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초점] “기승전로맨스 아니야”…‘마녀의 법정’, ♥해도 되는 이유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마녀의 법정'에서 각각 여진욱, 마이듬으로 열연 중인 배우 윤현민, 정려원(왼쪽부터)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KBS2 ‘마녀의 법정’에서 각각 여진욱, 마이듬으로 열연 중인 배우 윤현민(왼쪽)과 정려원.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처음엔 검사 선후배로 만났다. 알고 보니 집주인과 세입자였다. 이후 변호사와 검사로 법정에서 대립했고, 과거 엄마로 얽힌 악연도 드러났다. 이 끈질긴 인연은 KBS2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의 마이듬(정려원)과 여진욱(윤현민) 얘기다. 여느 드라마에서라면 충분히 사랑하고도 남을 두 사람이지만 이들은 사건에 집중한다.

‘마녀의 법정’은 출세가도를 달리던 중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강제 유턴 당한 독종 검사 마이듬(정려원)과 의사 가운 대신 법복을 선택한 초임 검사 여진욱(윤현민)이 여성아동범죄전담부에서 앙숙 콤비로 수사를 펼치며 추악한 현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법정 추리 수사극이다.

‘마녀의 법정’은 월화극 중 유일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다. 특히 지난 21일 방송된 14회는 12.6%로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현실과 닮아 갑갑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통쾌한 전개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묘한 설렘이 더해지니 안 보고는 못 배긴다는 반응이다.

마이듬과 여진욱은 선후배 검사로 처음 만났다. 마이듬이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이 여진욱임이 밝혀지며 악연이 시작됐다. 신선한 점은 남녀가 뒤바뀐 듯한 설정이다. 마이듬은 뻔뻔한 가해자들에게 눌리지 않는 터프한 언행으로 웃음을 유발하고 여진욱은 피해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섬세한 면모를 보여준다. 두 사람이 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공조하면서 ‘톰과 제리’ 같은 케미가 그려진다.

앞서 마이듬은 섬세한 여진욱의 행동을 보고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했다. 결국 여진욱에게 “오늘부터 1일하자. 네·아니오로 대답해라”라며 박력 있게 고백까지 했지만 거절 당했다. 뽀뽀신도 있었지만 이 역시 마이듬의 술주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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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드라마의 스토리를 두고 ‘기승전로맨스’라고 말한다. 의학물이든 스릴러든 판타지든 결국엔 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로 매듭이 지어지는 이야기를 조롱하는 말이다. 하지만 로맨스가 펼쳐질까 기대할 때마다 마이듬과 여진욱은 사건에 집중하며 끈끈한 동료애를 보여줬다.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법정에서 사이다를 선사하는 모습은 퍽이나 잘 어울린다. 특히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다뤄지기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진중하고 어둡지만,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케미가 이를 상쇄하면서 균형을 맞춰준다는 반응이다.

두 사람 사이에 얽힌 악연은 또 있었다. 과거 마이듬의 모친 곽영실(이일화)이 조갑수(전광렬)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이를 발설하려다 감금됐고, 조갑수의 사주를 받아 곽영실을 정신병자로 분류해 그를 가둔 것이 여진욱의 엄마 고재숙(전미선)이었다. 마이듬은 모든 사실을 알고 여진욱을 멀리했고, 여진욱은 “마검사님 어머니 그렇게 만든 사람 잡을 거다. 그게 누구라도”라며 정의의 편에 설 것을 다짐했다.

두 사람은 다시 손을 잡았고 악의 근원인 조갑수를 잡기 위해 힘을 합쳤다. 이 과정에서 여진욱은 죄책감 때문에 마이듬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연민인지 설렘인지 확신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설득력 있게 그려지니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로맨스를 응원하고 나섰다.

마이듬 역의 정려원, 여진욱 역의 윤현민은 묘한 간극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정려원은 소신이 굳건한 탓에 상대방의 호의를 로맨스로 착각하는 허당 열연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윤현민 역시 평소 상대방의 오해를 부를 만큼 섬세한 캐릭터를 제 옷인 양 소화해낸다. 결국 두 사람의 목표는 사건 해결이다. 뜻을 합쳐 사이다 케미를 뽐내고 있는 이들이 로맨스까지 화끈하게 보여줄지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