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다운사이징’, 이토록 현실적인 판타지

[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사진제공=파라마운트픽쳐스

영화 ‘다운사이징’ 포스터/사진제공=파라마운트픽쳐스

177.2㎝의 건장한 성인이 간단한 시술을 통해 12.7㎝의 소인(小人)으로 변한다. 그리고 1억 원의 재산이 120억 원의 가치가 되어 왕처럼 살 수 있게 된다. 지극히 판타지 같은 설정의 영화 ‘다운사이징’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어느 다큐멘터리 못지 않게 현실적이다.

영화의 제목이자 각본가 짐 테일러가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기술의 이름이기도한 ‘다운사이징’은 인구과잉으로 인한 각종 기후 문제와 환경 오염의 해결책으로 개발됐다. 거의 모든 동식물에 시술 가능한 다운사이징은 유기체의 무게를 2744분의 1 비율로 줄이고, 부피는 0.0364%로 축소시킨다.

몸이 줄어든 사람들로 인해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도 엄청나게 줄어들고, 그 결과 ‘다운사이징’은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 시술을 선택하는 이유는 이런 공적 가치보다는 경제적 부담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인공 폴 역시 화려한 삶을 꿈꾸며 아내와 함께 다운사이징을 선택했다. 하지만 먼저 시술을 마친 폴은 아내가 자신을 두고 도망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결국 도망간 아내와 이혼한 폴은 꿈꾸던 럭셔리 라이프를 살아가지만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그리고 완벽할 줄만 알았던 다운사이징 세상에서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다.

영화 '다운사이징' 스틸컷/사진제공=

영화 ‘다운사이징’ 스틸컷/사진제공=파라마운트픽쳐스

영화의 주된 배경인 다운사이징 세상은 상상만 했던 판타지 세상이다. 극의 초중반까지는 호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소인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하지만 중반부로 갈수록 다운사이징 세상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판타지는 점점 사라진다. 특히 고급 타운의 벽 뒤편에 숨겨졌던 빈민가가 드러나면서 영화의 분위기는 전환된다.

빈민가에는 정부 또는 권력에 의해 강제로 다운사이징 시술을 당한 소인들이 거주한다. 이렇듯 벽 하나를 두고 정반대로 나뉜 두 세계는 다운사이징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보여준다. 영화는 양극단의 모습을 통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15세 관람가. 오늘 개봉.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