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간미연 “이제부터 후회 없이 살 거예요”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간미연,인터뷰

뮤지컬 ‘아이러브유’에 출연하는 가수 겸 배우 간미연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997년 5인조 그룹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간미연(35)은 2006년까지 팀 활동을 하며 연예계에 뿌리를 내렸다. 베이비복스로 활동을 멈춘 다음에도 솔로 음반을 내놓고 가수로 무대에 올랐다. 연기에 도전하는 여느 걸그룹 출신과 다르게 음악이라는 한 우물을 팠다. 그러다 슬럼프가 찾아왔고 어느 순간, 노래 부르는 것이 무서워졌다. 3년여를 음반 활동 없이 지내며 고개를 돌려 드라마에 모습을 비췄고, 2013년에는 ‘발칙한 로맨스’로 연극에도 도전했다.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것들을 하나둘 해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14일부터는 뮤지컬 ‘아이러브유'(연출 오루피나)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연기에 노래까지 해야 하는 뮤지컬은 그가 가장 겁낸 분야였다. 간미연은 “자신감이 생겼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후회 목록’을 줄여나갈 참이다.

10. 옴니버스 형식의 ‘아이러브유’에서 15명의 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무대 전환도 빠르던데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나요?
간미연 : 어렸을 때부터 가수 활동으로 단련돼 있어서 몸이 힘든 건 괜찮은데, 혼자 무대에서  이끌어가는 건 해보질 않아서 어려워요. 무척 웃기는 이야기도 제가 하면 재미 없는 그런 사람인데, 그래서 연습 초반에는 목소리에 힘도 안 들어갔죠. 어느 순간부터 다 내려놓고 하고 있습니다.

10. 내년 3월 18일까지 공연하려면 체력관리도 필요하겠어요.
간미연 : 생각보다 성대가 튼튼한가봐요. 목이 쉰다는지 아픈 적이 없어서 감사하죠. 체력과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 장어즙을 먹고, 엄마에게 도라지즙도 부탁해놨어요.(웃음) 무대 체질인가 싶은 게 공연할 땐 안 아픈데 쉴 때 꼭 아파요. 베이비복스로 활동할 때도 다른 멤버들은 다 한 번씩 쓰러져도 저만 멀쩡했다니까요. 하하.

10. 뮤지컬을 선택한 계기가 있습니까?
간미연 : 어느 순간 인생을 돌아보니 하지 못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겁이 많아서 도전하지 못한 것들을 떠올려 보니 후회도 됐죠. 그래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했던 뮤지컬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언제 해보겠어?’ 싶어서 ‘아이러브유’ 오디션이 있다기에 보러 갔어요. 사실 대본의 일부만 연습해서 갔는데, 덜컥 합격한 거예요. 이후 전체 시나리오를 보고 깜짝 놀랐죠. 해낼 수 있을까…걱정이 밀려오더라고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라디오 DJ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라디오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사연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에게 의지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저로 인해 오늘 하루 행복했다고도 하고요. 그들 덕분에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껴서 자신감이 생겼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얻었어요. 그렇게 2013년 연극도 했죠. 여전히 많은 이들 앞에서 축가를 부를 때 가장 떨려요. 그걸 깨고 싶어서 연극을 했는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웃음)

10. 가수 생활을 오래했는데 축가가 떨린다니, 의외네요.
간미연 : 솔로 음반도 냈는데 말이죠.(웃음) 한동안 노래하는 게 힘들었어요. 음반도 안 내고 대신 연기자로 여러 작품에 출연했죠. 그땐 뮤지컬 출연 제안도 겁부터 나서 고사했어요. 처음이니까 못하는 게 당연한데 잘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도조차 안한 것들이 많았죠. 성격도 소극적이고 내성적이거든요. 갇혀 지내다가, 어느 순간 그런 저를 발견한 시기가 있었어요.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자, 더 늦기 전에 도전하자 싶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10. 아무래도 1세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습니다.
간미연 : 맞아요, 덕분에 얻은 것도 있고 또 안 좋은 점도 생겼죠.

10. 연습 때도 의상을 갈아입으면서 했다고 하던데, 쉽지 않았겠어요.
간미연 : 대본을 일찍 받았고, 개막 두 달 전인 10월부터 연습했죠. 출연진이 다들 뮤지컬계에선 베테랑 배우여서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방법밖엔 없었어요. 특히 송용진은 이전부터 알고 지내서 더 의지했고요. 낯을 가리는 통에 다른 배우들과 친해지는 데에도 오래 걸렸어요. 초반에는 눈치를 보느라 말도 못했죠. 작품에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피해를 주는게 정말 싫었거든요. 다행히 동료들이 친절하게 다가와 줘서 친해졌죠. 지금은 뭐…정말 화기애애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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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유’로 뮤지컬에 도전한 배우 간미연.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첫 장면에서 베이비복스의 ‘야야야’와 ‘겟업(Get up)’을 부르는 건 다른 배우들은 안 하는 거죠?
간미연 : 맞아요, 저만해요.(웃음) 연출가에게 아이디어를 냈죠. 여느 작품보다 런 스루(Run Through, 실제 공연처럼 하는 연습)를 빨리했는데, 할 때마다 배우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요. 저도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하.

10. 총 네명이 완벽한 호흡으로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만큼 동료들이 큰 힘이 되겠어요.
간미연 : 같은 역을 맡은 최수진을 보고 많이 배웠어요. 저는 코믹한 것도 잘 모르고 무대에서 움직이는 것도 낯서니까 다른 배우들이 공연하는 걸 열심히 봤어요.(웃음) 누가 그러더군요, 뮤지컬을 할 때 무대에 서 있는 것조차 무척 어렵다고요. 제가 딱 그랬어요.

10. 공연 첫날은 어땠나요?
간미연 : 첫 공연 전엔 잠을 못 잤어요. 부담도 컸고, 자다가 깨서는 혼자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려보면서 잠을 설쳤죠.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는 정말 잘 잤어요. 큰 실수는 없어서 다행이었죠. 첫 장면에서는 좀 떨었는데, 어느 순간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신기했어요, 그 느낌이. 연습량이 많아서 몸과 입이 기억하고 저절로 움직이긴 하는데, 워낙 전환이 빠른 극이어서 긴장을 놓으면 모든 게 꼬여요. 무엇보다 옷을 빨리 갈아입어야 하는데, 순서가 정해져 있거든요. 근데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머리를 묶지 못하고 나가는 거죠. 주저하는 1초 사이에도 달라져요. 어떤 공연날은 앞에 사용한 코르사주(corsage)를 달고 나가기도 했어요. ‘아이러브유’는 공연이 끝날 때도 완벽하게 익숙해지진 않을 것 같아요.

10. 알고 지냈던 송용진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진 않았나요?
간미연 : 연습 때는 사실 100% 다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송용진은 120%를 해요. 감기가 걸려서 아픈데도 ‘저렇게까지 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예요.(웃음) 공연 때는 말할 것도 없죠.

10. 작품에서 가장 공감한 장면이 있나요?
간미연 : 연인과 다투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잠금장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내 이야기야?’ 싶더라고요.(웃음) 엄마와 전화통화를 하는 장면도 실제 제 모습과 흡사해요. 연습실에서 진짜 엄마와 통화하는데 다른 배우들이 ‘연기하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10. 여전히 어렵고 적응 안 되는 장면은요?
간미연 : 결혼식 들러리 역할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이끌어야 하는데, 연습할 때부터 힘들었어요. 혼자 해야 하는 게 익숙하지 않더라고요. 하트 모양의 우스꽝스러운 안경을 쓴 뒤부터는 어디선가 힘이 나더라고요. 더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10. 뮤지컬은 처음이지만, 가수 활동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되겠죠?
간미연 : 아무래도 노래하고 춤추는 건 익숙하니까 도움이 되죠. 근데 연기는 해본 적이 없는 데다 가요를 부를 때와는 발성도 달라서 연습할 부분이 많았어요. 워낙 말할 때도 목소리가 작아서 연출가가 많이 잡아줬죠. 어떤 발음을 강하게 하면 정확하게 들리는지 말이죠. 이 작품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겨서 이젠 뭐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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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간미연이 서울 혜화동 타스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lsh87@

10. 노래하는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겠군요.
간미연 : 자존감이 낮은 편이어서 뭐든 피했어요. 사람들이 다 저를 싫어하는 줄 알았죠. 웅크리고 있던 저를 깨우고 싶어요. 게다가 저에 대한 기대가 낮을 테니, 편안하게 하면 된다고 스스로 다독입니다.(웃음)

10. 드라마에선 주로 새침한 역할을 맡았죠?
간미연 : 드라마는 긴 호흡이 아니라 잠깐씩 나와서, 사실 깊이 있게 연기를 배울 시간은 없었어요. 가수 활동으로 굳어진 이미지만으로 못됐고 도도한 역할만 들어왔죠.(웃음)

10. ‘아이러브유’를 통해 얻고 싶은 게 있나요?
간미연 : 이미 다 얻었어요. 하하. 시작하기 전엔 튀어 보이지 말자고 마음먹었거든요. 튄다는 게 다른 배우들과 역량 차이가 나서 작품에 민폐가 되는 거죠. 극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만 피하자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그 외엔 분명히 이 작품을 하면 배우고 얻을 것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다행히 후기를 보니 아직까지 혹평은 없어서 공연의 마지막까지 지금처럼만 하려고 해요.

10. ‘이렇게 재미있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뮤지컬을 해볼걸’이란 생각은 들지 않나요?
간미연 : 일에 대한 욕심이 많지 않았어요.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자’였죠. 물론 나이 제한이 있는 작품도 있어서 좀 더 일찍 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감사해요. 이젠 쉬지 않고 활동하려고요. 뮤지컬도 계속하고 싶어서 주위에 소문 내고 있어요.(웃음) 빨리 올라가기 쉽지 않겠지만 열심히 해보려고요.

10. ‘아이러브유’를 볼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간미연 : 방송에서 못 보여드린 모습을 ‘아이러브유’를 통해 다 보여드릴 겁니다. ‘웃기는 옆집 언니 같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니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크게 웃고 가시면 좋겠습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