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인디 컬렉션] ‘달리는 갱순이’ 강허달림의 징한 목소리(part1)

임신 8개월 임에도 자신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점프도 서슴치 않던 '강허달림'

임신 8개월 임에도 자신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점프도 서슴치 않던 강허달림

‘블루스 디바’ 강허달림의 노래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슬픈 가사와 흥겨운 리듬이 절묘하게 합체되어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을 발휘하는 매력적인 가락이다. 그녀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그려낸 블루지한 자신의 창작곡들을 통해 한국 여성 블루스보컬의 적자로 평가받는 탁월한 아티스트다. 강허달림을 볼 때마다 웃음을 유발시키는 닮은 꼴 외국 여배우가 한 명 있다. 영화 <길(La Strada)>의 여주인공 ‘젤소미나’다. 두 사람은 외모뿐 아니라 한 인물로 착각할 정도로 비슷한 캐릭터다.

영화 속 주인공 젤소미나(줄리에타 마시나)와 잔 파노(안소니 퀸)는 유랑 서커스단의 어릿광대와 차력사다. 한바탕 흥겨운 쇼가 끝난 후 정처 없는 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인생이란 그저 고단한 여정일 뿐이다. 그런데 백치에 가까울 정도로 순진무구한 젤소미나는 아무리 삶이 힘겨워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해맑은 미소와 감동적인 음악으로 증명한다. 교활하고 난폭한 사나이 장 파노는 그녀를 버리고 떠난다. 우연히 그녀의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 생전에 젤소미나가 즐겨 연주했던 노래를 듣고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사랑했는지를 뒤늦게 깨닫고 대성통곡을 한다. 진정성을 담은 음악은 냉혈한의 차가운 마음까지 뒤흔드는 놀라운 마력을 발휘했던 것.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강허달림의 슬픈 노래에 감동을 받았을 때 “달림씨는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행복해지면 이렇게 애절한 노래를 다시는 만들 수도 부를 수도 없을지도 모르니까.”라는 말을 농담처럼 건넨 기억이 난다. 최근 그녀의 1집 타이틀 곡 ‘기다림, 설레임’은 대중음악SOUND에서 대중음악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진행한 ‘한국의 인디 100대 명곡’에 선정되며 명곡으로 공증되었다. 굿 뉴스이지만 우려했던 배드 뉴스(?)도 있다. 강허달림은 오랜 기간 갈망했던 사랑을 찾아 결혼을 했고 현재 임신 8개월의 신부로 행복한 신혼을 만끽하며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디 10] ‘달리는 갱순이’ 강허달림의 징한 목소리(part1)

그녀의 본명은 ‘강경순’이다. 강은 아버지 성이고 허는 어머니 성이다. 예명 ‘강허달림’은 까만 밤하늘에 외롭게 떠있는 그 ‘달님’이 아닌 씩씩하게 ‘달린다는’ 의미다. 그래서 스스로 ‘달리는 갱순이’라 부르며 자신의 인디레이블 이름을 ‘런뮤직’으로 작명하기도 했다. 그녀의 피쳐사진을 촬영하면서 ‘달리는 갱순이’에 부합되는 역동적인 모습을 담고 싶었다. 하지만 만삭의 그녀에게는 무리한 시도인 것 같아 포기했었는데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그녀의 결심으로 재촬영을 통해 담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곤란한 일이 발생했다. 이름이 재미있는 서울 연희동 궁동산공원에서 그녀의 역동적인 사진을 성공리에 촬영을 했다. 헌데 사진에는 만삭이 된 그녀의 배가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던 것. 영원한 인디뮤지션 한대수가 임신한 아내와 함께 촬영한 ‘만삭 사진’을 언론에 공개한 적이 있긴 하지만 한국대중음악계에서 임신 8개월의 임산부 배가 노출된 파격적인 피쳐사진을 공개한 여성뮤지션은 내 기억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음악적 표현의 완성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사진 촬영에 임했고 쉽지 않았을 사진공개까지 결심한 강허달림 그녀에게 고마움과 존경심을 전하고 싶다.

강허달림은 2008년 정규 1집을 내기까지 무려 10여 년의 무명생활을 이겨낸 질긴 생명력의 가수다. 그녀는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인 승주군 상사면 용계리 죽전마을에서 태어났다. 이제는 다시 찾아갈 수 없는 이 세상에 없는 수몰마을이다. 시냇가와 집 뒤에 있던 야산의 대나무 숲은 그녀의 순진무구한 자연친화적 인성을 조성시킨 음악적 DNA들이다. 그녀는 명절 때마다 마을 당산나무 밑에서 열린 ‘동네 노래자랑대회’에서 ‘눈물 젖은 두만강’을 구성지게 부른 꼬마 인기가수였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과 리듬감각은 동네잔치에서 장구를 치며 흥을 북돋았던 아버지의 한량기질을 되 물림 받은 순수 자연산이다. 가수의 꿈을 품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 집에서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가수 이선희의 ‘그래요, 잘못은 내게 있어요’를 듣고 난 후부터. 중학교 때 순천시로 나와 ‘기타 중창반’이 있는 순천여상으로 진학한 것도 음악을 배우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인디 10] ‘달리는 갱순이’ 강허달림의 징한 목소리(part1)

‘가수의 꿈’을 품은 시골소녀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했다. 일생일대의 용기를 냈다. 기타 하나를 둘러매고 무작정 상경했던 것. 작은 회사의 경리, 아르바이트는 물론 입시학원에서 근로 장학생과 신문배달을 하며 2년간 서울예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했지만 낙방했다. 좌절감이 컸지만 막 생겨난 서울 재즈아카데미 보컬과에 1기로 입학했다. 그는 동기들 사이에서 미운오리새끼였다. 악보조차 제대로 읽지도 못했고 서구의 세련된 팝과 테크닉을 중시하는 동기들과 달리 자기 스타일의 판소리 발성을 고집했기 때문. 실제로 그녀는 늘 ‘왕따’였음을 고백한다. “학창시절 내내 시험지 답안유출 같은 사건이 터지면 무슨 이유인지 선생님들은 저를 범인으로 지목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되었고 수업 중에도 홀로 먼 산을 쳐다보는 3차원적 감성의 소유자로 변해가자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은 저를 ‘썩은 사과’라고 부르기까지 했어요(웃음).”

1997년 페미니스트 밴드 <마고>의 보컬로 활동했던 그녀는 1998년 이태원의 카페 ‘저스트 블루스’에 오디션을 보러가 블루스 기타의 달인 채수용을 만났다. 오디션 통과 후 프로젝트 밴드 <풀 문>을 결성해 클럽무대에 올랐다.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고전적인 12마디 블루스(스탠더드 재즈곡)만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레퍼토리에 공허함이 밀려왔다. 이미 창작을 시작했던 그녀는 자신의 창작곡을 노래하고 싶었던 것. 멤버들과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또 왕따가 되었다. 이후 밴드에서 독립한 그녀는 오랜 기간 클럽 무대를 거치며 2003년 마침내 관록의 블루스 밴드 <신촌 블루스>의 보컬이 되었다. (part2로 계속)

강허달림 프로필
1974년 6월 7일 전남 승주 출생
1997년 서울재즈아카데미 1기 보컬전공 수료, 페미니스트 밴드 <마고> 보컬
1998년 5인조 프로젝트 밴드 <풀 문> 결성
2002년 ‘Blues Project Band’ 보컬
2003년 블루스 밴드 <신촌 블루스> 객원보컬
2007년 인디 레이블 Run Music 설립
2008년 1집 네이버 오늘의 뮤직 ‘이주의 앨범’ 선정
2009년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락부분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여성뮤지션’부문 노미네이트, 2013년 1집 수록곡 ‘기다림, 설레임’ < 한국 100대 인디명곡> 선정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