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궁금한 그 이름, 전성우

[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전성우,인터뷰

최근 종영한 SBS ‘의문의 일승’에서 딱지를 연기한 배우 전성우.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알다가도 모를 배우. 전성우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2007년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로 데뷔한 전성우는 1월 30일 SBS 드라마 ‘의문의 일승’을 마치기까지 무대와 안방극장, 스크린을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이번 겨울에는 ‘의문의 일승’과 연극 ‘엘리펀트송’,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병행했다. ‘의문의 일승’에서 윤균상(김종삼 역)의 의동생 딱지 역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다가도 무대에 오르면 애정결핍 소년 마이클 알린, 마약에 중독된 야쿠자 류 요이치로 변신했다.

어린 시절, 내성적인 소년이었다는 전성우의 성격은 지금도 차분하다. 조용히 말하고 슬며시 웃는다. 그런 그가 작품과 인물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신기했다. 전성우의 말대로, 그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올해 데뷔 12년차, 공연계에서는 이미 ‘대학로 아이돌’로 통하고 방송과 영화계에서는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전성우를 만났다.

10. ‘의문의 일승’을 마치니 어떤가요?
전성우: 시원섭섭해요. ‘딱지가 조금 더 나왔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또 신경수 PD님과 드라마 데뷔작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났는데, 캐스팅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에도 잘 챙겨주셨어요. 어떻게 하면 딱지라는 인물이 살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해주시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10. 신 PD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성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윤균상이라는 배우가 김종삼을 맡은 덕분에 제게 딱지를 연기할 기회가 온 것 같기도 하고요. 작품 안에서 배우끼리의 케미스트리나 구색이 중요하잖아요. (윤균상과) 형제의 느낌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딱지를 맡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10. 동갑내기 배우 윤균상과의 호흡은 어땠습니까?
전성우: 또래의 배우 친구들이 없는 편이었는데 좋은 친구를 한 명 얻었어요. 드라마 연기에 아직 익숙지 않아서 균상이가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 ‘지금은 풀 샷을 촬영하니까 몸을 자유롭게 써도 된다’거나 ‘바스트 샷이니까 이렇게 하면 될 것’이라든지요. 특정 장면을 촬영할 때도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제 의견을 물어줬어요. 연기에 관련해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10. 촬영하는 동안 두 편의 무대극을 병행하느라 힘들었겠어요.
전성우: 새벽부터 저녁까지 드라마를 촬영하고 바로 공연장에 간 적도 있었어요. 에너지를 2배로 써야 했는데 단순히 2회 공연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르더라고요.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서 느끼는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작품마다 호흡을 맞추는 상대가 다르니 그 순간에 집중해서 표현했죠. 평소에도 연기가 끝나면 곧바로 본래의 저로 돌아오려고 하는 편이고요.

10. 윤균상이 ‘엘리펀트 송’을 보러간 적도 있다고요?
전성우: 덕분에 더 친해졌어요. 그 전에는 대본 리딩 때 한 번, 촬영장에서 몇 번 본 게 전부였거든요. 촬영장에서는 각자 연기하느라 바쁘니까 사담을 나눌 시간이 없었죠. 그런 와중에 균상이가 제 SNS에 “‘엘리펀트 송’을 보러 가겠다”는 댓글을 올려줬어요. 그것을 계기로 연락처를 주고받았죠.(웃음)

10. 최근 공연계의 스타들이 TV나 영화로 영역을 넓혀 활약하고 있습니다.
전성우: 이전에는 ‘연극배우는 연극 연기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최근 공연계의 여러 선배들이 TV나 영화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편견을 깼죠. 후배의 입장에서는 좋은 길이 열린 것 같아 감사합니다. 다 아는 얼굴이기도 해서 잘 되는 것을 보면 내 일처럼 반갑고 기뻐요.

10. 공연과 방송의 매력을 비교하면요?
전성우: 무대 위에서는 순간순간이 너무 새롭고 달라요. 인물을 표현하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죠. 반면 드라마나 영화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실수를 해도 편집을 통해 최고의 모습만 카메라에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10. 카메라에 담긴 자신의 모습은 어떤 것 같나요?
전성우: 엉망이죠.(웃음) ‘의문의 일승’ 본방송을 챙겨봤거든요. 누구보다도 제가 저를 잘 아니까 아쉬운 것만 보이더라고요. 방송을 보면서 ‘다음부터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는 것들을 새겨놨어요.

10. 많은 시청자들이 딱지를 좋아했어요. 반응을 실감한 적이 있나요?
전성우: 균상이랑 다니면 “어? 딱지다” 하고 알아보더라고요. 신기하고 감사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주위 반응을 잘 안 찾아봐요. 칭찬을 들으면 좋기는 한데, 누구나 다 저를 좋아할 수 없잖아요. 상처를 잘 받는 편이어서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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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는 배우를 하며 자신의 성격도 변화했다고 말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요즘 방송가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습니다.
전성우: 기대주라는 말을 들으면 좋고 감사해요. 아직 갈 길이 멉니다.(웃음)

10. 배우라는 꿈을 꾸고 이루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전성우: 고등학생 때 소극장에서 열린 (공연) 워크숍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공연이 끝나고 어떻게 연기를 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눈물이 계속 나더라고요. 그때 그 감정이 너무 좋았어요. 벅차기도 하고. 말도 잘 못하고 소극적인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했다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굉장했어요. ‘이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서 배우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그런 와중에 혼자 시도해볼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 공연이었죠. 공연계는 오디션이라는 기회가 많거든요. 그렇게 뮤지컬로 데뷔를 하고 연극에도 연달아 출연하며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10. 연기는 표현하는 작업이므로 내성적인 성격도 바뀌었겠습니다.
전성우: 많이 바뀐 편이죠. 그렇다고 외향적인 성격이 된 건 아니고요.(웃음) 예전 같으면 묻는 말에 ‘네’ ‘아니요’로만 답했을 것을 조금 더 길게, 잘 말하려고 노력하죠. 실은 지금도 어디 가면 ‘원래 그렇게 말이 없느냐’는 소리를 들어요. 지금이야 인터뷰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요.(웃음)

10. ‘마츠코’에서는 반항아에서 야쿠자가 되는 류 요이치를 연기했습니다. 캐스팅 당시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죠.
전성우: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지만, 가능하다면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려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저에게서 떠올리는 이미지, ‘전성우가 이 작품에 출연한다면 이 역할이겠네’라는 편견을 깨고 싶거든요. ‘전성우가 이 역할을 한다고?’라는 말을 들을 때 재미를 느낍니다.

10.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생각하나요?
전성우: 어리고 여리고 수동적이며 조용한… 싸움 안 할 것 같은 이미지요.(웃음) 실제 제 모습과 맞는 부분도 있어요. 그렇지만 특정한 이미지가 생긴다는 것은 배우에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배우의 연기에 한계를 만들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부딪혀보려고 합니다.

10. 류 요이치는 주인공 마츠코를 사랑하는 동시에 그를 나락으로 빠뜨리는 인물이에요.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 쉬운 인물은 아니었을 겁니다.
전성우: 뮤지컬의 원작이 되는 소설을 읽었는데, 류 요이치의 전사(前事)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추가할 요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공연은 시간이 제한적인 분야인데다 ‘마츠코’는 류의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류가 도구화되더라도 그 틀 안에서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연기하는 게 제 몫이었고 역량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공연의 매력이 여러 번 무대에 오를수록 인물과 가까워진다는 점이라, 회를 거듭하며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렸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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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우는 지난달 막을 내린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서 야쿠자 류 요이치 역을 맡아 열연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공연을 즐겨보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전성우: 재작년까지요. 지인이나 함께 공연하는 배우들의 작품을 거의 챙겨봤어요. 배우의 연기를 참고하려고 본 건 아니에요. 좋은 연기를 보면 감탄하지만 그 감정은 제 것이 아니잖아요. 작품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이었는데 요즘에는 머릿속에 무엇인가를 넣는 게 힘들어서 보러 다니지 못하고 있습니다.

10. 어디서 연기에 대한 도움을 얻나요?
전성우: 일상 속의 저와 주위 사람들에게서 얻죠. 그게 진짜 살아있는 캐릭터니까요. 가끔 나에게 너무 슬픈 일이 닥쳐서 슬퍼하다가 ‘아, 이 감정을 연기할 때 살려야겠다’고 생각하는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내가 왜 지금 이런 순간에도 연기 생각을 하지?’ 싶어서 짜증도 나요.(웃음)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인물이 아니라, 내가 그 인물 자체가 되려고 합니다.

10.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요?
전성우: 여유가 있어야 해요. 여유 있는 사람의 연기는 따라갈 수가 없어요. 기술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보거든요. 여유와 진심이 뒷받침돼야 기술적으로도 자연스럽게 풀 수 있죠. 저는 아직 여유로운 척하는 배우예요.(웃음) 여유로워지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는 조바심을 항상 갖고 있어요. 배우는 항상 평가 받아야 하고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직업이니까요. 대신 불안감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죠.

10. 11년 동안 활동하며 슬럼프도 겪었을 텐데요.
전성우: 모든 순간이 슬럼프예요. 남들이 좋다, 괜찮다고 해줘도 스스로 용납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과는 또 달라요. 어느 순간 내가 편한 연기, 하고 싶은 연기만 하려고 한다거나 발전이 없다는 것을 느낄 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요. 계속 내 자신에게 되묻는데, 사실 답이 정해진 물음이 아니기 때문에 (슬럼프에 빠질 때는) 생각을 비우려고 해요. 아예 머릿속을 무(無)로 만드는 거죠.

10. 배우라서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전성우: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나를 보고 누군가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요. 덕분에 배우를 끝까지 해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돼요.

10. 배우로서의 장점을 자랑해주세요.
전성우: 장점이요?(웃음)… 저만의 분위기? ‘이 사람, 뭐지?’ 싶은… 알다가도 모르겠는 느낌덕분에 사람들이 저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10. 데뷔 초 상상했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닮았나요?
전성우: 연기를 한다는 것 빼고는 닮지 않았습니다.(웃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아예 생각지 못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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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에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전성우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전성우: 음…(전성우는 한참 고민했다) 지금처럼 계속 연기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년 뒤라고 하니까 왠지 씁쓸해지네요.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게 사람 일이니까요.(웃음)

10. 올해의 기대주로서 대중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전성우: 아직은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사실 저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위해 배우를 하는 건 아니에요. 작품 속의 역할로서 ‘그 배우, 참 좋았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만족스럽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테니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봐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