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지난 주 방영을 시작한 MBC <선덕여왕>에서 미실(고현정)은 어린 진평왕 옆 황후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객을 시켜 자신의 걸림돌인 마야부인을 납치합니다. “부인을 해한 죄, 무간지옥에서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미실의 무사가 발에 돌을 달아 마야부인을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 떨어트리는 순간, 현기증이 날만큼 아찔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벌써 열흘이 지났네, 라고 생각하면 너무 빠르고 그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길었던 열흘이었습니다. 일을 하다가, 밥을 먹다가 불쑥불쑥 솟구쳐 올라오는 슬픔에 이를 앙다물고 눈물을 삼켰던 시간을 지나, 무심했던 스스로에 대한 후회와 반성, 자비도 예의도 없는 정부와 세상에 대한 분노로 피가 끓었던 시간을 지나, 일할 의욕도 웃을 힘도 없는 멍한 무기력의 순간을 넘어,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쫓아 인터넷을 헤매는 비통한 밤을 거쳐, 우리의 눈과 발은 마침내 경복궁 영결식 장 앞에 섰습니다. 현 대통령의 등장에 야유가 쏟아져 나오는 치욕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었고, 거동이 불편한 전 대통령이 남편을 잃은 다음 대통령 미망인의 손을 잡고 오열하는 가슴 먹먹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에 뿌려졌던 수천 톤의 눈물을 건너, 수 만개의 노란 종이비행기를 타고, 그는 결국 1000도 씨의 뜨거운 불길 속에서 영원히 사라져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덕수궁 앞 시민들의 손에 차려졌던 분향소는 결국 군홧발에 뭉개졌고, 서울광장 역시 다시 “아늑한” 전경버스의 호위 속에 봉쇄되었습니다.

<선덕여왕> 2회, 죽은 줄만 알았던 마야부인과 배 속의 아기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오자 아직 어리고 힘없는 진평왕은 이렇게 말합니다. “해보겠습니다. 해보겠어요, 진흥대제께서는 붕어하는 순간까지 작고 힘없는 신라가 사라질까 식은땀이 흐른다고 하셨습니다. 여리고 가여운 백성이 백제, 고구려의 노예가 될까 걱정 하셨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바쳐 진흥대제가 이룬 이 신라를 미실이 빼앗았습니다. 이제 다시 찾을 것입니다. 도와주세요.” 이 다짐은 비단 1300년 전 진평왕의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지난 열흘, 그 고통의 시간 동안 우리의 배 속에 새롭게 자리 잡은 것들, 슬픔과 분노가 잉태한 그것, 바로 그것이 결국 다음 역사를 바꿀 것입니다. 영원한 회귀, 그것이 이토록 소름 끼칠 만큼 비슷한 반복을 계속하는 역사의 이치니까요.

글. 백은하 (one@10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