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법정’ 종영②] 정려원X윤현민, 이런 주인공 처음이야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마녀의 법정' / 사진=방송 캡처

KBS2 ‘마녀의 법정’ / 사진=방송 캡처

정려원은 “자니?”라고 문자했다. 윤현민은 “이게 무슨 의미냐”며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KBS2 ‘마녀의 법정’에서 정려원과 윤현민은 남녀가 뒤바뀐 듯한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려원과 윤현민은 지난 28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에서 각각 마이듬, 여진욱 검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마이듬은 출세를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마녀로 통하는 검사, 여진욱은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정의로운 인물이다. 드라마는 두 사람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이하 여아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다.

마이듬은 첫 등장부터 화끈했다. 승진을 시켜준다는 상사 오 부장(전배수)의 말을 믿고 그의 성적인 농담에도 억지로 웃으며 넘어갔다. 여기자의 몸을 더듬는 상사를 보고도 모르는 척했다. 잘난 척은 기본이고 정의롭지도 않았다. 피의자가 범죄 사실을 자백하게 하려고 편법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내면의 정의가 튀어나왔다. 오부장의 추악한 성추행 사실을 임원들 앞에서 밝혔고 패소로 기울던 법정에서 필요한 증거를 내밀었다. 엄마 사건과 얽혀 원수가 된 조갑수(전광렬) 얼굴엔 대걸레를 들이미는 화끈한 모습까지 보여줬다.

여진욱은 왈가닥 마이듬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졌다. 재판에서 승소하는 것보단 피해자의 상처를 헤아렸다. 자신의 엄마가 과거 조갑수의 사주를 받아 마이듬의 엄마를 감금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때도 정의의 편에 서고자 다짐한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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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라마를 두고 ‘기승전로맨스’라고 하지만 ‘마녀의 법정’은 달랐다. 자아도취에 빠진 마이듬은 여진욱의 사소한 행동에도 오해했고 여진욱은 자신의 엄마로 인해 상처받았던 마이듬의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 아파했다. 이는 점차 애정으로 발전했다.

최종회에서 마이듬은 조갑수(전광렬)를 사형수로 만든 뒤 1년 동안 경력 검사로 복귀를 준비했고 다시 여진욱의 옆자리에 앉게 됐다. 여진욱은 매일 “자요?”라고 문자하는 마이듬의 마음을 익히 알고 있는 상황. 그는 술을 마신 뒤 “마검사님 마음을 받아줄 준비가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끝내 키스로 마음을 확인했지만 여진욱은 곧바로 술에 취해 기절하며 웃음을 안겼다.

신선한 캐릭터 설정이 더욱 재미있었던 이유는 두 배우의 열연 덕분이다. 평소 소심하다고 고백한 정려원은 대장부 성격의 마이듬을 이질감 없이 연기했다. 윤현민 역시 아동 성범죄를 수사하는 장면을 촬영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는 후문이 전해질 정도로 배역에 푹 빠져있었음을 보여줬다.

‘마녀의 법정’은 성 범죄 사건을 다룬 드라마다. 사회적 약자인 여자와 아동이 주로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성별로 한정하진 않았다. 극 초반 에피소드였던 여교수와 남조교 사건이 그렇다. 남녀가 뒤바뀐 듯한 주인공 설정 역시 ‘마녀의 법정’의 정체성을 보여줬기에 의미가 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