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영화] ‘원더풀 라이프’, 저승길에서 마주한 인생

[텐아시아=박슬기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원더풀 라이프' 포스터

/사진=영화 ‘원더풀 라이프’ 포스터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첫 작품으로 천국과 지상의 중간역인 ‘림보’에서 7일 안에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골라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001년 개봉한 이 영화가 17년 만에 다시 개봉된다.

영화에서 망자들은 사흘 이내에 단 하나의 기억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꽤 인상 깊다. 모두들 하나같이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생각보다 없어서’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단 하나의 기억은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들이 내놓는 이야기는 가지각색이다. 어떤 이들은 “안 좋은 기억뿐이다” “없다” “더 산다고 해서 즐거운 기억이 쌓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은 인생이었다”  등의 비관적인 말들을 내놓는다. 또 다른 이들은 “버스에 앉아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맞았던 때가 좋았다” “첫사랑과의 아련한 추억” “오빠와 함께 춤을 추며 예쁨 받았을 때” 등 다양한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한다.

어떤 이들은 후회만 가득하지만 어떤 이들은 행복한 기억을 단번에 선택한다. 세상을 떠난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죽음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과거를 마주할 때 오는 기쁨과 고통에 대한 영화다.

/사진=영화 '원더풀 라이프' 스틸컷

/사진=영화 ‘원더풀 라이프’ 스틸컷

이들이 말하는 장면은 다큐멘터리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들의 사연 하나 하나가 다 디테일하고 현실감이 있게 다가와 몰입도를 높인다. 살아서는 절대 경험하지 못할 죽음의 공간을 다큐멘터리 기법을 이용해 마치 현실과 맞닿아있는 듯 표현했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망자 역의 일부를 일반인에게 맡겨 대본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담아 현실감을 더했다.

특히 망자의 죽음이 재현되는 순간은 마치 영화 세트장에 있는 듯하다. 한 편의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해 구름 한 점마저 세심하게 표현한다. 영화가 완성되고 시사회에서 상영되면 망자들의 추억은 이를 통해 선명해지는데 이 때 천국으로 가게 된다.

‘죽음’의 소재를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다뤄 무겁고 지루하지 않을까 싶지만 뜻밖으로 유쾌하다. 망자들은 가감 없고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비록 이승에서는 죽은 몸이지만 그들은 마치 고향길을 떠나 새로운 곳을 가는 듯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시작으로 바라봤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1월4일 개봉.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