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인터뷰] ‘아기와 나’ 이이경 “인물을 연기한다기보다는 캐릭터 자체이고 싶어요”

[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이이경 / 사진제공=KAFA, CGV아트하우스

배우 이이경 / 사진제공=KAFA, CGV아트하우스

도일은 임신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뒤 입대했다. 제대를 앞둔 어느 날 여자친구가 홀연히 사라지고 홀로 남은 도일은 아기를 데리고 여자친구를 찾아 나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의 암이 재발한다. 영화 ‘아기와 나’를 이끄는 주인공 도일은 쏟아지는 불행을 받아내며 조금씩 성장한다. 안타까운 사연의 도일은 배우 이이경이 연기했다. 완벽한 몰입을 위해 자신의 실제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고, 도일이 느낄 감정을 고민하며 그것을 눈빛에 담아냈다. “(연기로 만들어낸 인물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이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스크린 속엔 이이경이 아닌 도일만이 존재했다.

10. ‘아기와 나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모든 배우가 욕심낼 만한 작품과 캐릭터였다. 그런데 손태겸 감독님이 나를 염두하고 쓴 작품이라고 하니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운이었다.

10. 계속되는 불행에 흔들리는 도일 역을 맡았다. 배역을 위해 뭘 준비했나?
‘배우 이이경이 도일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 도일 그 자체이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평소에 입는 옷을 입고 촬영을 했다. 촬영 전 감독님이 우리 집에 와 내 옷장에서 필요한 옷을 가져갔다. 촬영 당일에도 내가 옷을 더 챙겨갔고, 그것들을 인도에 깔아놓고 적합한 의상을 골랐다. 영화의 주 배경인 집은 손 감독님의 자택이다. 가족들은 찜질방에 가서 자고 거기에서 촬영을 했다.

10. 영화 속 도일은 점차 변화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한 부분은?
아들에 대한 태도에 변화를 줬다. 처음엔 아들에게 아빠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이후엔 서툴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나중엔 아들에게 분유를 주기 전 온도를 체크하는 노련함을 보여준다. 이게 곧 도일의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10.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이전엔 배우로서 한 역할을 받고 연기를 했다면 이번엔 감독님과 함께 영화 전체를 들여다봤다. 함께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맨발로 뛰쳐나가는 장면이 있다. 감독님은 신발을 신으라고 했지만 ‘도일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고민하다 보니 맨발 장면도 탄생하게 됐다.

10. 미성숙한 어른의 흔들림을 사실적으로 연기했다. 자신은 성숙한 어른이라고 느끼나?
미성숙하다. 사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내면에 있는 것 같다. 아직 어리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고 어떤 일에 대한 직책이 생기면 책임감 때문에 부담이 생길 것 같다.

배우 이이경 / 사진제공=KAFA, CGV아트하우스

배우 이이경 / 사진제공=KAFA, CGV아트하우스

10. 최근 종영한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에선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접근하기 편한 연기는 뭔가?
둘 다 부담스럽다. 코믹연기를 해서 호평을 받으니 다음엔 더 웃겨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배꼽 도둑아!’라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고마우면서도 걱정이 있었다. ‘아기와 나’에선 인물의 섬세한 감정을 연기로 표현해야 했다.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찾아내는 점이 어려웠다.

10. 장발로 열연하면서 고충도 있었을 것 같은데.
여성들이 밥을 먹을 때 머리카락을 잡는 걸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장발을 하고 밥을 먹으니 내가 머리카락을 씹고 있더라. 바람이라도 불면 머리카락이 얼굴에 달라붙어 고생했다. 여성들은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됐다.

10. 장나라손호준과는 각각 학교2013’ ‘트로트의 연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고백부부’ 에선 어땠나?
나라 누나는 매 회 눈물을 흘려야 했다. 감정, 체력 소비가 컸을 거다. 만날 때마다 어깨며 손을 마사지해줬다. 조연들의 촬영 분량이 많아 밥도 못 먹고 촬영한 날이 있었는데, 누나가 편의점을 털어왔다. 봉투 다섯 개를 꽉 채워서 가져와선 ‘고기를 못 사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호준이 형에겐 내가 많이 의지했다. 드라마 전부터 집 앞 카페에서 만나 수다도 자주 떨었다. 특히 형은 ‘이번 신은 네가 주인공이다. 너만 돋보이면 된다’며 슬쩍 힘을 빼고 연기를 해주기도 했다.

10. 영화와 드라마에서 극과 극 이미지를 보여준다. 또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매번 하고 싶은 게 달라진다. 이번엔 코믹 연기와 진중한 감성 연기를 해봤으니 달달한 로맨틱코미디를 해보고 싶다. 지독한 악역 연기도 소화하고 싶다. 다양한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배우이고 싶다.

10. 배우로서 그리는 큰 그림은?
동료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였으면 좋겠다. 관객들 입장에선 보고 싶은 배우이고 싶다.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스타가 되려는 생각은 한 적도 없다. 배우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히고 싶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