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더 패키지’ 정용화 “난 복받은 사람…30대 삶도 기대돼요”

[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정용화 인터뷰,더 패키지

정용화는 JTBC ‘더 패키지’를 가슴에 남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예계는 의지만 가지고 뛰기에는 장애물이 참 많다. 어쭙잖은 실력으로는 뛰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용화는 데뷔부터 ‘꽃길’을 걸었다. 2009년 드라마 데뷔작 ‘미남이시네요’는 정용화를 한류스타로 만들어줬다. 이듬해 발표한 데뷔곡 ‘외톨이야’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용화는 겸손했다. 인기에 취해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을 그때부터 “지금의 인기가 거품이 되지 않도록 꾸준히 롱런하는 걸 목표로 했다”고 말한다.  데뷔 후 지금까지 노래와 연기는 물론 예능에서도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유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걸을 알고,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것이 정용화의 장점이다. 지난 18일 종영한 JTBC ‘더 패키지’에서 산마루가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10. 작년에 촬영했던 ‘더 패키지’가 종영했다. 오래 기다렸던 만큼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정용화: 프랑스 촬영을 마치고 파티를 한 번 하고, 한국 와서 또 한 번 하고. 감독·작가·배우들이 모여 4회까지 시사회를 하고 회식을 또 했다. 1년 내내 종영의 여운이 있었던 특이한 작품이었다. 방송이 시작된 이후로는 시청자 입장으로 드라마를 봤는데, 드라마가 주는 따뜻함이 참 오래갔다.

10. 실제로 패키지여행을 가본 적 있나?
정용화: 중학교 때 형과 둘이서 일본 온천 패키지여행을 가본 적 있다. 패키지여행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할지 출발 전날 설렜던 기억이 있다. 데뷔한 뒤에는 순수하게 여행을 즐긴 적은 한 번이다. 투어 콘서트 등으로 워낙 외국을 자주 가다보니 일정 사이에 잠깐 시간이 날 때 둘러보는 편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정말 내가 행복한 직업을 갖고 있다는 걸 느낀다.

10. ‘더 패키지’가 호평일색이었지만 시청률은 2%대였다. 아쉽지 않나?
정용화: 시청률에 대한 기대는 있었다. 많은 스태프들이 말도 안 통하는 프랑스에서 고생을 하며 열심히 찍었는데 그들을 위해서라도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청률은 분명 아쉽지만 ‘더 패키지’는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아쉬움이 들 정도로 애정이 가는 작품이다. 그 자체로 가슴에 남는 작품이다.

10.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정용화: ‘더 패키지’에는 자극적인 요소가 없다. MSG가 첨가되지 않은, 푹 곤 곰국을 먹는 느낌이다. 현실적인 대사들이 가슴을 찔렀다. 매회 주제들이 좋았고, 툭 던지는 이야기 같지만 뼈 있는 이야기였고,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였다.

10. 산마루란 캐릭터는 자신과 얼마나 비슷한가?
정용화: 그동안 드라마에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많이 했다. 여주인공을 뒤에서 묵묵히 바라보는 역할들이 많았다. 원래 성격은 밝다. 산마루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는데 운명처럼 ‘더 패키지’를 만났고, 그만큼 열심히 준비를 했다. 이전까지 드라마를 할 때는 내가 멋있게 보일 방법들을 고민했는데 이번에는 가수도, 정용화도 아닌 마루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10. 산마루를 표현할 때 고민했던 부분은?
정용화: 호기심 많고 엉뚱한 친구인데 그 정도만 보여주면 ‘민폐남’에 머무를 것만 같았다. 그래서 강단 있을 때는 강단 있고,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그려보려고 노력했다. 정조대를 차는 장면에서도 그 장면만 보면 산마루는 나라 망신시키는 남자다. 자칫 안 좋은 반응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전부터 마루가 계속 호기심 많은 성격이란 걸 보여줬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웃고 즐겼다고 생각한다.

정용화 인터뷰,더 패키지

2009년 데뷔 후 9년 동안 드라마·음악·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 받고 있는 그룹 씨엔블루 정용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드라마를 선택할 때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라디오스타’에서 말했는데,  ‘더 패키지’의 만족도는?
정용화: 100%다.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만약 내가 ‘더 패키지’를 놓치고 다른 사람이 산마루 역을 하는 걸 봤다면 마치 여자친구를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10. 어떻게 준비했나?
정용화: 대본을 품에 안고 살았다. 대본이 어떤 책들보다 재미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봤다. 보면 볼수록 이야기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전에는 내가 맡은 역할로 산다는 느낌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더 패키지’에서만큼은 산마루에 이입돼 살았다.

10. 욕심이 많은 편인가?
정용화: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것도 힘든데 난 여러 분야를 하고 있다. 드라마 할 때는 가수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가수일 때는 순수하게 음악으로만 평가받고 싶다. 예능에서는 더 리얼하게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일인 것 같고. 데뷔 초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씨엔블루 ‘외톨이야’가 대박 났을 때 이미지를 관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편안하게 정용화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10. 자신한테 엄격한 것 같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정용화: 사실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한다. 어떻게 풀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면역이 돼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잠이나 잔다. 난 연예인의 스트레스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패키지’로 프랑스를 갔던 것도 연예인이기에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것들을 누릴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알아서 걸러지는 것 같다.

10. 연예인이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정용화: 그래서 산마루가 마음에 들었던 거다.(웃음) 연예인이 패키지여행을 가는 것도, 여행지에서 운명의 여자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에서는 산마루처럼 행동할 수 없다. 연예인은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 그런데 산마루는 궁금한 건 직접 해보고 실수하면 빠르게 사과한다. 그런 삶이 부러웠고 해보고 싶었다. 국내에서 촬영했다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프랑스보다 많았을 테니까 산마루 역에 푹 몰입하지 못했을 것 같다. 촬영이 끝나도 주변에 보는 눈들이 많으니 신경 쓸 게 많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자유인이었다. 카메라 앞에서만 연예인이었다. 컷이 끝나도 산마루처럼 살 수 있었다. 그런 기억들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10.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촬영했는데, 감명 깊었던 장소는?
정용화: 몽생미셸이다. 요즘 ‘집돌이’들이 많은 이유가 잠시 바쁜 것을 잊을 수 있는,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집밖에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몽생미셸은 사색할 수 있는 곳이다. 오후 4~5시가 되면 주변 상점들이 문을 닫고, 밤이 되면 깜깜하다. 몽생미셸 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처음엔 너무 지루해서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니 적응이 되고 사색을 즐기게 됐다.

10. 프랑스에서의 생활이 불편하진 않았나?
정용화: 집보다 편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만약 국내에서 촬영했다면 힘들게 촬영하고 돌아와서 ‘내일 또 일해야하네, 쉬어야겠다’며 누웠을 텐데, 프랑스에서는 배우들과 같이 베란다에서 와인 마시면서 몽생미셸을 보며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되돌아봤다. 그 허세 섞인 사색의 시간들이 정말 좋았다.

10. 나중에 결혼을 해서 가족들과 패키지를 간다면 어디를 가고 싶나?
정용화: 지루한 것을 연습해볼 겸 몽생미셸을 갈 거다.(웃음) 익숙해지면 나름대로 재미가 있다. 한 달 가까이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몽생미셸을 가니까 이제는 가이드를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정용화 인터뷰,더 패키지

‘더 패키지’라는 작품이 만족스럽다는 배우 정용화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서른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사색을 즐기는 건 아닌지?
정용화: 생각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설레는 부분도 있다. 부산에서 수능 보고 채점까지 한 다음 서울에 올라왔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20대를 연예계에서 생활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봤는데 내가 정말 복 받은 사람이란 걸 느낀다. 어릴 적에 이런 순간들을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었다. 지금 내 연차에 중국에서 찍은 영화가 곧 개봉하고, 월드투어 콘서트도 다니고, ‘더 패키지’란 좋은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복 받은 거다. 30대가 돼도 계속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

10. 왜 이제야 연예인이 된 것이 ‘복 받은 일’이라고 느끼게 됐나?
정용화: 연예인의 인기가 언젠가 거품처럼 탁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일찍 알았다. 감사하게도 데뷔하자마자 잘 된 케이스인데 난 그때부터 내 인기가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인기가 거품이 되지 않게 하려고 정말 열심히 했다. 일찍 인기에 취하면 그 인기가 사그러질 때 감당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난 스무 살 때부터 길게 봤다. 망했다는 생각보단 기대치만큼 안 됐지만 결국에는 올라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30대가 더 기대되는 면도 있다.

10. 씨엔블루 멤버인 강민혁도 최근 인터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던데.
정용화: 리더를 잘 만나서 그런 거다.(웃음) 세뇌를 열심히 했다. 데뷔곡 ‘외톨이야’가 잘 됐을 때부터 우리의 인기는 영원하지 않다, 우리가 꾸준히 해야 한다고 멤버들한테 강조했다. 그래서 우린 인기를 크게 안 즐긴 편이다. 그 인기를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지도 않았고. 멤버들한테도 감사하다.

10. 아직 군대를 가지 않았다. 제대 후 복귀를 잘 하기 위해 지금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건 아닌지?
정용화: 그런 생각은 안 한다. 난 군대 갔다 와서도 활동할 자신과 확신이 있다. 꼭 한방을 보여준 뒤 군대에 가겠다는 건 아니다. 지금도 입대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적당한 시기에는 군대에 갈 거다. 일찍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죄송한 마음은 있다.

10. 입대 전 꼭 하고 싶은 일은?
정용화: 전에는  “연기 잘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더 패키지’에서는 “드라마 재미있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으로 내가 아닌 작품으로 칭찬 받았던 드라마다. 사랑 받아서 자신감도 많이 얻었고 정말 감사하다. 아직까지도 정용화가 할 수 있는, 보여주지 못한 모습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입대 전까지 기회가 닿는 대로 최대한 그런 숨은 매력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