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정려원 “’마녀의 법정’ 시즌2, 배우 모두가 원해요”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정려원 / 사진제공=키이스트

배우 정려원 / 사진제공=키이스트

성희롱을 일삼는 상사를 공개적으로 망신시키는 용기. 죄를 짓고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가해자를 제압하는 카리스마.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일은 바로 잡고야 마는 성격. KBS2 ‘마녀의 법정’에서 마이듬은 당당하고 감정에 솔직했다. 여기저기 쏘다니며 존재감을 뽐내고 다닌 탓에 ‘마녀 검사’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마이듬을 연기한 정려원은 캐릭터에 동화하며 변해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삼켰고 하고 싶은 일을 앞에 두고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그가 마이듬화(化)했다. 더 잘해낼 자신이 있다며 호탕하게 웃는 정려원을 만났다.

10. 여주인공 마이듬이 극 전체를 힘 있게 이끄는 드라마였다. 종영 소감은?
여자가 드라마의 메인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많지 않다. 지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7부를 찍으면서 많이 힘들었다. 힘든 티를 낼 순 없었다. ‘여배우 주연으로 드라마를 해보니 역시 안 되겠더라’라는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나뿐만 아니라 내 또래 여배우들에 대한 인식도 나빠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고 더 힘을 냈다.

10. 드라마 흥행을 예견했나?
시나리오는 너무 재미있었다. 다만 내가 마이듬이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지 못할 것 같아 불안했다. 성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걱정이 있었다. 드라마로 인해 2차 피해자가 생기진 않을지 조심스럽고 두려웠다. 내가 드라마 안에서 완급 조절을 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0. 드라마 흥행엔 캐릭터의 힘이 컸다는 반응이다.
만약 마이듬이 남자주인공에 기대서 그가 뭔가 해결해주길 바랐다면 이렇게 통쾌하지 않았을 거다. 마이듬은 자기가 받은 피해를 합법적으로 자기가 응징해야 속이 풀리는 인물이다. 나도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이기에 할 말을 다 하는 화끈한 마이듬을 연기하면서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

10. 실제 성향과는 많이 다르다고 했다. 연기하며 스트레스 해소가 됐을까?
맞다. 내 주변에 마이듬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친구가 있다. 내가 인터넷에서 가격을 본 뒤 공구를 사러 갔는데, 가게 아저씨가 가격을 높게 불렀다. 속으로 의심을 하면서도 아무 말도 못했다. 하지만 그 친구가 와서 인터넷으로 싼 금액을 찾은 뒤 ‘아저씨, 이 언니 연예인이라서 더 받는 거 아니죠?’라고 말해줬다. 그 친구를 보며 속이 시원했는데 내가 그런 인물을 연기하게 된 거다. 대본을 받은 뒤엔 그 친구에게 대본 리딩을 시켜보기도 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10. 드라마는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여아부)를 배경으로 했다. 성범죄를 다루는 현재의 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여아부는 가상의 부서다. 한 명의 검사가 공판까지 가는 원스톱 시스템인데, 현실엔 없다고 한다. 물론 검사들은 힘들 거다. 하지만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잡기 위한 이상적인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범죄라는 건 숨 쉬듯 오는 거다. ‘이게 성범죄였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익숙하게 받아들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예민하게 주변을 보게 된 것 같다. 후배 최리가 짧은 치마를 입고 등장하니 스태프들이 ‘오늘 예쁘다’라고 칭찬했다. 난 농담으로 ‘성희롱 발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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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똘똘 뭉쳐있었던 여아부 식구들과 실제로도 많이 친해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평소엔 차에서 대본 연습을 하다가 촬영이 시작되면 나가서 연기를 했다. 그리고 끝나면 집에 갔다.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는 촬영 전부터 현장을 어슬렁거렸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미리 나와서 서로를 기다렸다. 스태프들이 ‘아직 준비 안 됐으니 들어가 있어라’라고 해도 ‘우리끼리 놀고 있을 게요’라고 했다. 전작 ‘풍선껌’을 같이 했던 오디오 감독님이 ‘너, 예전엔 안 그랬잖아. 내성적인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밝아졌느냐’고 묻기도 했다. 나도 내가 어떤 성격인지 모르겠다. 연기를 할 때마다 캐릭터에 많이 동화되는 것 같다.

10. 선배인 전광렬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실제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전광렬 선배는 ‘알파고’라는 소문을 들었다. 카메라 앵글도 잘 알고 NG도 안 낸다고 들었다. 때문에 첫 촬영을 앞두고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을 했다. 선배와 대립하는 신에선 절대 NG를 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 대본에 별도 많이 그려놨다.(웃음) 내가 쫄지 않고 전투력을 상승시켜야 선배의 에너지도 더 살아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허설을 할 때도 굉장히 열심히 했다.

10. 드라마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확신이 생겼다. 예전엔 ‘쭈글이’ 같았다. ‘내가 어떻게 이걸 할 수 있어’ ‘내가 뭔데’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마녀의 법정’ 이후엔 나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겁도 많이 없어졌다.

10. KBS 연기대상에서 수상이 점쳐지는데.
이번에 여아부 식구들이 모두 초대받았다. 잔치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느낌보단 드라마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시상식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다. 인기상은 조금 욕심이 난다. 데뷔 이후 한 번도 못 받아봤다.

10. ‘마녀의 법정시즌2의 가능성은?
종방연 때 드라마 CP님이 ‘시즌2 가자’라고 했다. 배우들은 다 좋다고 답했다. 하지만 작가님은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마녀의 법정’을 위해 3년 동안 정보를 수집하고 많은 인터뷰를 한 작가님이다. 완성도 때문에 시즌2에 대한 답변을 쉽게 하지 못한 것 같다. 작가님이 작업을 해준다면 나를 포함한 배우들은 모두 할 준비가 돼있다. 무엇보다 마이듬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이렇게 보내기엔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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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