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연준석(1)

연준석

My Name is 연준석. 본명이다. 준걸 준(俊)에 주석 석(錫). 주석같이 고귀한 인품으로 훌륭한 뜻을 품고 나아가라는 뜻이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태몽은 새하얗고 예쁜 돼지가 하얀 토끼를 안겨주는 꿈이었다고 한다. 내가 돼지띠라는 사실과 잘 맞아 떨어진달까.

열 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경험을 중시하는 어머니의 영향도 있었지만, 어린 마음에 TV에 나오는 유명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우연찮은 기회에 조그마한 연기학원 겸 에이전시에서 내 사진을 보고 연락을 해왔고 그렇게 아역배우 생활이 시작됐다.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다. KBS1 일일극 <하늘만큼 땅만큼>(2007)전의 작품들은 거의 다 오디션을 통해서 했다. 아역배우들 경쟁이 정말 치열해서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캐스팅이 안돼서 의도치 않게 오래 쉬기도 했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SBS <찬란한 유산>(2009)의 지체장애 3급 고은우 역도 오디션을 통해 배역을 얻었다. 아침에 갑자기 연락이 와 급하게 집에서 자료를 찾아보고 갔었다. 당시 지원자들이 꽤 있었는데, 대체로 나이가 어려 연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던 것 같다. 오히려 내게는 기회가 됐다. 만약 지금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생각이 많아져 못할 것 같다.

연기학원은 <찬란한 유산>에 들어가기 전에 그만뒀다. 그 후로는 계속 혼자 했다. 대본보고 특정 역할이 나오는 작품이나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공부했다. 연기학원에 다닌 친구들에 비해 동작 연기는 서툴지만, 생각을 많이 하는 성격이 감정 연기에 큰 도움이 됐다.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 때는 자폐를 지닌 쌍둥이 형제를 다룬 KBS1 <인간극장>을 봤고, 영화 <레인맨>(1988)도 봤다. KBS1 일일드라마 <힘내요, 미스터 김!>에서 탈북청년 역을 맡았을 땐 탈북자 자료나 다큐멘터리를 주로 봤다.

연준석

2008년에 영화 <서울이 보이냐>에서 유승호와 만났다. 섬에서 같이 있다 보니 꽤 친해졌다. 두살 위의 형이라 롤모델까지는 아니지만 굉장히 멋있는 배우다. 또래 배우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것 같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방향이 아닌 자신의 연기를 위한 선택이 멋있어 보인다.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2010) 때만 하더라도 성인 연기가 조금은 어색한 느낌이 있었지만, <보고싶다>(2012)에서는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 성인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나도 그만큼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SBS 드라마 <이웃집 웬수>(2010) 때가 배우인생의 고비였다. 중간에 갑작스럽게 투입된 데다가 <찬란한 유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뒤라 부담이 컸다. 연기가 생각만큼 잘 안돼서 많이 혼나다보니 드라마에 정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말하면 열심히 안했다. 그때 상처를 많이 받아서 촬영마치고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많이 울었다. 내가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많이 힘든 시기였다. 힘들었지만 그만두지 않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끝까지 한 게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됐다. 그런 위기를 극복하고 나니까 정신적으로 많이 강해졌다.

성인연기자가 되려면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 항상 너무 급박하게 연기를 해왔다. 약간의 긴장도 필요하지만 너무 심하게 얼어있으면 화면에 다 티가 난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은데, 그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연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에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려고 한다.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물론 기존에 맡았던 탈북자나 자폐아 연기도 힘들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강조할 부분이 명확해서 그 부분만 파고들면 오히려 편한 점도 있다. 평범한 역할은 특징을 잡아내고 나만의 매력을 끌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KBS2 <상어>를 하기 전에는 특이한 배역들만 맡는 것에 대한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 <상어>를 통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상어>의 오디션을 본 후 솔직히 떨어진 줄 알았다. 긴장을 많이 해서 대사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오디션장을 빠져나왔다. 그런데도 뽑아주신걸 보면 눈빛이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높게 쳐주신 것 같다. 처음에 대본을 볼 때는 판타지영화가 떠오르는 아름다운 호숫가 장면에 마음을 뺏겼다. 배우 김남길이 주연이기에 내가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 진중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김남길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한이수 배역을 준비했다. 예전에 김남길이 출연한 SBS 드라마 <나쁜 남자>를 보며 목소리 톤이 떠다니지 않게 강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느낌이 살도록 연습했다.

연준석

가장 닮고 싶은 배우는 정우성이다. 영화 <비트>(1997), <내 머릿속의 지우개>(2004) 같은 작품도 좋지만 아우라처럼 외적으로 풍기는 느낌이 좋다. 그런 것은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말을 많이 안 해도 생각이 잘 전달될 만큼 울림이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양동근도 좋아한다. 한 4년 전쯤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보고 푹 빠졌다. 김윤석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좋다. 항상 그런 자연스러움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역배우와 성인배우의 경계선에 서 있다. 내년이면 성인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는 성인 배역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무조건 아역을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차기작은 내가 평소 어렵게 느끼는 남성적이고 멋있는 이미지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 실력이 부족해서 자칫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이미지가 깎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한 번에 잘할 수는 없기에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불확실하다. 진로를 결정하는데 고민이 많다. 대학 진학에 대한 욕심이 크진 않다.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연출 등 다른 분야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해보고 싶지만, 관심이 가는 다른 학과의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심리학이나 철학, 그리고 실내디자인에도 관심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게 인생모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