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한승석·정재일, 비로소 하나 된 소리

[텐아시아=김하진 기자]
피아니스트 정재일(왼쪽), 소리꾼 한승석 / 사진제공=CJ문화재단

피아니스트 정재일(왼쪽), 소리꾼 한승석 / 사진제공=CJ문화재단

“얼쑤!”

북과 꽹과리 소리 위로 피아노와 첼로 선율이 덮였다. 좀처럼 한 무대에 오를 일 없는 국악그룹 바라지와 오케스트라 더 퍼스트가 동시에 연주를 시작하자 객석에는 추임새가 터져 나온다. 바라지 앞에는 기타를 멘 정재일이, 더 퍼스트 앞에는 꽹과리를 쥔 소리꾼 한승석이 있다. 두 사람의 연주와 소리에 관객들의 어깨는 절로 들썩였다.

한승석, 정재일이 지난 1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지난 10월 13일 내놓은 2집 ‘끝내 바다에’의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열었다. 처음부터 공연을 염두에 두고 만든 1집 ‘바리 어밴던드(abandoned)'(2014)와 달리 이번 음반은 애초에 공연 계획이 없었다. 덕분에 다양한 악기 구성으로 음반은 한층 풍성해졌다. 그러나 3년 만에 나온 2집을 더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공연을 기획하느라 준비 기간이 다소 촉박했다. 한승석의 소리와 정재일의 피아노, 기타만으로 충분했던 1집과 달리 2집은 24인의 오케스트라와 북, 태평소, 가야금 등 국악 연주자의 협업이 필요했다.

이번 콘서트에는 바라지와 더 퍼스트, 건반 연주자 등이 한 무대에 올라 한승석, 정재일을 도왔다. 모든 곡을 음반 그대로 구현했으나, 브라스 밴드를 시도한 2집의 수록곡 ‘돈타령’은 정재일의 기타 연주로 대신했다.

한승석, 정재일의 콘서트 '끝내 바다에' 포스터 / 사진제공=CJ문화재단

한승석, 정재일의 콘서트 ‘끝내 바다에’ 포스터 / 사진제공=CJ문화재단

두 사람은 2집의 모든 곡을 음반에 담긴 순서대로 불렀다. 1집 타이틀곡 ‘없는 노래’를 비롯해 ‘빨래’ ‘너는 또 그렇게’ 등도 배치했다. ‘정(情)으로 지은 세상’과 ‘자장가’ ‘저 물결 끝내 바다에’는 구슬픈 선율과 가사로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돈타령’ ‘벗님가’ 등은 판소리 특유의 흥겨움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한승석, 정재일은 노래를 부르기 전 곡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며 듣는 재미를 높였다. 음반 작업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밝혔다. 한승석은 영감을 받은 소설 ‘장길산’의 저자 황석영과 ‘새벽 편의점’ ‘돈타령’ 등의 가사를 완성한 사성구·원기중, 녹음 과정에서 아쟁을 연주한 딸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재일은 바라지, 더 퍼스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3년에 걸쳐 세상에 나온 2집인 만큼 두 사람의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낯선 풍경이었던 북과 첼로는 어느새 잘 어울리는 연인처럼 보였고, 서로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정재일, 한승석의 기타와 꽹과리 소리도 기막힌 조합으로 느껴졌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재능과 노력으로 익숙하지 않은 두 가지를 세상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완성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