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타이타닉’, 신선함과 불편함 사이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타이타닉' 공연 장면 / 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타이타닉’ 공연 장면 / 사진제공=오디컴퍼니

기존의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보는 ‘재해석’의 좋은 점은 알고 있던 이야기를 여러 각도에서 훑어 보며 몰랐던 걸 발견하는 것이다.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타이타닉’도 그렇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타이타닉'(연출 에릭셰퍼)은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에서 영감을 받았다.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지 20년 만에 한국으로 넘어왔다.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스햄프턴에서 출항해 5일 만인 4월 15일 북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한 이 사건은 1997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를 통해 더 유명해졌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각각 3등실 남자와 1등실 여자로 나와 계급 차이를 극복한 애절한 사랑을 보여줬다.영화가 두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뮤지컬은 사고가 일어난 배경과 배에 탄 여러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는 식이다. 실제 타이타닉호 승객 2200여 명 중 3분의 2가 사망한 비극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다.

뮤지컬로 완성된 ‘타이타닉’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대 디자인이다. 뱃머리나 돛 등 선박의 겉모습이 아니라 선실 내부를 비추는 점이 독특하다. 이와 관련해 무대 디자이너 폴 테이트 드푸는 “배에 승선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폴은 무대를 그리며 실제 배를 만드는 기분으로, 타이타닉호의 설계자 앤드류스의 감정을 떠올렸다고 했다.

뮤지컬 '타이타닉' 제작발표회 / 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타이타닉’ 제작발표회 / 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

또 눈에 띄는 점은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주인공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배우들도 여러 개의 배역을 맡아 3등실 청년과 1등실 부자를 오간다.

탑승하기 전 설레고 긴장한 표정으로 사연을 풀어놓는 20여 명의 배우들. 무대 디자인도 이 같은 점을 고려했다. 배우들이 쉽게 무대 위로 올라가 의상을 바꿔 입고 다른 위치에서 나타날 수 있도록 한 것. 배의 출입구를 여러 곳으로 터놓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게다가 오케스트라를 무대의 정중앙에 뒀다. 이는 실제 타이타닉호의 침몰 직전까지 선상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다는 이야기에서 가져온 기발한 발상이다. 공연 내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며 감상할 수 있어서 커튼콜 때 가장 큰 박수를 받는 것도 이들이다.

극은 20여 명의 등장인물에 조명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흐르기 때문에 약 125분 동안 특별한 무대 전환이 없다. 1인 다역(多役)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내뱉는 통에 배우들의 집중력이 관건이다.  토마스 앤드류스 역의 서경수와 프레드릭 바렛 역의 켄, 에드가 빈 역의 전재홍, 해롤드 브라이드 역의 정동화, 캐롤라인 네빌 역의 임혜영, 짐 파렐 역의 송원근 등은 매끄러운 연기로 튀지 않고 극에 스며든다.

다만 연인 혹은 부부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이 밀접하게 엮이지 못 한다는 게 흠이다. ‘벅찬 마음으로 타이타닉에 탑승해 미국으로 향하다 빙하와 충돌했다’는 상황만 같을 뿐, 모두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만 읊는다. 네 명 이하의 뚜렷한 주인공이 뒤섞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턱없이 모자란 구명보트에 탑승하는 긴박한 순간을 지나 극의 말미엔 죽음을 형상화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꽤 충격적이다. 온 국민을 비통하게 만든 2014년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게 만들어 어딘가 꺼림칙하다.

내년 2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