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라디오] Black Keys, 내 귀의 돌림노래

낡은 민무늬 티셔츠 하나만 입어도 잘생긴 남자가 진정한 미남이라죠. 하지만 진짜 멋진 남자는 그리 간단하게 가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카우보이 모자도 걸쳐 쓰고, 담배 한 개피를 피워 물고, 어깨에는 춤추다 죽자는 내용의 문신까지 새기고, 그래도 진짜 멋져 보인다면 이 남자야말로 진정한 멋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하면서 하드록의 파워와 개러지 록의 흥겨움을 모두 보여주는 Black Keys는 그래서 진짜 멋쟁이 밴드입니다. 연주가 풍기는 정취는 옛날의 것들이고, 밴드의 이름에는 위트라고는 없으며, 심지어 앨범 제목인 < El Camino >는 번역하자면 ‘길’, 무뚝뚝한 자동차가 등장하는 커버 사진만큼이나 진부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음악이 플레이되면 도무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멋이라곤 모르는 멋쟁이들과 말이죠.

내성적인 얼굴에 턱수염을 기른 기타리스트 겸 보컬 단 아우어바흐와 뿔테 안경이 소심해보이기까지 하는 드러머 페트릭 카니, 두 사람의 무대가 예상 외로 섹시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여자들이 자기 일에 몰두하는 남자에게 섹시함을 느끼는 것은 사실 그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끼 부리지 않는 목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무심해서 오히려 귀를 사로잡고, 새로운 수식어를 갖다 붙일 것도 없는 음악은 금세 몸을 움직이게 합니다. 어떻게 들릴까 고심하지 않은 덕분에 명쾌한 매력이 넘쳐나는 거죠. 그리고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는 ‘Lonely Boy’의 뮤직비디오는 이 밴드 특유의 귀여운 도도함이 십분 발휘된 작품입니다. 볼 테면 봐라, 하지만 보지 않을 수 없을 거다. 아, 결국 멋이란 외면을 가꾸고 다듬어 얻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네요.

글. 윤고모 nine@