987’까지라는 잠재 관객에게 이 영화가 안일한 선정성과 자극적인 신파를 동력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을 초대에 덧붙인다.

정지혜(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