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조선미인별전’, 한국판 ‘라라랜드’의 탄생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1 '조선미인별전' 포스터 / 사진제공=KBS

KBS1 ‘조선미인별전’ 포스터 / 사진제공=KBS

KBS의 도전이 통했다. 신년특집으로 기획된 KBS1의 2부작 ‘조선미인별전’이 국악드라마, 뮤지컬사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지난 6, 7일 방송된 ‘조선미인별전’은 조선 시대 최초의 미인선발대회를 배경으로, 강요된 삶을 벗어나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드라마다. 마음에 흥이 있는 선비 규헌(펜타곤 여원)이 최고의 춤인 궁중정재를 배우기 위해 여장을 하고 조선미인선발전에 나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규헌은 1차 초상화 심사를 위해 화공을 찾아갔다가 기괴한 분장을 하고 문둥춤을 추는 소혜(김나니)를 만난다. 두 사람은 이후 미인합숙소에서 다시 만나지만, 규헌은 분장을 지운 소혜를 알아보지 못한 채 “저잣거리에 문둥춤을 추는 여인을 봤다. 너도 봤다면 비웃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소혜는 규헌이 춤에 값을 매기는 모습에 실망하지만, 이후 규헌이 남자임을 알게 되고 끌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규헌은 원래의 모습으로 소혜 앞에 나타났고, 두 사람은 입을 맞추며 마음을 확인했다.

KBS1 '조선미인별전'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1 ‘조선미인별전’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춤에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은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궁중정재에서 2인무를 추게 됐지만 소혜는 다리를 다쳤고 규헌은 아버지에게 들킬 위기에 놓였다. “하늘의 이치에 가장 가까이 닿는 춤”이라는 궁중정재를 추던 두 사람은 규율을 내던지고 문둥춤을 추기 시작했다. 대회의 주최자인 김마님(서이숙)은 분노했지만 관객들은 환호했다. 사고로 무대가 무너졌음에도 규헌과 소혜는 원하는 춤을 추고 노래를 하며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국내에서 뮤지컬을 TV화면이나 스크린에 옮긴 장르는 아직도 생소하게 느껴진다. 이렇다 할 성공사례도 없는 미지의 장르로 통한다. 기존 창극이나 판소리엔 서사가 강한 편인데 반해, ‘조선미인별전’은 대중가요에서 볼 수 있는 후크(hook, 멜로디가 반복되는 것)를 살려 친숙함을 무기로 삼았다.

가야금, 해금, 타악기와 피리, 태평소 등 국악기의 동양적 색채에 현대적인 음악과 요소들이 더해진 뮤지컬 넘버가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았다. 한국판 ‘라라랜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뮤지컬 넘버에는 청춘의 밀당 로맨스,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풍자, 청춘들의 도전에 대한 응원 등의 가사가 담긴 창작국악이 포함됐다. 언어유희로 재미를 선사한 ‘미미(美美)배틀’이나 김나니의 솔로곡 ‘청춘의 고개’ 등이 흥과 한을 동시에 선사했다.

KBS1 '조선미인별전'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1 ‘조선미인별전’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여기에 의녀 퇴직금을 선발전에 쏟아 부은 후보자, 실업급여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돼 장원이 목표인 후보자, 명품 바지를 선물 받고 특정 후보를 지지한 평가단의 모습 등 현실과 닮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는 웃음을 유발했다.

드라마 방영에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김대현 PD는 “국악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 2015년 창극 시트콤을 시도했지만 당시 제작 여건이 좋지 않았다. 이번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제작하게 됐다. 이번 작품이 성공해 더 다양한 국악드라마를 제작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조선미인별전’은 젊은 층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국악을 신선하고 친숙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다른 국악드라마의 탄생이 기다려지는 순간이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