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차 배우 김도연, 心琴을 울릴 때 까지

[텐아시아=노규민 기자]
김도연 인터뷰

배우 김도연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텐아시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심금을 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김도연에게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역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싶어서요” 라고 말했다. “내 연기를 통해 누군가가 웃고 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 소박한 꿈을 이루지 못해 질긴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19년 차 배우 김도연을 서울시 중구 청파로 텐아시아 편집국에서 만났다.

10.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던데 연기를 전공하지 않은 이유는?
김도연: 어릴 때는 무용도 하고 싶고, 음악도 하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었다. 그러다가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집에서 ‘예술’ 쪽을 전공하는 것에 대해 반대가 심했다. 배우를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을 찾다가 중앙대 예대 문예창작과를 선택했다.

10. 왜 연기를 하고 싶었나?
김도연: 성장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외로움을 많이 겪었다. 나처럼 외로운 사람들이 있다면 그 마음을 달래주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그 마음이 지금은 연기 철학처럼 돼버렸다. ‘심금(心琴)’ 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거문고 현을 튕기면 묵직하면서도 잔잔한 울림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거문고 금(琴)을 써서 ‘심금’을 울린다고 표현하는데, 그 말이 크게 와 닿았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겁 없이 배우의 길로 뛰어 들었다.

10. 뮤지컬 ‘광개토 대왕’으로 데뷔해 20년 가까이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김도연: 연극 ‘갇힌역사’ ‘너도 먹고 물러나라’ ‘우리읍네’ ‘굿닥터’ ‘12월32일’ ‘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 ‘그 여자 사람잡네’, 뮤지컬 ‘광개토 대왕’ ‘빠리빠리 출세법’ ‘카추사의 노래’ ‘레미제라블’ 등 주로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SBS 드라마 ‘왕의 여자’ ‘마녀유희’ ‘돌아와요 아저씨’, 영화 ‘미녀는 괴로워’ ‘워킹걸’ ‘미쓰 와이프’ 등에도 출연했다.

10. 드라마나 영화 진출이 쉽지 않았나?
김도연: 연이 잘 닿지 않았다. 다 됐다가 엎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운도 없었던 것 같다. 어렵사리 출연을 확정지었는데, 동시간대 경쟁작이 ‘대박’ 나면서 조기 종영 된 것도 두 번이나 된다. 2003년 방송된 SBS ‘왕의 여자’에서 광해(지성 분)의 후궁 역으로 캐스팅 됐다. 6, 7차까지 오디션을 본 끝에 따낸 비중 있는 역할이었다. 감독님 제안으로 매일 촬영장에 나가 현장학습을 했다. 1년 정도 민속촌에서 살다시피했다. 당시 경쟁작 ‘대장금’이 빵 터지면서 ‘왕의 여자’는 조기 종영하게 됐다. 극 중 광해가 왕이 되어야 후궁이 등장하는데 그 전에 드라마가 끝난 거다. 결국 마지막 회에 ‘뒷이야기’ 내레이션과 함께 중전으로 짤막하게 등장했다. 작년에는 SBS ‘돌아와요 아저씨’ 1회 분 촬영을 마쳤는데 통편집 됐다. 경쟁작이 ‘태양의 후예’였다.

10. 그럴 경우 참 허무하겠다.
김도연: 운이 없어서 엎어지는 건 괜찮다. 말 그대로 운이 없었던 거니까. 단 ‘외모’나 ‘이미지’를 이유로 배역을 따내지 못 했을 때 상처를 받았다.

10. 힘든 순간이 많았겠다.
김도연: 사실 지금도 힘들다. 내 몸을 재료로 써야 하는 직업이어서 ‘김도연’ 자체가 무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연기력, 연기에 대한 에너지, 다 괜찮다면서도 키가 어떻고, 얼굴이 어떻고, 이미지가 안 맞아서 안 돼… 그런 이유로 엎어지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10. 연기를 포기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나?
김도연: 딱 한 번 있다. 지인 소개로 오디션을 보기 위해 한 기획사를 찾아갔다. 그 곳 대표는 유명 여배우를 키운 사람이었다. 회사에 들어섰는데 건달로 보이는 사람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대표는 나를 보자마자 “왜 왔냐?”고 했다. 시큰둥하더니 “연기 한 번 해봐”라고 툭 던졌다. 일단 준비한 연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막 욕을 하는 거다. 잠시 후 어떤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는데 대표가 자신의 벨트를 풀더니 그 사람을 때리더라. 너무 무섭고 놀랐다. 그러더니 대뜸 나한테 “넌 왜 하던 거 안 해!” 라고 했다.  연기를 보고 나서 첫 마디가 “넌 개그맨 하기에도 견적이 많이 나온다. 개그맨도 예뻐야 되는 거 알지?” 였다. 밖으로 나와서 강남역 주변을 열 바퀴 이상 돌았다. 같은 곳을 돌면서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0. 그런 일을 겪으면서까지 배우의 길을 포기 못 한 이유는?
김도연: 그러게 말이다. 연기라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을 그리는 것이지 않나. 내가 겪었던 일도 다 인생의 일부분이다.  내 경험을 연기로 승화시키고 싶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연기’ 자체가 너무 좋다. 심금을 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 아직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포기 못하는 거다.

김도연 인터뷰

배우 김도연이 서울 중구 청파로 한경텐아시아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텐아시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조준원 기자

10. 4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다. 재충전을 위해서였나?
김도연: 2010년에 결혼을 했다. 연년생 아이 둘을 낳았다. 육아와 살림에 전념하느라 잠시 쉬었다. 몸이 근질거려서 미치겠더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참고 있는 게 힘들었다. 2014년에 창작 뮤지컬 ‘레미제라블’로 다시 무대에 섰다.

10. 결혼을 해서 연기 활동을 하는데 더 제약을 받진 않았나?
김도연: 오히려 반대다. 결혼하고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결혼 전에는 ‘난 안 돼’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힘들다는 생각만 했고, 우울증도 왔다. 출산을 하고 아이 얼굴을 보니 내가 보였다. 무작정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예전에는 억지로 ‘파이팅’을 외쳤는데 이제는 저절로 마인드 컨트롤이 된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 꾸준하게 운동을 하면서 몸 관리를 했고, 이전보다 더 여유롭게 연기생활을 하고 있다.

10. 경극을 했던 경험도 있다던데.
김도연: ‘중국희곡학원’ 이라는 곳이 있다. 경극을 수련하는 곳이다. 성룡이 무술을 배웠던 곳이기도 하다. 대학시절 1년 정도 북경에서 생활하며 경극을 했다. ‘양귀비가 술을 마시다’ 등 두 작품을 수료했다. 섬세한 감정 연기와 몸짓, 소리를 터득할 수 있었다.

10. 현재 청소년들에게 ‘연기’ 강의를 하고 있다고?
김도연: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에서 뮤지컬 수업을 하고 있다. 내가 가진 탤런트로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했다. 강의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연기 생활의 일부다. 최근에는 우연히 탈북 청소년들을 만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이 많았다. 그들이 조금이나마 연기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10.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가 있나?
김도연: 윤여정 선생님을 좋아한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할 줄 아는 게 이 일밖에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공감이 됐다. 다림질 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밤새 다림질 연습을 하신단다. 계속해서 연마하고 계시는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지금까지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난 아직 젊다’고 생각했다.

10. 맡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김도연: 어떤 역할도 상관없다. 맞춰서 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10. 배우로서 목표는? 꿈이 있다면?
김도연: 오디션을 보지 않고도 작품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내 손으로 작품을 고르고 싶다.(웃음) 그렇게 하기 위해서 계속 달려야 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배우가 되는 것이 내 꿈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