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뮤지컬 배우 송용진, 늘 도전하는 남자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아이러브유'에 출연하는 배우 송용진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뮤지컬 ‘아이러브유’에 출연하는 배우 송용진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1999년 뮤지컬 ‘록햄릿’으로 데뷔해 올해 20년째 뮤지컬 배우로 살고 있는 송용진(41)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쉴 새 없이 도전한다. 뮤지컬 ‘아이 러브 유'(연출 오루피나)로 새해를 연 그는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한다. 단편영화도 준비 중이다. 직접 쓴 시나리오에 장비까지 구입해 촬영기법과 편집 등을 공부하느라 밤을 새우기도 한다. 무언가를 배우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마냥 즐겁단다.

10. ‘아이러브유’에 출연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뭔가요?
송용진 : 과거 남경주, 정성화 형이 출연하는 걸 봤는데 ‘어쩜 이렇게 잘하지?’ 싶었어요. 남경주를 위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같은 역할을 맡게 돼 부담스러웠죠. 선배가 쌓은 명성에 누가 되지 말자는 생각에 연습부터 긴장하면서 했습니다.

10. 간미연이 “송용진은 연습도 실전처럼 한다”며 대단하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군요.(웃음)
송용진 : 이 작품은 다소 과장된 브로드웨이식 연기를 해줘야 해요. 미국 작품이 원작이기 때문에 미국 특유의 느낌이 있어서 속도와 호흡이 딱 맞아떨어져야 관객을 웃길 수 있어요. 특히 저는 남경주 형이 하는 모습을 봤잖아요.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게 쑥스러운 면도 있지만, 이 작품은 그래야 맛이 살거든요. 동료 배우들에게도 빠르게, 긴장을 풀지 말고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죠. 그래서 연습 때도 후배들 보라고 더 역동적으로 움직였어요. 다행히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맙죠.

10. 관객으로 봤을 때와 배우로 참여할 때, 무엇이 다른가요?
송용진 :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땐 결혼 전이었어요. 주로 연애시절을 담는 1막이 무척 재미있었죠. 반면 결혼 후의 이야기인 2막은 와닿지 않았어요.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 지금은 2막이 더 재미있어요. 현재의 유행과 흐름에 맞게 각색해서 관객들도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공감할 수 있어요.

10. 여러 역할을 오가며 옷 갈아입는 것도 쉽지 않죠?
송용진 : 한 번에 매끄럽게 안되면 무대에 늦게 나가게 돼요. 운동화를 꺾어 신고 나갈 때도 많죠.(웃음) 연습 때 조연출이 “‘아이러브유’는 무대 위에 있을 때 쉬는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해요. 하하.

10. 오는 3월 18일까지 하는 장기 공연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가 없겠네요.
송용진 : 모든 작품이 그런 것 같아요. 공연을 할 땐 온 신경을 집중하고, 끝나면 금세 빠져나오는 노하우가 생겼죠. 농담으로 투덜거리며 “나는 3D 배우”라고 하지만, 편한 작품을 하면 뭐 해요? 실제 성격도 새로운 걸 찾는 걸 좋아합니다. 가만히 못 있죠.(웃음)

10. ‘아이러브유’에서도 그렇고, 어느덧 현장 분위기를 주도하고 이끌어야 하는 선배의 입장이 됐습니다.
송용진 : 연극은 모르겠는데, 뮤지컬은 확실히 또래 배우들이 없어요. 모두 무대를 떠났죠. 여배우는 더 없고요. 그럴수록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깁니다. 허투루 할 수 없는 나이니까 잘해야죠. 옛날 같이 선배들이 권위적인 시대가 아니잖아요. 몸소 보여주고 알아서 따라오게끔 해야지, 시대가 바뀌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싫거든요. 제가 더 열심히 하는 거죠.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즐겁다"는 송용진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송용진은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즐겁다”고 했다.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10. ‘아이러브유’는 팀워크가 굉장히 좋죠?
송용진 :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배우들도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연습실 분위기가 매일 화기애애했죠. 이 작품이 워낙 긴장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더 끈끈합니다.

10. 특히 영화관 장면에서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던데요.
송용진 : 그 장면에서 큰 웃음을 주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극 초반인데, 그 장면에서 나오는 웃음이 극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생각했어요. 실패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쏟아붓죠. 객석에서 큰 웃음이 터지면 다음부터는 수월하게 흘러갑니다. 그래서 영화관 장면은 사명감을 갖고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이에요. 웃음소리가 들리면 ‘이제 됐다!’ 이러는 거죠. 하하.

10. ‘아이러브유’를 하며 가장 신경 쓰는 건 속도인가요?
송용진 : 속도가 늘어지면 분위기가 안 살아요. 특히 이 공연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공연 시간을 잽니다. 배우들끼리 러닝 타임에서 “1분 줄였다”며 좋아하고요. 30초에서 1분 차이에도 극이 달라지죠. 뮤지컬 ‘헤드윅’을 할 때부터 생긴 습관이에요. 항상 그날 처음으로 이 작품을 보는 관객을 기준으로 삼아요. 최고의 공연을 보여줘야죠. 그래서 숫자로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인 러닝타임에 강박 같은 게 있어요.

10. 쉬는 시간이 생기면 여행을 간다고 했는데, ‘아이러브유’ 시작 전에도 다녀왔나요?
송용진 : 여행도 다녀왔고, 지난해엔 단편영화 준비 작업에 집중했어요. 지난해 가을부터 구체화해서 배우 캐스팅도 마쳤습니다. 가을부터 찍으려고 했는데,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공부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서 잠도 줄여가며 배웠습니다.

10. 촬영만 남았군요.
송용진 : 카메라 등 촬영 장비를 빌려서 하니까 연습이 부족하더라고요. 촬영 회차는 정해져 있는데…고민을 하다가 장비를 사서 연습하고, 편집 프로그램도 공부했죠. 형식이 갖춰져서 이제 찍을 일만 남았습니다. 날씨가 조금 풀리면 하려고요. 노래가 있는 뮤지컬 영화예요. 음악영화제에 출품도 할 생각입니다.

10. 올 상반기에는 볼 수 있나요?
송용진 : 다 찍은 뒤엔 극장을 빌려서 시사회도 하고 싶습니다. 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있으면 가장 좋고요. 계획은 상반기에 한 편, 하반기에 단편영화를 하나 더 만들고 싶어요. 이후엔 장편영화도 준비하고요.

10. 직접 연출하면서 배우로는 풀 수 없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겠죠?
송용진 :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항상 있었어요. 배우는 창작물 안에 있는, 연기로 보여주는 사람인데 나무가 아니라 숲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시나리오도 쓰고, 공연을 하면서도 틈틈이 촬영 준비도 하고요. 할 게 너무 많아요.(웃음)

10. 다양한 활동이 연기에도 도움이 되나요?
송용진 : 예를 들어 게임을 할 때 다양한 무기를 갖고 있는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처럼, 예술이라는 틀 안에서 무대 위에서는 연기로, 또 음악으로 하나씩 꺼내 쓰는 게 재미있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창작에 재미를 느껴요.

송용진이 "올해 단편영화를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송용진은 “올해 단편영화를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사진제공=알앤디웍스

10.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일 것 같아요.
송용진 : 오래 하니까 큰 숲이 보여요. 시야가 넓어지니까 단순히 재미를 넘어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어지죠. 흥하든 망하든 일단 한번 해보자고 생각하고 도전하는 겁니다. 일단 시도만으로도 즐겁고, 밤새는 줄도 모르고 배우고 있습니다.

10.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송용진 : 운동을 매일 해요. 자랑을 하자면 최근 종합검진을 했는데 체력이 29살로 나왔어요. 혈관나이는 20살이고요.(웃음)

10. 2018년은 더 바쁘게 보내겠죠?
송용진 :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우선 지금 준비 중인 단편영화는 봄까지 촬영을 끝내려고요. 다음 단편영화는 여러 동료들과 협업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때론 저도 친구를 만나서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지만, 그 시간을 포기하는 거죠.  아쉬움도 있지만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즐거워요.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전체관람가’를 인상 깊게 봤어요. 특히 이명세 감독 편을 보면서 느낀 것도 많고요.

10. 저도 이명세 감독 편을 보고 울었습니다.(웃음) 영화를 준비하고 있어서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겠군요.
송용진 :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화려할수록 생명이 짧아요. 뮤지컬 배우, 굉장히 화려하죠? 그만큼 수명은 짧습니다. 그런 면에서 남경주 형 같은 선배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켜주는 건 감사하고, 또 대단해 보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무대 위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좋은 예를 만들면 좋겠어요. 선배님들을 따라가면서, 후배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죠. 그동안 누린 게 있으니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