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인│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하얀 밥처럼

유다인│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하얀 밥처럼
단정한 원피스를 입은 조그마한 여자가 카메라 앞에 선다. 찰칵찰칵. 카메라 소리만 들릴 정도로 조용한 그녀의 움직임이 스튜디오 시간마저 멈추게 할 찰나, 그녀가 말없이 입꼬리를 올린다.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속마음은 쉽게 알려주지 않을 것 같은 미소. 배우 유다인은 그렇게 표정만으로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아이를 잃고 유기견을 돌보는 영화 의 혜화도, 살인 혐의를 쓰고 7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 아빠 때문에 웅크리고 사는 KBS ‘보통의 연애’의 윤혜도 그랬다. “제가 생각한 윤혜의 그림이 있어서 그걸 주로 따라갔어요. 대사보다 윤혜가 말할 때의 분위기, 걸음걸이, 주저하는 모습 등이요. 현장에서는 대사 못 외운다고 감독님한테 혼났지만. (웃음)” 유다인은 꾹 다문 입, 무심한 듯 바라보는 눈망울만으로 감정의 큰 진폭을 만들어내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색깔을 캐릭터에 입혔다. 그 결과 그녀가 지나간 영화 과 KBS ‘기쁜 우리 젊은 날’, ‘보통의 연애’는 시청자들에게 ‘유다인 3부작’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남았다.

유다인│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하얀 밥처럼
유다인의 얼굴이 처음부터 눈길을 끈 것은 아니다. 호기심에 연기를 시작한 데뷔 초반에는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고, 그 후 “선배, 나 열나는 것 같아”로 유명한 커피 광고 등을 발판삼아 CF, SBS , 등을 누볐지만 그녀에겐 “내 모습이 부자연스러워 싫은” 시절이었다. 그리고 찾아 온 공백기. 하지만 유다인은 이 시간을 과거의 설움으로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다음 페이지로 바로 넘어가는 덤덤함과 집중력이 그녀의 진짜 힘이다. “재밌는 거, 잘 할 수 있는 거 하니까 연기가 정말 재밌어진” 마음을 악보로 삼아 연주하듯 연기하는 유다인은 스스로가 느끼는 설렘처럼 상큼한 기대감을 준다. “감정 연기 없이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맡은 영화 장하연, “그냥 연기 기초를 배우고 싶어” 시작한 SBS 새 주말드라마 의 장주현 등 유다인의 변주는 이미 시작됐다. 남은 것은 그녀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다.

유다인│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하얀 밥처럼
My name is 유다인.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다는 뜻으로 작명소에 가서 지었다. 원래 이름은 마영선이다. 성이 특이해서 어릴 적 별명이 ‘마씨’였다.
1984년 2월 9일에 태어났다.
서울 토박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도 어릴 때 돌아가셔서 지방에 가본 적이 별로 없다. 커서 여행으로 조금씩 가 본 정도?
지금 별명은 시청자다. (웃음) 친구들이랑 놀 때면 항상 말을 많이 하기보다 그냥 아이들을 쳐다본다. 가만히 특징 캐치하고.
장래희망은 친구가 쓰는 거 따라 썼다. (웃음) 학교 다닐 때 친구가 선생님 쓰면 나도 선생님 쓰고. 부모님도, 두 살씩 차이 나는 두 언니도 “너 하고 싶은 거 하라”는 스타일이라 뭘 해야 하는 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우리 집은 강아지도 조용하다. 가족들도 거의 말이 없다. 그나마 분위기 메이커는 나다. 아무래도 내가 막내니까 애교도 부리고 까불거리기도 한다. 가족 행사 있으면 내가 다 주도하고 가족들과 있을 때는 장난치는 거 되게 좋아한다.
연예인 울렁증이 아직도 있다. 데뷔한 지 7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미용실에서 연예인 보면 얼굴 빨개지고 그런다. (웃음) 영화 같이 찍은 유연석이나 ‘보통의 연애’의 연우진을 봐도 연예인 같다. TV에서 보던 사람이니까.
‘보통의 연애’ 찍을 때 연우진의 연기를 보고 조바심에 잠을 못 잤다. 연기를 너무 잘 하더라. (웃음) 엄마랑 이야기할 때, 죽은 형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할 때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 되게 잘한다. 나 큰일 났다’ 생각했다. 그렇게 2회를 보고 잠도 못 자고 촬영장에 나갔다. (웃음) 자극 받을 수 있는 좋은 배우였다.
심수봉 선생님의 ‘사랑밖에 난 몰라’가 노래방 18번이다. 노래는 그냥 동요 부르는 것처럼 하는데 그 노래는 좋아한다. ‘보통의 연애’ 촬영 휴식 때 연우진 씨랑 매니저 분들이랑 같이 노래방 갔을 때도 그 노래를 불렀다. 반응은? 그냥 그랬다. (웃음)
동안이란 말 들으면 아직은 좋다. 예전에는 청순한 외모도 섹시한 외모도 아니라 오디션에서 매번 떨어졌는데 요즘은 동안이란 말 들어서 좋다. 근데 어려보인다는 말만큼 제 나이 얼굴 같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목소리가 하이톤이다. 일반인 유다인으로서는 콤플렉스라고 생각 안 하지만 배우로서는 고쳐야 할 것 같다.
돈 제일 많이 쓰는 데가 밥 먹고 영화 보는 일이다. 요즘에는 드라마 때문에 영화를 자주 못 봤는데 밥이든 영화든 혼자 다니는 거 편하다.
일기를 매일 쓴다. 예전에 썼던 일기 다시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나 글 잘 쓰네?’ 이런 생각이 든다. (웃음) 머리에 잘 들어오게, 잘 이해되게 글을 쓰는 거 같다.
친한 연예인들은 별로 없다. 연석이 정도? 같이 일한 사람들이랑 연락을 잘 하고 지내는 편이다. ‘보통의 연애’를 전주에서 찍었는데 그 때 연석이도 영화 을 전주에서 찍고 있었다. 숙소도 가까워서 촬영 중간에 만나기도 했다.
영화 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예전에 촬영이 중단됐었는데 5월부터 다시 시작될 거 같아 다행이다. 내가 맡은 서예린이란 캐릭터는 김인권 선배님이 맡은 강대오를 좋아하는 아이인데 예쁘고 똑똑하고 엉뚱한 매력도 있다.
스크린 안에서 매력적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난 재밌게 사는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특색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배우 유다인은 매력적이었으면 좋겠다. 사람들도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면 만족할 것 같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